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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다국적 담배사들

중앙일보 2010.11.16 00:28 경제 3면 지면보기



171개국 ‘흡연 규제 국제협약’ 회의 개막
규제 도입한 개도국 상대 국제소송까지



10일(현지시간) 공개된 미국 식품의약국의 새로운 담뱃갑의 금연 그래픽 이미지 시안. 엄마가 아이에게 담배연기를 내뿜고 있고(위 사진), 호흡 보조장치를 달고 있는 남자 사진이 보인다. 식품의약국은 담뱃갑의 금연 경고 표시를 강화하기위해 이런 사진을 부착시키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로이터]



세계적인 다국적 담배회사가 몸이 달았다. 15일(현지시간) 우루과이 휴양도시 푼타델에스테에서 시작된 국제회의 때문이다. 171개국이 참가한 이번 회의에선 국제적인 흡연 규제 협약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뉴욕 타임스(NYT)가 14일 보도했다. 안 그래도 세계 각국이 앞다퉈 흡연 규제를 도입하고 있는 마당에 국제협약까지 나온다면 담배회사로선 타격이 크다.



 그래서 담배회사들이 반발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 담배회사 필립모리스는 이번 회의가 시작되기 직전 우루과이 정부를 상대로 국제 소송을 걸었다. 우루과이 정부가 최근 도입한 담배 광고 규제가 도를 넘었다는 이유에서다. 우루과이는 최근 담뱃갑 전체 면적의 80% 이상에 흡연 경고문을 넣으라는 규제를 도입한 바 있다. 각 담배회사가 쓸 수 있는 담뱃갑 디자인도 브랜드당 한 개로 제한했다.



 그러나 세계보건기구(WHO)의 입장은 다르다. WHO의 ‘금연운동’ 대표인 더글러스 베처는 “담배회사들이 흡연 규제를 도입하려는 개발도상국을 위협하는 수단으로 소송을 남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선진국에서 흡연 인구가 갈수록 줄자 타개책으로 만만한 개도국을 상대로 필사적인 마케팅과 흡연 규제 저지 로비를 벌이고 있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공략지가 세계 5위 담배 소비시장인 인도네시아다. 인도네시아에선 아직도 담배 TV 광고가 허용되고 있다. 콘서트와 스포츠 경기 스폰서를 통해 청소년 고객을 유혹하는 데도 제약이 없다. 심지어 청소년에게 담배를 파는 것조차 묵인되고 있다. 인도네시아 정부가 이처럼 흡연에 관대한 것은 담배회사로부터 거둬들이는 수입 때문이다. 인도네시아가 필립모리스에서 거두는 세금은 한 해 25억 달러에 달한다.



 이런 마케팅에도 불구하고 세계 곳곳에서 담배회사의 입지는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필리핀과 멕시코는 담뱃세를 올렸고 남아프리카공화국은 담뱃갑에 더 과격한 흡연 경고문을 싣도록 하는 등 아시아·남미·아프리카에서도 흡연 규제가 속속 도입되고 있다. 다국적 담배회사들이 우루과이 국제회의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것도 흡연 규제 국제협약이 이 같은 흐름을 가속화하지 않을까 우려해서다.



뉴욕=정경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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