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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컨 육수, 도가니 퐁듀, 파전 말이 … 둘이 만나 새로운 하나

중앙일보 2010.11.16 00:25 경제 22면 지면보기
세계화할 한식을 바라보는 셰프들의 눈은 조금 더 단순하고 날카로워졌다. 양지훈 셰프는 한식의 가장 큰 골칫덩이인 한상 차림, 그 형식 자체에 주목했다. 그가 주목한 부분은 차림새의 실용성. 이를 위해 단순화를 택했다. 조인택 셰프는 한국의 분위기를 한식에 담으려 했다. 국물 요리와 솔잎 향으로 추운 겨울 산사를 걷는 이미지를 깔끔하게 연출했다. 김정현 셰프는 그 자체로 단순하기 그지 없는 파전에서 색감과 소스만을 달리했다. 화려한 컬러 파전에 갖가지 맛의 양념장을 내놓았다. 덜어낼수록 명료해지는 요리 버전 ‘뺄셈의 미학’이었다.


미션 투 셰프 2기 - 한식으로 세계를 요리하라 ⑩

글=이정봉 기자

사진=권혁재 사진전문기자



김 리조토, 야채 보쌈 … 한식같은 양식, 먹기 좋게 한 통에 담았죠











한상 차림 | 양지훈(남베101) 셰프




한식 세계화는 형식의 변화에서 시작돼야 한다. 메뉴를 개발하고, 기존의 메뉴를 뒤틀고, 해외의 기법을 도입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한식을 내놓는 틀을 바꿔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이번 메뉴는 새로운 요리보다 형식의 변화를 이끌어 내려 했다. .



 ‘여우와 황새’라는 우화가 있다. 여우는 황새가 내놓은 호리병을 불편해 했고, 황새는 여우가 대접한 접시를 곤혹스러워 했다. 한식의 세계화도 이와 같다. 한상 차림이라고 하면 상다리가 휘어지게 차리는 것이다. 하지만 세계화가 되려면 한 사람이 먹을 수 있는 적당한 양과 적합한 용기를 찾아야 한다. 이 점을 주로 고민했다.



 이번 메뉴의 장점은 바로 실용성이다. 많은 반찬과 용기를 사용하지 않고 하나의 용기에 담았다. 편리하게 먹을 수 있고 간소하면서도 깊이 있는 식단을 짰다. 형식의 변화는 바로 먹기 전 식욕을 돋우는 것부터 시작한다. 이번 차림의 대표 색은 그린이다. 웰빙을 연상케 하는 녹색을 써서 한상 차림을 통일성 있게 구성했다. 한상 차림의 가벼움과 칼로리가 높지 않은 식단의 궁합을 노렸다.



 그리고 분명히 밝히지만 요리의 컨셉트는 ‘한식의 세계화’가 아닌 ‘양식의 한식화’다. 한국의 재료와 요리 기법뿐만 아니라 외국 요리 기법을 사용해 한국 사람들이 좋아하는 친근한 맛을 내는 것이다. 한식을 세계화하겠다는 것보다 양식을 한식화하는 것이 한국인과 세계인, 두 마리의 토끼를 잡을 수 있는 방법이라 본다. 이런 음식을 들고 나간다면 더 세계화가 빨라질 거라 생각한다. 그래서 늘 ‘어떻게 하면 한국 사람들이 좀 더 좋아하고 친숙한 맛을 만들까’를 고민했다. 베이컨 육수를 써 국수를 만들면서 가장 골치를 싸맨 부분이다.









한상차림이 진화했다. 가운데 그릇에 담은 요리는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잔치국수, 닭날개 백숙, 김 리조토, 알타리무 피클. 쟁반에 놓인 요리는 맨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아이스크림과 푸딩, 보쌈, 시샤모, 장어, 토마토, 차돌구이와 샐러드.







한상 차림 구성



김 리조토, 프렌치식 닭 날개 백숙, 베이컨 육수로 맛을 낸 카펠리니면 잔치 국수, 찹쌀 차돌구이와 호두 오일 드레싱을 무친 샐러드, 이탈리안식으로 그릴한 야채를 배추에 싼 보쌈, 로즈마리 올리브 오일에 저온으로 익힌 장어구이와 홍고추 피망 소스, 백김치 스타일의 알타리 무 피클, 김치맛 토마토, 시샤모 튀김과 깻잎 퓨레, 제주 감귤 아이스크림과 올리브오일 푸딩



김 리조토 재료|김 20장, 양파 곱게 다진 것 100g, 대파(흰 부분) 100g, 마늘 30g, 치킨스톡 1㎏, 쌀 100g, 베지스톡 300g, 샬롯 30g, 버터 15g, 퓨어오일과 파마산치즈 약간



만드는 법|1 팬에 샬롯을 넣고 볶는다. 2 샬롯향이 나면 쌀을 넣고 볶다 베지스톡을 넣고 익힌다. 3 팬에 마늘 슬라이스, 양파 곱게 다진 것, 대파 슬라이스를 넣고 낮은 불에서 익힌다. 4 여기에 치킨스톡을 넣고 소금으로 간한다. 5 김은 20장을 구워서 4에 부수어 넣는다. 6 김이 숨 죽으면 믹서에 전부 넣고 갈아 김소스를 만들고 식힌다. 7 2에 익힌 쌀을 팬에 넣고 김 소스를 넣고 적당히 익힌 뒤 파마산 치즈를 뿌려 마무리한다.



야채 보쌈 재료|배추 2장, 홍피망·청피망 1개, 아스파라거스 10개, 가지 1개, 호박 1개, 체리토마토 2㎏, 버터 30g, 엑스트라버진 올리브오일 50g, 젤라틴 3장



만드는 법|1 아스파라거스와 배추는 소금물에 삶은 뒤 버터에 볶아 식힌다. 2 피망·가지·호박은 올리브오일을 바르고 소금·후추를 뿌려 그릴에 굽는다. 3 토마토는 믹서에 갈아 소창에 받쳐 맑은 물을 받는다. 4 배추를 사각틀에 잘 펴서 외피를 만들고 다른 야채를 차례로 포개어 담는다. 5 토마토물에 젤라틴을 넣고 야채 사이사이에 뿌려 굳힌 뒤 윗부분을 배추로 덮고 마무리해 적당히 잘라서 낸다.



따끈한 도가니 국물에 은은한 솔잎 향, 자연의 분위기 냈습니다











일품요리 | 조인택(플라자호텔) 셰프




이번 메뉴는 솔잎 향이 은은하게 밴 도가니와 묵은지 김치찜이다.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 따뜻한 국물 요리가 생각났다. 국은 한국 밥상에 없어서는 안 되는 메뉴다. 외국인들에게는 국을 수프와 비슷한 개념으로 받아들일 것 같아 선택했다. 우선 익숙한 메뉴로 접근해야 한다고 생각해서다.



 우리 밥상에는 다양한 국과 탕, 찌개 등 국물 요리가 많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국물을 훌훌 마시며 속이 시원해지는 걸 느낀다. 외국인에게 이런 느낌을 강요하는 건 무리지만 요리에 변화를 주면 외국도 쉽게 즐길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추운 겨울 산행을 하다 푸른 소나무를 보면 은은한 솔잎 향을 떠올리게 마련이다. 솔잎 향을 함께 곁들이면 우리나라의 정취 있는 산사의 느낌을 표현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따지고 보면 솔잎도 일종의 허브다. 외국 요리에서는 다양한 허브를 많이 사용해 고기의 잡냄새를 잡지만, 개인적으로는 허브보다 솔잎의 향이 더 좋다.



 또 도가니는 추운 겨울 생각나는 보양식이다. 하지만 다소 밋밋한 감이 있을 것 같아 입맛을 돋우기 위해 김치찜을 곁들였다. 특히 김치는 입맛을 자극하는 애피타이저의 역할을 충분히 하리라 본다.



 도가니·김치찜, 듣고 보면 모두 평범한 한식 메뉴다. 그러나 이를 외국인들도 편안하게 즐길 수 있도록 만들기는 생각보다 까다로웠다. 이번에 만든 도가니는 흔히 우리가 먹는 형태의 도가니탕이 아니다. 쉽게 말하자면 도가니로 퐁듀 형태로 만들었다. 처음 해보는 시도다. 접시를 미리 데워놓고, 도가니를 잘라 올려야 하는 등 세부적인 면이 쉽지 않았다.



 도가니는 또 외국인들이 혐오스럽게 생각할 수 있는 부위일 수 있다. 하지만 잘만 요리하면 식감이 부드럽고 영양도 풍부한 좋은 요리재료다.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요리면서 독특한 식감을 가진 도가니와 은은하게 우러나는 솔잎 향을 통해 우리 한식 고유의 향기를 전달하고 싶었다.









솔잎을 담은 육수(왼쪽 위)를 유리잔(오른쪽)에 부은 후 도가니를 담가 샤브샤브 형태로 먹는다. 데리야키와 와사비로 만든 오리엔탈 소스(가운데)에 듬뿍 찍어 먹고, 김치찜(가운데 위)을 곁들이면 좋다. 인삼크러스트(오른쪽 위)는 입가심.







솔잎 향의 도가니와 오리엔탈 소스



재료|솔잎 50g, 도가니뼈 1㎏, 물 1.5L, 통마늘 50g, 대파 1뿌리, 통후추 4g, 월계수 잎 2장



만드는 법|1 솔잎은 깨끗이 씻어 준비하고 도가니뼈는 찬물에 담가 핏물을 제거한다. 2 도가니뼈를 냄비에 넣고 끓인 뒤 건져 따뜻한 물에 깨끗이 씻는다. 3 도가니뼈를 물에 넣고 끓이다 대파·통후추·통마늘·월계수잎을 넣고 끓으면 약불로 조절해 3시간 이상 우려낸다. 4 도가니뼈의 살이 발라질 정도로 끓으면 건져내 살을 떼내고 다시 30분 더 끓인다. 5 모든 재료를 건진 뒤 국물은 식히고 도가니살은 따로 둔다. 6 국물을 고운 천에 걸러 기름·불순물을 제거한다. 7 국물에 솔잎을 넣고 끓이다 천으로 걸러 한입 크기의 도가니와 함께 낸다



● 오리엔탈 소스 데리야키소스 1큰술, 생와사비 2g, 다진 양파 0.5g, 풋고추 0.2g과 함께 섞는다



묵은지 찜과 밥



재료|묵은지 반 포기, 돼지고기 200g, 양파 반 개, 대파 반 개



만드는 법|1 냄비에 양파·대파·무를 깔고 묵은지를 올린다. 2 그 위에 돼지 통삼겹살을 올린다. 3 통마늘 하나를 넣고 물을 잠길 정도로 넣는다. 4 물이 끓기 시작하면 불을 줄이고 국물이 졸 때까지 끓인다



부산 동래파전에 매생이, 오징어 먹물, 치자 섞어 색감 살렸어요











현지음식 | 김정현(부산파라다이스호텔) 셰프




부산의 대표적인 향토음식 중 하나가 동래파전이다. 부산 사람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도 여전히 인기 메뉴다. 아삭아삭한 식감과 찰진 반죽, 풍성한 해물이 조화를 이뤄 부산을 찾는 외국인들에게도 인기 만점이다. 이만큼 훌륭하게 식감·맛·재료가 조화를 이루는 메뉴를 찾기도 어렵다. 파전은 외형적으로는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은 피자와 비슷하다. 그래서 외국인이 처음 보더라도 거부감이 들기보다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을 것 같았다. 또 소개할 때도 ‘코리안 피자’라고 하면 외국인의 호기심을 자극할 수 있으리라 봤다.



 하지만 너무 흔해서 만들기 쉬울 것 같아도 제대로 하기는 어렵다. 또 젓가락질에 서툰 외국인들이 먹기에는 다소 불편한 점도 있다. 간편하게 먹을 수 있도록 말이의 형태로 변형했다. 또 매생이, 오징어 먹물, 치자를 이용해 요리에 세 가지 색감을 줬다. 시각적인 면을 부각시켜 더 먹음직스럽게 했다. 또 파전에는 초간장만 곁들이는 대신 소스에도 다양한 아이디어를 조합해 봤다. 소스에는 한국을 대표하는 홍삼에 발사믹 식초를 더해 홍삼 발사믹 소스를 만들었다. 고로쇠물을 더한 된장소스, 복분자 고추장 소스도 만들었다.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한 시식에서 홍삼 소스와 된장 소스가 많은 호평을 받았다.



 대접하기 편하게 하겠다고 파전말이를 생각했는데, 막상 해보니 기다란 쪽파를 말기 쉽지 않았다. 결국 파를 잘게 다져 넣기로 했다. 질긴 쪽파의 질감이 사라지긴 했지만, 오히려 이점이 외국인에게는 먹기 더 나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왼쪽부터 치자, 매생이, 오징어 먹물을 쓴 삼색 파전말이. [그릇 협찬=이도]







삼색 파전말이



재료|파전 반죽(밀가루 66g, 찹쌀가루 16g, 멥쌀가루 16g, 전분 66g, 생수 133g, 간 마늘 5g, 고운 고춧가루 2g), 치자 30g, 오징어먹물 30g, 매생이 30g, 새우 100g, 홍합 100g, 오징어 100g, 실파 200g, 청·홍고추 50g, 백합조개 100g, 피자치즈 100g



만드는 법|1 반죽재료를 섞은 뒤 3등분해 치자, 매생이, 오징어 먹물을 넣고 삼색 반죽을 만든다. 2 각각의 반죽에 해산물과 채소를 넣어 파전을 굽는다. 3 파전에 피자 치즈를 끼워 넣어 김밥 말듯이 살짝 만 뒤 치즈가 녹을 수 있도록 살짝 더 굽고 먹기 좋은 사이즈로 자른다. 4 치자파전에는 복분자고추장 소스, 매생이 파전에는 고로쇠된장 소스, 먹물파전에는 홍삼 발사믹 소스를 곁들인다



● 복분자고추장 소스 고추장 100g, 지난장 10g, 양파 30g, 사과·배 50g, 백설탕 10g, 물엿 80g, 복분자 15g을 잘 섞는다



● 고로쇠된장 소스 고로쇠 되장 10g, 식초 3g, 마요네즈 10g, 백설탕 5g, 식물성오일 15g을 잘 섞는다



● 홍삼 발사믹 소스 발사믹 식초 졸인 것 50g, 홍삼진액 20g을 잘 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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