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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소셜 네트워크] 페이스북 만든 사람, 정말 저런 친구야 ?

중앙일보 2010.11.10 00:23 종합 29면 지면보기






부와 명성이냐 아니면 친구냐. ‘소셜 네트워크’는 IT천재가 영웅으로 탄생하는 과정에 숨겨진 이면을 폭로한다. [소니 픽쳐스 제공]



인맥 교류 사이트 페이스북(Facebook). 올 7월 가입자 5억 명을 돌파한 세계 최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다. 미국 경제지 포춘은 페이스북 기업가치가 2~3년 내로 500억 달러(약 55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한다.



창립자는 1984년생 마크 주커버그. 희한한 ‘커뮤니케이션 발명품’ 덕에 최연소 억만장자에 등극했다. 2004년 개발 당시 그는 하버드대 재학 중이었다. 데이비드 핀처 감독의 ‘소셜 네트워크’는 이 전도양양한 SNS의 흥미진진한 탄생 비화다.



 IT천재가 어느 날 갑자기 ‘유레카!’를 외친 끝에 페이스북이 탄생했을까. 그런 식의 익숙한 스토리를 기대하지 마시라. 멋지게 배반당할 것이다. 이 영화는 위인전, 혹은 성공신화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축약본으로 읽는 느낌이다. 페이스북은 ‘진흙탕 싸움’의 결과물이란다.



 더욱 놀라운 건, 마크(제시 아이젠버그)는 남의 아이디어를 훔쳤다! 방법도 치졸하다. “함께 개발하자”는 쌍둥이 윈클보스 형제(아미 해머 1인2역)의 제안을 받은 후 갖은 핑계로 대면접촉을 피하다가 짠, 하고 페이스북을 내놓는다. 회사가 기하급수적으로 커질 전망이 보이자 절친한 친구이자 사업파트너 왈도(앤드류 가필드)와의 우정도 헌신짝 버리듯 버린다.



 ‘소셜 네트워크’는 쌍둥이 형제와 왈도가 마크에게 건 소송 절차를 따라가는 법정드라마 형식을 취한다. 탁구공 주고받듯 진실공방이 이어지는 가운데 서서히 한 인간의 됨됨이와 욕망이 발가벗겨진다.



‘천재는 지적 능력에 비해 대인관계가 떨어진다’는 고정관념도 부추긴다. 99번이나 재촬영을 했다는 도입부에서 마크는 못난 소리만 지껄여대다 여자친구 에리카(루니 마라)에게 차인다. 복수심에 불탄 그는 여자친구의 가슴 사이즈를 공개하는 글을 블로그에 올리고 ‘여대생 얼짱 인기투표’ 사이트를 만들어 학교 시스템을 다운시킨다. 피해자 입장인 윈클보스 형제도 부유한 아버지한테 기대지 않으면 아무 것도 못하는 도련님으로 묘사된다. 냅스터로 음반사들의 저작권 소송 폭탄을 맞았던 숀 파커(저스틴 팀버레이크)가 일찌감치 돈방석에 올랐지만 걸맞은 도덕성은 갖추지 못한 인물로 그려진 점도 흥미를 더한다.



 영화를 보고 나면 이 모든 게 실화인가 싶은 궁금증이 생길 것이다. 벤 메즈리치의 미발간 소설을 원작으로 했고 ‘웨스트윙’의 작가 애런 소킨이 각본을 쓰기 위해 관련자들의 인터뷰 등을 취재한 내용이 추가됐다고 하니, 논픽션과 픽션의 중간쯤에 해당할 듯싶다. 대사량이 꽤 많고 플래시백이 잦은 이 영화는 숨 돌릴 틈을 허락하지 않고 진실게임의 종말을 향해 빛의 속도로 달려간다.



 지난해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를 흥행시켰던 데이비드 핀처의 연출력은 단연 두드러진다. “하버드 내 노벨상 수상자 19명, 퓰리처상 수상자 15명, 미래의 올림픽 출전선수 2명, 영화배우 1명만큼 대단한 인물”이었는진 모르지만, 성공을 위해 우정을 저버린 천재를 지켜보는 뒷맛은 씁쓸함에 가깝다. 18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기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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