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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특산물] 김포 문배주

중앙일보 2010.11.10 01:34 종합 25면 지면보기



돌배 향기 피어오르는 40도 전통주 … 석회암 지하수로 빚어야 제맛





소주고리(양조주를 증류시켜 소주를 만들 때 쓰는 옹기)를 올려놓은 가마솥에서 김이 솟는다. 오목한 옹기 윗부분에 찬물을 붓고 기다리자 주전자 주둥이 입구에서 투명한 액체가 방울방울 떨어진다. 중요무형문화재 86호인 문배주(사진)가 만들어지는 과정이다. ‘잘 익은 문배나무 돌배 향이 난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기능보유자인 이기춘(68)씨가 운영하는 문배주양조원이 유일하게 생산한다.



 문배주의 주재료는 조와 찰수수다. 누룩가루에 물을 넣어 밑술을 만들고 조로 밥을 지어 섞는다. 이것이 발효되면 수수밥을 지어 넣고 열흘 뒤 소주를 내린다. 술은 담백하고 맑으며 달콤한 맛이 부드럽게 넘어간다. 맛있다고 홀짝이다 보면 금방 취기가 오른다. 알코올 도수가 40도가 넘기 때문이다.



 이 술의 본산은 평안도다. 이씨의 조부 이병일씨가 어머니에게서 술 빚는 법을 배워 평양 감흥리에서 ‘평천 양조장’을 설립한 것이 시작이다. 이씨의 선친이 1950년 6·25전쟁 때 월남하면서 남한에서도 제조되기 시작했다. 55년 양곡관리법이 제정되면서 술 빚는 것이 금지돼 맥이 끊길 위기에 놓였으나 86년 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되면서 생산할 수 있게 됐다. 이씨의 아들인 승용(35)씨까지 5대에 걸쳐 가업을 잇고 있다.



 문배주가 경기도 김포의 특산물이 된 것은 ‘물’ 때문이다. 이씨는 “좋은 문배주를 만들려면 대동강변 주암산의 석회암층에서 솟아나는 지하수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북한의 물을 쓸 수 없는 형편이다. 이씨는 전국을 찾아 헤맨 끝에 김포시 통집읍 서암리에서 석회암층 지하수를 발견했다. 그래서 94년 서울 연희동에 있던 공장을 현재의 서암리로 공장을 옮겼다. 1년에 400mL 기준으로 30만 병을 생산한다.



 문배주는 2000년 남북 정상회담의 공식 건배주로 선정됐다. 2009년 3월 일본 도쿄에서 개최된 식품전시회에 출품하기도 했다. 입소문이 나면서 일본·중국· 미국 등에도 진출했다. 이씨는 “술병 디자인을 바꾸면서도 평양에서의 맛을 보존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고 말했다.



김포=최모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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