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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자 2만 명 시대 … 취업난에 54%가 생계급여 대상

중앙일보 2010.11.16 00:20 종합 14면 지면보기



북 주민 1000명 중 1명 꼴 넘어와



탈북자 2만 명 시대를 맞아 현인택 통일부 장관이 15일 오전 서울의 탈북청소년 대안학교를 방문해 탈북 학생들을 격려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내에 정착한 탈북자 숫자가 2만 명을 넘었다. 2007년 1만 명을 돌파한 데 이어 3년 만에 2만 명을 기록한 것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15일 “제3국을 통해 지난 11일 항공편으로 60여 명의 탈북자가 입국함에 따라 한국행을 택한 탈북자가 2만 명 선을 넘었다”고 밝혔다. 2만 번째 주인공은 양강도 출신 김모(41·여)씨로 파악됐다. 북한에서 경제적 어려움을 겪어온 김씨는 지난해 국내에 입국한 어머니의 권유로 두 아들과 함께 중국으로 탈출했으며 현재 관계당국의 합동신문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948년 정부 수립 이후 휴전선이나 해상을 통해 극소수로 이뤄진 국내 입국 탈북 사례는 94년 김일성 사망과 이듬해 북한의 대수해 등으로 급증세를 보였다. 99년에는 누적숫자가 1000명을 넘었으며 2000년 3128명을 기록했다. 연도별 입국자도 2000년 300명에서 2002년에는 1000명을 넘어섰고 이후 꾸준히 늘어 지난해는 최대 규모인 2927명을 기록했다. 올해 들어서는 지난달 1979명을 기록해 증가세가 주춤해진 상태다. 중국 등 제3국에서의 입국 수속이 지연되는 데다 한국에서 탈북자의 정착이 예상보다 쉽지 않다는 입소문이 난 데 따른 것으로 관계당국은 파악하고 있다.















 이들 탈북자는 함경도 출신이 77%로 압도적 비율을 차지한다. 통일부 당국자는 “중국과 국경을 마주하고 있는 지역 중 강폭이 좁고 수심이 얕아 도강이 상대적으로 용이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여성이 68%로 높은 비중인 것도 특징이다. 남성보다 북한 내에서의 이동이 자유롭고 제3국에서 체류하기 좋은 것도 여성 탈북이 늘고 있는 요인으로 지적된다.



 탈북자 정착지원 시설인 경기도 안성의 하나원은 99년 7월 150명 규모였으나 2003년과 2008년 증축을 해 750명으로 수용능력을 높였다. 경기도 양주의 분원까지 합치면 1000명을 동시 수용할 수 있다. 올해 예산이 704억원으로 통일부 전체 예산의 46%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높다.



탈북자들은 입국 직후부터 철저한 조사를 받는다. 최근 들어 탈북자를 위장한 북한 공작원이 황장엽 전 노동당 비서를 살해하려 기도하거나 간첩행위를 한 사례가 있어 꼼꼼한 점검이 불가피하다는 게 당국의 설명이다. 탈북자 조사에 참여했던 관계 당국자는 “북한 주민 1000명 중 한 명꼴로 탈북한 상태라 북한에서의 행적이나 거주지역 등을 허위로 진술해도 해당지역 탈북자를 통해 검증하면 곧 들통난다”고 귀띔했다. 신문을 마친 탈북자는 12주의 정착지원 교육을 받는다. 컴퓨터 등 실기뿐 아니라 신용카드를 이용한 물품 구매나 전철·버스 타기 등 현장체험도 프로그램에 포함돼 있다. 하나원에서 쌍둥이 한 쌍을 포함해 113명의 아기가 태어났고, 통일부 직원과 탈북자가 결혼한 사례도 2건 있었다. 통일부는 “국제난민 규정에 따라 남녀를 분리 수용하다 보니 가족들이 교육기간 중 헤어져 있어야 하는 어려움도 있는 게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교육을 마치면 600만원(1인 세대 기준)의 정착 기본금과 1300만원의 주거지원금이 지급된다. 기본금은 300만원을 먼저 주고 나머지 300만원은 3회에 나눠 지급한다. 과거 3000만원가량의 일시금이 지급됐으나 북한 가족을 데려오기 위해 브로커에게 돈을 쓰는 등 부작용이 발생한 데 따라 제도를 바꾼 것이다. 정착한 탈북자들의 월평균 소득은 127만원 수준이다. 고용률도 41%로 일반 국민의 59%에 비해 훨씬 낮다. 국민 3.2%가 받는 생계 급여를 탈북자들은 54%가 받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한국 국적 취득 사실을 숨기고 유럽 등 제3국으로 다시 위장 망명하는 경우까지 나타나고 있다.



  현인택 통일부 장관은 15일 탈북청소년 대안학교를 찾아 학생들을 격려한 뒤 “정부와 국민 모두가 한마음이 돼서 대한민국의 품에 들어온 2만여 명의 탈북자들이 제대로 정착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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