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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무대서 쌓아올린 평판 잘 이어가야”

중앙일보 2010.11.16 00:24 종합 12면 지면보기



‘포스트 G20’ <하> 사후관리가 중요하다



‘서울 G20 정상회의’의 성공적인 개최를 축하하는 대형 현수막이 내걸린 서울 삼성동 코엑스 건물 아래서 15일 오후 코엑스 임직원들이 주변을 정리하고 있다. [연합뉴스]







“우리나라가 건물을 빨리 짓는 건 잘하는데, 막상 건물이 올라가고 나면 사후관리에는 좀 약하다.”



 이창용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준비위원회 기획조정단장이 G20 사후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한 말이다. 지난해 9월 미국 피츠버그의 3차 G20 정상회의에서 올해 11월 서울 정상회의 개최가 확정됐고, 정부 주요 인사들은 귀국 비행기에서 만세를 불렀다. 그 이후 정부의 서울 정상회의 준비는 군사작전을 방불케 했다. 최고의 인력과 예산을 투입했고, 정치적으로도 강력하게 힘을 실어줬다. 그 덕분에 성공적으로 서울회의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



 이 단장은 “국가대표 선수를 뽑아서 고된 합숙훈련 끝에 국제대회에서 인상적인 경기를 펼쳤다”며 “이렇게 쌓아올린 평판(reputation)을 잘 이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엘리트 체육’의 힘으로 반짝 좋은 성적을 냈지만, 지속적인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사회 체육’의 힘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G7의 경우 학계와 연구진의 백업이 잘 돼 있다”며 “우리도 G20으로 얻는 지적 자산을 사회 저변으로 확대할 수 있도록 학계와 연구자의 민간 네트워크를 조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사후관리 왜 중요한가=G20 재무차관 회의에 참석했던 신제윤 기획재정부 국제업무관리관(차관보)은 “금융안전망이나 개발 등 한국이 토대를 만든 의제들이 내년 이후에 제대로 논의될 수 있도록 G20 프로세스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20년간 우리에게 의장국 자리는 안 오겠지만 의장국을 맡으면서 얻은 신뢰를 바탕으로 선진국과 개도국 갈등을 조정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준규 재정부 대외경제자문관은 “글로벌 지배구조가 바뀌고 있는 시기인 만큼 개도국 입장이 지속적으로 반영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의장 역할을 하면서 ‘개도국의 맏형’으로서 신뢰를 쌓으면서 선진국엔 ‘말하면 통하는 나라’라는 평을 얻었다”며 “건국 이래 우리가 다른 나라에서 이런 신뢰를 받은 적이 없는 만큼 ‘정직한 중재자’ 지위를 잘 살려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인적·지적 네트워크 살려야=정상회의 둘째 날인 12일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G20 장관들에게 의장국 장관으로서 이번 행사의 마지막 점심을 사면서 “지난 2년간 우리가 어떻게 만났으며, 어떻게 눈물을 흘렸고, 어떻게 함께 위기에 맞서 미래로 전진했는지를 가슴 깊이 담겠다”고 말했다. 신제윤 차관보는 국제회의에서 가장 중요한 것으로 콘텐트·국력·영어를 꼽는다. 우선순위로 따지면 영어가 제일 밀린다고 했다. 영어가 안 되면 콘텐트나 국력으로 커버할 수 있기 때문이다. G20 주역들을 초반에 많이 힘들게 한 것은 ‘콘텐트의 빈곤’이었다. 영어는 잘 들리는데 배경지식 부족으로 이해하기 힘든 경우가 많았다.



 그럼 국력과 콘텐트의 부족을 어떻게 메웠을까. 신 차관보는 “발품을 팔아 안면장사를 했다”며 “남의 머리도 많이 빌렸다”고 말했다. 이렇게 힘들게 쌓아온 지적 자본과 인적 자본을 잘 활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정부 조직·문화 바뀌어야”=G20을 경험한 공무원의 인적·지적 자산을 잘 살려나가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은 아이러니하게도 공무원 조직 그 자체다. 익명을 원한 정부 고위 관계자는 “행시 기수별로 자리를 이어가는 관행과 순환보직을 당연시하는 분위기가 문제”라며 “본인이 희망하면 계속 근무할 수 있도록 보상체계 등 시스템적인 지원 방식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G20을 비롯한 국제경제 이슈를 관리하는 별도 조직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익명을 원한 국책 연구기관 관계자는 “재정부에 국제금융국이 있지만 현안이 워낙 많아 G20 이슈만을 전담하기는 힘들다”며 “국제금융국을 국제금융실로 확대개편하거나 G20 의제를 관리하는 기획단 등 별도의 조직을 둘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서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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