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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재의료원 노조도 의원 12명에게 후원금 로비 의혹 수사

중앙일보 2010.11.16 03:00 종합 18면 지면보기



검찰, 노조원 고발 따라 수사 착수





근로복지공단과 산재의료원의 통합(올해 4월 28일)을 앞두고 보건의료노조 산재의료원지부(산재의료원 노조)가 국회의원들을 상대로 정치자금을 제공하며 통합반대 로비를 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검찰이 수사에 나섰다.



 서울 남부지검은 산재의료원 노조 소속 조합원들이 노조집행부가 정치자금법과 노조법 등을 위반했다는 내용의 고발장을 접수해 수사 중이라고 15일 밝혔다. 고발장에는 지난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여야 정치인 7명에게 1억5160만원을 제공했다는 노조 회의록과 회계자료 등이 첨부돼 있다.



 이에 따르면 산재의료원 노조는 정부가 근로복지공단과 산재의료원 통합을 추진하던 2008년 11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조합원 1500여 명으로부터 고용안정쟁취 투쟁기금 명목으로 1인당 50만원씩 8억1000만원을 조성했다. 당시 노조는 두 기관이 통합되면 대규모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며 통합에 반대했다. 근로복지공단은 산재환자 보상과 재활업무를 담당하며, 산재의료원은 산재환자의 치료와 재활을 돕는 일을 했다.



 노조는 투쟁기금 가운데 6190만원을 2008년 12월 국회 환노위 소속 여야의원 5명에게 정치후원금 명목으로 제공했다. 당시는 두 기관의 통합을 골자로 하는 산재보상보험법 개정안이 국회에 계류 중이었다. 노조는 이어 지난해 7월 환노위 소속 의원 7명(일부 의원 중복 가능성)에게 8970만원을 전달했다. 첨부된 지난해 노조 회계자료에는 강성천·박준선(이상 한나라당), 추미애·김재윤·김상희(이상 민주당), 권선택(자유선진당) 의원에게 각 1000만원, 홍희덕(민주노동당) 의원에게 2970만원을 전달한 것으로 적혀 있다.



 정부는 2008년 산재보상보험법을 개정하려 했다. 하지만 노조의 반대로 1년여 동안 지연되다 지난해 12월 말 국회에서 통과됐다. 이 법에 따라 올해 4월 근로복지공단과 산재의료원이 통합됐다. 이 과정에서 전체 5600여 명의 직원 중 10% 정도인 549명의 인원이 감축됐다. 익명을 요구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중복 업무가 많은 두 기관이 통합된 것 치고는 구조조정 폭이 상당히 적다”고 말했다.



 고발장을 접수한 노조원은 “투쟁기금이 정치인 로비용으로 사용된 의혹이 있다”며 “특히 정치후원금을 의원실에 전달한 뒤 납부한 정치후원금 지급건을 확정하는 등 (노조가) 편법으로 집행했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이와 관련, 서울 영등포경찰서에 수사지휘를 내려 고발인 조사를 진행 중이다. 검찰 관계자는 “노조가 일괄적으로 정치자금을 전달한 경위와 이 돈이 산재보상보험법 개정을 막기 위한 로비용이었는지를 들여다보고 있다”고 말했다.



 여야 의원들은 “조합원 개인 명의로 1인당 10만원씩 후원계좌에 입금했다”며 “노조원 개개인에게 영수증을 발급하는 등 적법한 절차에 따른 정치후원금”이라고 해명했다. 권선택 의원 측은 “당시 두 기관의 통합은 환노위의 현안이었다”며 “노조가 의원실에서 두 기관의 통합과 관련된 입장을 설명하기는 했으나 개인별 후원이어서 문제될 것이 없다”고 말했다. 추미애·김재윤·김상희·홍희덕 의원실도 “후원계좌를 통해 입금됐으며 입법과는 관계가 없다”고 말했다. 박준선 의원실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고 했으며, 강성천 의원은 연락이 되지 않았다.



 산재의료원 노조 김자동 지부장은 “조합원 동의를 얻어 노조가 개인 명의로 적법하게 후원금을 전달한 것”이라며 “후원금은 연말정산 때 노조원들이 모두 환급을 받았다”고 말했다. 김 지부장은 “고발장을 접수한 조합원을 상대로 명예훼손 혐의로 맞고발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김기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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