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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한·미 FTA, 나무 아닌 숲 봐야

중앙일보 2010.11.16 00:05 종합 37면 지면보기






김석한
변호사·미 워싱턴 애킨검프 법률회사 시니어 파트너




서울 G20 정상회의 기간 중 한·미 양국 간에 진행된 한·미 FTA 추가 협의는 결렬됐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2011년까지는 한·미 FTA를 통과시킬 생각이지만 그 정치적 동력은 11월 중간선거에서의 민주당 참패로 상당히 상실된 상태다.



  2007년 맺은 한·미 FTA 협정 중 자동차와 쇠고기 부문을 개정해야 한다는 것이 현재 미국 내 정치 흐름이다. 비록 11월 중간선거로 한·미 FTA 협정 체결에 우호적인 공화당이 하원 다수당이 됐지만, 이 같은 기류는 계속될 것이다. 차기 하원 세입위원장인 데이브 캠프(미시간) 등 많은 공화당 의원도 미 자동차 산업이 어렵다고 생각해 이 부문에서 개정이 필요하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게다가 협정에 긍정적이던 민주당 의원들 중 거의 절반이 중간선거에서 낙선했다.



  FTA에 대한 미국인들의 지지가 줄어드는 것도 비준 전망을 불투명하게 한다. 미국인 중 거의 절반이 FTA가 자신의 경제 상황에 좋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 물론 많은 미국 기업인은 한·미 FTA를 지지한다. 이들은 한국이 유럽연합(EU)이나 인도와 FTA를 체결하기 전에 한·미 FTA를 마무리 지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FTA에 대한 대중의 부정적 인식이 커지고 있는 점은 FTA를 지지했다가 중간선거에서 패한 동료 의원들의 처지를 지켜보고 있는 민주당 의원들에게 커다란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다.



 한국의 정치적 환경도 좋지 않다. 많은 한국인은 미국의 자동차 부문 개정 요구가 2007년 맺은 합의를 뒤집는 것이라 생각한다. 쇠고기 역시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시위의 기억 때문에 많은 이가 개방에 부정적이다. 이런 이유로 한국 정부 역시 미국의 요구를 쉽게 받아들일 수 없는 입장이다.



  현재의 접근법으론 한·미 FTA 타결은 기대할 수 없다. 협상이 종반으로 접어든 이때 한국은 협정 타결로 얻을 더 큰 이익을 직시해야 한다. 대부분의 전문가는 한·미 FTA가 한·미 양국의 무역·투자를 신장시킬 기회라 진단한다. 그 효과는 경제적 측면에서만이 아니다. 한국이 주요 아시아 국가 중 미국과 FTA를 체결하는 첫 번째 나라가 된다면 이는 한·미 양국의 안보동맹에도 힘을 실어줄 것이다. 이 같은 양국의 관계 강화는 북한이 후계체제 구축 등으로 불안정한 행보를 보이고, 미국이 아시아에서 중국에 맞설 지역적 균형추 세력을 찾고 있는 상황에선 그 전략적 가치가 더욱 높아질 것이다.



  한·미 FTA가 한국에 가져다 줄 막대한 이점에 비하면 자동차와 쇠고기는 작은 부분이다. 광우병이나 그 외 병원균의 확산이 우려된다면 한국은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에 근거해 즉시 수입중단 등의 조치를 취하면 된다. 자동차 역시 한국에 중요하지만 한·미 FTA 체결로 영향을 받는 많은 산업 중 하나일 뿐이며 개정 내용도 그리 중요한 것은 아니다. 한국 시민과 정치계, 언론은 한·미 FTA로 얻을 수 있는 장기적 이익에 집중해야 한다. 감정적 분쟁에서 벗어나 한국 협상단이 협정을 잘 성사시키도록 도와줘야 한다. 한국은 눈앞의 나무만 바라봐 숲을 보지 못하는 실수를 저질러선 안 된다.



김석한 변호사·미 워싱턴 애킨검프·법률회사 시니어 파트너

정리=이승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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