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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극장 앞 횡단보도 ‘뜨거운 감자’

중앙일보 2010.11.16 01:13 종합 25면 지면보기



동성로 북쪽 상가 “설치하라”
지하상가 대현프리몰 “반대”



횡단보도 설치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는 대구시 동성로 한일극장 앞 국채보상로. 횡단보도가 없어 시민들이 지하상가(오른쪽 출입구)로 통행하고 있다. [프리랜서 공정식]



대구 한일극장은 도심 최대 상권인 동성로의 한복판에 있다. 여기서 대구역까지는 북쪽 상가가, 중앙파출소까진 남쪽 상가가 이어진다. 900여m 동성로는 보행자 전용도로다. 하지만 남북의 상가지역은 한일극장 앞 국채보상로로 분리돼 있다. 횡단보도가 없어서다. 동성로를 찾는 사람들은 왕복 6차로의 국채보상로 아래 지하상가를 통해 왕래한다.



 이곳에 횡단보도를 설치하는 문제를 놓고 상인들이 다시 격돌하고 있다. 상권이 침체된 동성로 북쪽 상가 상인들이 횡단보도 설치를 요구해서다. 반면 지하상가 상인들은 결사반대다.











 동성로 상인 100여 명은 8일 대구시청 주차장에서 시위를 벌였다. 상인들은 “내년 상반기에 횡단보도 설치하라”고 대구시에 촉구했다. 이들은 ‘한일극장 앞 횡단보도 설치위원회’ 소속 상인이다. 이들은 패션주얼리특구상인회와 교동시장활성화구역상인회 소속 등 1700여 명이다. 상인들은 대구시가 2008년 이후 수 차례 횡단보도 설치를 약속하고도 이를 지키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횡단보도 설치를 생존권이 걸린 문제로 보고 있다. 상가 서쪽 중앙로가 대중교통전용지구로 지정되면서 일반차량 통행이 금지됐고, 상가 진입로인 노보텔 옆길도 일방통행로여서 북쪽 상가지역이 섬처럼 고립돼 있다고 말한다. 횡단보도가 있어야 남쪽 상가의 손님을 유치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교동시장활성화구역상인회 손경석(54) 회장은 “횡단보도가 설치되면 손님이 배로 늘어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지하상가인 대현프리몰 상인들도 물러서지 않고 있다. 횡단보도를 설치하면 행인의 절반이 지하상가로 통행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잠재고객’인 통행인이 줄면 경영난이 예상된다는 것이다.



 이곳 상인들은 대구시의 약속도 반대 근거로 내세운다. 시는 2008년 1월 동성로 공공디자인사업을 하면서 횡단보도를 만들려고 했으나 대현프리몰 상인들이 반발하자 설치하지 않겠다는 공문을 보낸 적이 있다. 이와 함께 인근 중앙네거리에 횡단보도가 설치된 것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지난해 12월 자신들의 양보로 한일극장에서 서쪽으로 140m 떨어진 중앙네거리에 횡단보도가 설치됐다는 것이다. 대현프리몰 안형길(55) 대구지사장은 “대구시가 약속한 만큼 추가 횡단보도 설치는 절대 안된다”고 말했다.



 ◆“보행권 보장하라”=횡단보도 설치 요구에는 시민단체도 가세하고 있다. 대구경북녹색연합·대구문화연대 등 14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대구보행권시민연대가 앞장서고 있다. 대구장애인연맹 서준호(33) 사무국장은 “대구시가 하루 40만∼50만명(휴일 기준)이 몰리는 도심 도로에 횡단보도를 설치하지 않아 보행권을 침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구시는 설치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보행권을 보장하는 것이 시대적 추세인 데다 많은 사람이 왕래하는 곳이라는 점을 든다. 하지만 시기에 대해서는 조심스러워한다. 두 상인단체의 합의를 통해 설치하겠다는 복안이다. 지하상가 이용자의 불편을 덜기 위해 에스컬레이터를 설치하는 등 시설을 보완하는 데도 시간이 필요하다고 본다.



 대구시 곽영길 교통정책과장은 “횡단보도를 설치한다는 게 시의 방침”이라면서도 “상인들의 합의를 끌어낼 수 있도록 계속 설득하겠다”고 말했다.



홍권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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