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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만원짜리 명품 백이 6만원 … 짝퉁 품질보증서까지

중앙일보 2010.11.16 03:00 경제 2면 지면보기



르포 - 세계 최대 광저우 짝퉁시장 가보니



지난달 25일 명품 브랜드의 짝퉁 상품을 파는 중국 광저우 가죽제품 시장에 사람들이 모여 있다. [김진경 기자]







중국에선 ‘광저우에서 명품 자랑하지 마라’는 말이 있다. 중국 최대 무역도시로 명품을 갖고 다니는 부자가 많으니 섣불리 자랑하지 말란 뜻일까. 아니다. 광저우에는 세계 최대 규모의 짝퉁 시장이 있다. 그 때문에 이곳에서 명품 자랑을 하다간 짝퉁이 아니냐는 의심을 받기 쉽다는 의미다. 중국에서 유통되는 짝퉁 제품의 대부분이 생산되는 곳, 그 제품을 한국·일본으로 수출까지 하는 곳, 광저우 짝퉁 시장을 다녀왔다. 지난해까지 여기서 직접 짝퉁 제품을 판매했던 상인 왕르융(王日永·28)씨와 동행했다.



광저우=김진경 기자











지난달 25일 오후 중국 광저우(廣州)시 바이윈(白云)구 구이화(桂花)강. 가죽제품을 전문으로 하는 쇼핑센터가 모여 있는 곳이다. 수십 층 높이의 주상복합 건물이 10여 채 늘어서 있다. 겉으로는 가죽 제품을 판다고 돼 있지만, 안에 들어가 보면 명품 브랜드의 짝퉁 가방·지갑·구두 등을 팔고 있었다. 그중에서도 규모가 가장 큰 ‘바이윈 세계 가죽제품성(城)’으로 들어갔다. 1층 로비에 들어서자 사람들이 엄청나게 붐볐다. 서양인들도 많이 눈에 띄었다. 사람들은 커다란 검은색 비닐봉지를 든 채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비닐봉지를 양손에 대여섯 개씩 들고 다니는 이들도 눈에 띄었다. 왕씨는 “저 비닐봉지 안에 든 게 모두 짝퉁 제품이다. 불법이라 눈에 띄지 않도록 검은색 봉지에 싸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상가에는 1층부터 3층까지 7~10㎡짜리 조그마한 매장이 다닥다닥 붙어 있었다. 서울 동대문에 있는 대형 쇼핑몰과 구조가 비슷했다. 매장 간판은 대부분 ‘○○가죽’ 식으로, 언뜻 보기엔 평범한 가죽제품 전문점처럼 보였다. 하지만 안에서는 명품 브랜드의 짝퉁 상품을 판매하고 있었다.



 샤넬·루이뷔통·에르메스 등 브랜드별로 제품을 모아놨다. 이 상가 안에만 매장이 700여 개. 이런 상가가 10여 채 있으므로, 짝퉁을 파는 매장이 대략 7000여 개에 이르는 셈이다. 이곳에서 파는 물건은 모두 주변에 있는 아파트 등에서 비밀리에 생산된다. 판매하는 사람도 쉽게 드나들 수 없다고 한다. 왕씨는 이 건물 옆에서 한창 공사가 진행 중인 건물을 가리키며 “상가가 완공되면 짝퉁 매장이 600∼700개 이상 들어설 예정이다. 짝퉁 제품이 여기서 중국 전역으로 나가기 때문에 수요는 아직 얼마든지 많다”고 귀띔했다.









기자가 6만원에 구입한 샤넬 짝퉁 가방과 프랑스어로 된 품질보증서. [김진경 기자]



 직접 짝퉁 상품을 구매해 보기로 했다. ‘Jacky’라는 간판을 건 샤넬 짝퉁 매장에 들어가니 가방 10여 점이 전시돼 있었다. 진품 샤넬 로고 대신 한눈에 봐도 짝퉁인 듯한 로고(∞)가 찍혀 있었다. 진짜 같은 짝퉁은 없느냐고 묻자 점원은 “한국에서 오셨냐”고 물었다. 그렇다고 했더니 “밖에서 좋은 제품을 가져올 수 있다. 일단 디자인부터 고르라”고 말했다. 숄더백을 하나 골랐다. 값은 350위안(약 6만원). 같은 모델의 진품 가격은 300만원대다. 점원은 “특A급으로 갖다 주겠다. 잠시만 기다리라”고 하더니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15분쯤 지나자 한 남자 직원이 커다란 검은색 비닐봉지를 들고 나타났다. 점원이 비닐봉지 속에서 겹겹이 쌓인 샤넬 가방을 꺼냈다. 전시돼 있던 상품과 달리 가방 앞부분에 진품과 흡사한 로고가 찍혀 있었다. 손잡이 체인 부분과 속주머니 지퍼에도 ‘CHANEL’이라고 새겨져 있었다. 점원은 속주머니에서 제품의 일련번호(10218184)가 찍힌 보증서까지 꺼내 보여줬다.



 매장에서 나오자 왕씨가 “특A급이라 6만원이지 ‘일대일(그곳에선 특A급보다 더 높은 최상위 등급을 이렇게 부른다. 진품과 일대일로 버금간다는 의미다)’이었다면 20만∼30만원은 줘야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광저우 짝퉁 시장에서 판매하는 상품은 품질에 따라 다섯 가지 등급으로 나뉜다고 한다. 진품과 거의 똑같다는 뜻의 ‘일대일’, 특A, A, B, C 등급이다. 등급에 따라 가격도 1만∼수십만원대로 차이가 난다.



 모든 매장에는 안에서 칠 수 있는 커튼이나 블라인드가 설치돼 있다. 정부의 단속이 나오면 커튼을 치고, 들어와 있던 손님을 상대로 장사를 한다. 매장 한 곳의 월세는 한국 돈으로 평균 700만원. 월세 두 달치 규모인 보증금은 별도다. 인건비 등을 포함하면 운영비는 월 1000만원을 넘는다. 그런데도 장사를 할 수 있는 건 벌어들이는 돈이 그 이상이기 때문이다. 왕씨는 “장사가 좀 된다 싶은 매장 주인들은 한국 돈으로 수억원대 수입을 올리고, 외제차를 굴리는 사람도 많다. 그 정도 못 벌면 이 장사 못 한다”고 말했다.



 직접 짝퉁 시장에 드나들길 꺼리는 사람들은 잡지를 이용한다. 브랜드별 짝퉁 상품의 사진과 일련번호, 가격이 나와 있는 잡지다. 상가 3층 복도에 놓인 테이블에는 이런 잡지 수십 권이 놓여 있었다. 이 잡지들은 대부분 홍콩에서 만들어지며 한 권당 가격은 4만원이다. 명품 브랜드에서 새 상품이 출시되자마자 견본용으로 구입해 사진을 찍어 잡지에 싣는다. 사진은 짝퉁 제작 자료로도 쓰인다. 중국 부유층 중엔 정기적으로 이 잡지를 받아보고 마음에 드는 짝퉁 상품을 주문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기자가 잡지 사진을 찍기 위해 카메라를 꺼내자 직원이 “상가 전체가 사진촬영 금지 구역”이라며 막아섰다.



 광저우 짝퉁 시장에서 생산·유통된 제품은 한국과 일본으로도 수출된다. ‘가방 30개들이 박스 하나당 80만원’ 식으로 팔려나간다고 한다. 가격은 광저우 판매가보다 훨씬 비싸진다. 세관에서 적발될 것에 대비해 위험비용이 붙는 것이다. 왕씨는 “서울 이태원 등에서 파는 짝퉁 상품도 여기서 나간 게 대부분이다. 광저우 짝퉁 시장에선 TV에 나오는 유명 연예인도 종종 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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