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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od&] 아기자기 오묘 절묘, 일본식 디저트

중앙일보 2010.11.16 00:29 경제 21면 지면보기
“캡이야! 크림은 우유가 그대로 말랑말랑 부푼 것 같고 스펀지케이크 속에선 달콤한 즙이 … 쿨럭!”


왜 일본 디저트냐고요?

롤케이크를 먹고 나서 이렇게 감탄해 본 적 있는가? 일본 만화책 ‘서양골동양과자점’ 2권, 케이크 전문점 ‘안티크’ 사장 타치바나는 천재 파티셰 오노의 롤케이크를 먹고 눈물을 흘리며 그렇게 외친다. 오노는 “쇼트케이크를 돌돌 말아 롤케이크로 만들었다”고 밝힌다. 만화 속에서만 가능한 얘기는 아니다. 일본에서만 먹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일본의 디저트 브랜드들이 속속 한국을 침공하고 있다. ‘일본풍’은 오래 전부터 불어왔지만 요즘엔 아예 현지 브랜드와 카페가 그대로 들어와 인기를 끈다. ‘도쿄 바나나빵’ 하나를 사 먹기 위해 지하철과 백화점을 막론하고 줄을 서 기다리는 일본 사람들. 머지않아 한국에서도 보게 될 모습일까.



글=이상은 기자

사진=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처음 보는 손님들은 모형처럼 깜찍한 겉모습 때문에 멈춰서더라고요. 호기심에 구입하고요. 백화점 주변 오피스의 젊은 여성들이 주 고객이에요.”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모찌크림’에서 만난 윤남기(38) 양과자 MD



“무슨 붕어빵이 하나에 2500원이냐며 욕하는 분들도 있어요. 그래도 귀여운 미니 사이즈와 깔끔한 개별 포장 때문에 좋아하는 손님이 많습니다. 녹차가루· 흑미가루를 써 맛과 색깔에서도 차별화되고요.”



서울 압구정동 현대백화점 ‘쿠로다이’에서 도미빵을 굽고 있던 김현수(29)씨



“일본에서 양과자를 비롯한 디저트 문화는 30년 전부터 활짝 꽃폈습니다. TV·잡지·만화책에서 양과자점과 일명 ‘슈퍼 파티셰’들을 다루기 시작했거든요. 일본은 소도시조차 빵 전문점, 케이크 전문점 등으로 세분화되어 있습니다. 핸드메이드 느낌을 살리는 것, 포장에 공들이는 것도 특징이죠.”



‘나카무라 아카데미’ 야마키 겐타로(39) 파티셰



“유학 온 한국 여학생들이 디저트 때문에 살이 쪄서 가더라고요. 디저트 전문학교로 진학하는 친구들이 많은 것도 디저트가 발달한 이유 아닐까요? 한국 유학생활을 해 봤는데 진로를 정할 땐 일본이 한국보다 개성을 중시하는 것 같아요.”



일본 우오누마시에 사는 공무원 다카무라 사토시(27)









<여기를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디자인에 눈 꽂히다



맛을 모르는 사람도 일단 멈춰 서게 만든다. 신세계백화점 강남점과 명동점 등에 입점한 ‘코핀느’ 롤케이크의 경우 ‘롤케이크’ 하면 떠올리는 이미지와 다르다. 스펀지케이크 사이사이에 크림이나 잼을 얇게 바른 게 아니라 쇼트케이크를 돌돌 말았다고 하는 게 어울릴 정도로 내용물이 다채롭다. 따라서 단조롭던 기존과 달리 단면이 화려하다. 현대백화점 압구정점의 일본베이커리 ‘꼬뜨도르’에서 최고의 인기는 호빵맨 빵. 눈·코·입은 물론 핑크빛 볼까지 만화 속 호빵맨과 똑같이 만들어 어린이 고객들은 “엄마, 저거 사줘”라며 조른다.



전통의 맛에 새 맛을 더하다



시선을 붙잡은 뒤엔 ‘새로운 맛’을 보여준다. 롯데백화점 을지로, 명동점 등에 입점한 모찌크림. 겉은 일본 전통 떡인 모찌지만 먹는 순간 반전이다. 쫀득한 모찌 반죽 속에서 차가운 크림이 터져 나온다. 얼린 생크림과 함께 카페오레·캬라멜 푸딩·블루베리요구르트 등 젊은 층에 어필할 30종류 앙금이 각각 들어있다. 홍대 앞엔 일본 돗토리현 ‘카페 소스’의 한국 지점이 있다. 대표메뉴인 ‘모플’은 모찌와 와플의 합성어다. 모찌 반죽과 와플 반죽을 배합해 굽고 아이스크림과 과일을 얹는다. 보기엔 와플과 같지만 먹어보면 쫄깃쫄깃한 식감 때문에 확실히 다르다.



포장이 ‘예술’이다



발달한 포장문화는 디저트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현대백화점 압구정점과 롯데백화점 청량리점 ‘쿠로다이’에선 도미빵(도미빵은 붕어빵의 원래 이름으로, 일본에서 한국으로 건너온 뒤 붕어빵으로 알려졌다)을 일일이 개별 포장한 뒤 박스 속에 넣어 준다. 한 손에 들고 먹기 편하도록 배려한 것이다. ‘모찌크림’은 모찌의 컬러풀한 색감을 극대화하기 위해 검은색 용기를 쓴다. 윤남기 양과자 MD는 “검은색에도 종류가 있는데 진한 검정만 고집한다. 냉동실에 넣었다 꺼내도 물기가 안 생기는 특수 재질”이라고 말했다. 이들 일본 디저트의 가격은 만만치 않다. 한 개당 가격이 모찌(지름 2.5㎝) 2000~2500원, 모플(10㎝) 1만원, 도미빵(6㎝) 2500원, 미니도미빵(4㎝) 1500원, 호빵맨 빵(10㎝) 2800원, 롤케이크(6.5㎝) 1만원 선이다. 그러나 단골 고객들은 “특히 선물이라도 할 경우엔 좀 비싸게 주더라도 고급스럽고 편리한 것을 찾게 된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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