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얼음바다가 열린다, 자원창고가 열린다 … 유럽·러시아, 북극으로 북극으로

중앙일보 2010.11.16 00:44 종합 4면 지면보기



중앙일보 - 이타르타스 공동 기획 ‘뉴 시베리아를 가다’ ① 기지개 켜는 극동·시베리아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르포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항 전경. 대형 크레인을 이용해 항구에 들어온 선박에 실린 화물을 싣고 내리느라 분주하다. 러시아 극동 항만들은 우리나라에 철·석탄 등 자원을 수출하는 교두보 역할을 하고 있다. [블라디보스토크=정재홍 기자]



중앙일보와 러시아 이타르타스 통신은 한국·러시아 수교 20주년을 맞아 ‘변화하는 극동·시베리아’를 공동 취재, 세 차례에 걸쳐 보도한다.



지난 8월 17일, 러시아 서부 비티노항. 러시아 국영 해운업체 소브코플로트의 대형 LNG선 발티카는 7만t의 천연가스를 싣고 북극항로(NSR) 도전을 시작했다. 북극항로는 러시아 무르만스크에서 동쪽 베링해협을 연결하는 4500㎞ 구간. 이 구간의 얼음이 지구온난화로 많이 녹았다지만 7만t급 선박의 이 항로 운항은 처음이다. 항로를 동진한 뒤 베링해협을 돌아 9월 6일 중국 남부 닝보(寧波)항에 도착했다. 항해 일수 22일. 서진해 이집트 수에즈 운하를 거쳐 닝보항으로 갈 때보다 18일 줄였다. 소브코플로트는 내년 16만2000t급과 7만t급 유조선 운항에 도전한다.



 러시아는 북극항로 개발에 발벗고 나서고 있다. 개발되면 불모지로 방치됐던 시베리아 개발에 탄력이 붙기 때문이다. 러시아는 3단계 계획을 이미 공표했다. 1단계는 2008년부터 올해까지. 선박이 안전하게 운항할 수 있는 북극의 뱃길과 지질·기상 등을 연구하는 기간이다. 내년부터 2단계다. 2015년까지 유라시아를 잇는 북극항로 관리 시스템을 만든다. 3단계는 2020년까지 북극지역을 러시아의 전략자원 기지로 전환한다는 것이다. 시베리아에 자원 창고가 열리게 된다.



 북극항로에 유럽 해운업체들이 눈독을 들이고 있다. 노르웨이 추디해운의 노르딕 바렌츠호는 지난 8월 노르웨이 키르케네스항에서 철광석 4만1000t을 싣고 북극항로를 따라 중국 동부 롄윈(連雲)항까지 수송에 성공했다. 운항 거리를 30% 줄이면서 기름값 18만 달러를 절감했다. 독일 벨루가 해운은 지난해 9월 북극항로의 첫 상업 운항에 성공했다. 이 업체는 지난해 7월 말 두 척의 화물선에 3500t의 원자력발전소용 건설자재를 싣고 울산항을 출발한 뒤 시베리아 항만에 화물을 내리고 9월 7일 독일 함부르크항에 도착했다. 항해 일수가 줄어 기름값 60만 달러를 절약했다. 지난해 북극 항로를 운항한 선박은 24척에 이른다.









<여기를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러시아의 블라디보스토크항과 주변 항만 개발도 북극항로 개발을 염두에 둔 포석이다. 북극항로가 열리면 이 지역이 중간 기착지가 될 수 있다.지난달 12일 블라디보스토크항을 방문했을 때 항구는 북적댔지만 부산항과 비교해 규모가 작았다. 그럼에도 블라디보스토크항의 비체슬라브 페르체브 사장은 서면 인터뷰에서 “2015년 65만 TEU 달성을 목표로 기존 터미널 현대화와 일반 화물항을 컨테이너항으로 전환하는 계획이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한국교통연구원 노홍승 박사는 ““부산항이 허브가 되면 러시아 극동의 항구들은 부산항의 연계 항구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차로 3시간 거리에 있는 러시아 극동의 최대 무역항인 보스토치니항도 철도 화물의 효율적 처리를 위해 항만 현대화에 나서고 있다. 이 항만은 유라시아 대륙과 동북아를 연결하는 시베리아횡단철도(TSR)의 출발점이다. 항만에 들어서면 석탄 화차를 그대로 처리하는 대형 크레인이 눈에 띈다. 내륙의 시베리아 광산에서 출발한 석탄 화차가 항구에 들어오면 대형 크레인이 번쩍 들어 뒤집는다. 화차의 석탄은 바닥에 깔린 컨베이어벨트에 실려져 화물선에 쏟아진다. 시간당 2500t씩 하루 만에 6만t을 실을 수 있다. 블라디보스토크 소재 해운 대행업체인 페사코의 조태백 사장은 “러시아 극동항만의 현대화 수준을 보여 주는 단적인 사례”라고 했다. 보스토치니항 현대화는 중장기적으로 시베리아 개발과 북극항로를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 해운업체들은 북극항로의 경제성을 알지만 뒷짐을 지고 있다. 선박의 안전 운항 보장 등 제반 환경이 준비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황진희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연구실장은“이제 시범 운항을 준비해야 할 단계”라며 “쇄빙선 건조에 3~5년이 걸린다고 보면 지금도 이른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북극 뱃길이 열리면 부산항이 최대 수혜가 될 것이란 얘기가 나온다. 노홍승 박사는 “북극항로로 부산에서 유럽의 허브항인 로테르담항까지 가면 전보다 운항거리와 기간·비용을 40%가량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부산항~수에즈운하~로테르담 구간은 24일, 부산항~북극항로~로테르담구간은 14일 걸린다. 유럽에서 가장 멀었던 극동이 가장 가까운 근동지역으로 역전된다. 부산항이 재도약의 기회를 맞는 것이다.



한·러 공동취재팀



▶중앙일보=안성규 중앙 SUNDAY 외교안보 에디터, 오대영 국제부문 선임기자, 정재홍 기자



▶이타르타스 통신=알렉세이 골리아예프 국장, 유리 로디오노프 국장, 블라디미르 쿠타코프 서울 특파원, 아나톨리 루닥 극동 지국장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