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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영 기자의 장수 브랜드] 모나미 볼펜

중앙일보 2010.11.16 00:22 경제 9면 지면보기








1960년 학생들이 쓰는 그림물감이나 염료를 수입해 파는 광신화학공업사를 세워 운영하던 송삼석(82) 회장. 62년 일본 거래처 사람들을 만난 송 회장의 눈에 신기한 물건이 들어왔다. 바로 볼펜이었다. 당시 일본에는 볼펜이 널리 사용되고 있었지만 국내에서는 펜촉에 잉크를 묻혀 쓰는 게 일반적이었다. “이렇게 편리한 물건이 있다니….” 송 회장과 광신화학 기술진은 그 길로 일본 볼펜회사를 찾아가 기술을 배웠다. 하지만 성에 차지 않았다. 결국 이들은 자체 연구개발로 제대로 된 볼펜을 만들기로 마음먹었다.



 문제는 잉크를 작은 플라스틱 관에 농축해 넣고 조금씩 잉크가 흘러나오게 하는 것이었다. 이렇게 하려면 볼을 아주 정밀하게 만들어야 했다. 1년여 수많은 실험을 거듭한 끝에 63년 5월 유성잉크를 넣은 볼펜을 국내 최초로 세상에 내놓았다. 볼펜 이름은 ‘모나미153’으로 지었다. ‘153’이란 숫자는 초기 판매가격인 ‘15’원에 제품 탄생연도인 63년의 숫자 ‘3’을 더해 만들어진 것이었다.



모나미는 프랑스어로 ‘내 친구’라는 뜻이었는데, 당시 공장에 다니던 여공들에게 공모를 받아 채택했다. 모나미153 볼펜은 출시 초기부터 선풍적 인기를 끌었다. 잉크병 없애기 운동 등을 벌이면서 볼펜의 편리함을 알린 것도 한몫했다. 67년엔 아예 회사 이름도 모나미로 바꿨다.



 이후 모나미는 플러스펜·사인펜·네임펜·매직·보드마커 등 140여 개 펜 제품을 내놨다. 그중 사인펜은 사인하는 데 편리하다는 뜻에서, 매직펜은 신기하게 써진다는 뜻에서 이름을 붙였다. 사인펜과 매직펜은 인기를 끌면서 고유명사가 아닌 보통명사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여전히 모나미에서 가장 많이 판매되는 펜은 153 볼펜이다. 출시 후 지금까지 34억 개를 팔았다.



 90년대 말 외환위기 당시 경쟁 문구회사들이 잇따라 부도나는 와중에도 모나미는 위기를 넘겼다. 그러나 컴퓨터의 빠른 보급으로 직접 글씨를 쓰는 일이 줄어들다 보니 문구류 매출이 늘어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아버지로부터 회사를 물려받은 송하경(51) 사장은 문구 제조 외에 사무용품 유통으로 발을 넓혔다. 2007년 12월 사무용품 편의점 ‘모나미스테이션’도 열었다. 현재 유통 쪽이 모나미 한 해 매출(지난해 2175억원)의 70%를 차지하고 있다.



 100여 개국에 연간 2000만 달러어치를 수출하고 있다. 가장 많이 수출하는 국가는 문구용품 강국 일본이다. 터키에서는 크레파스 시장의 80%를 모나미 ‘왕자파스’가 점유하고 있다.



최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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