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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국 이익만 챙기다 대공황 부른 1930년대 과오 되풀이 말아야”

중앙일보 2010.11.10 00:23 경제 8면 지면보기



서울대 국제문제연구소 ‘통화전쟁과 경제 회복’ 국제회의



9일 오전 서울대에서 ‘통화전쟁의 진행과 세계경제회복’이란 주제로 열린 국제회의에서 제프리 삭스 컬럼비아대 교수(왼쪽), 구로다 하루히코 아시아개발은행(ADB) 총재(가운데), 윤영관 서울대 외교학과 교수가 토론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글로벌 경기회복에 걸림돌은 무엇인가. 위안화 절상 등 환율 문제는 또 어떻게 봐야 할까. 서울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이틀 앞둔 9일 서울대에서 서울대 국제문제연구소·금융경제연구원과 미국 컬럼비아대, 아시아개발은행(ADB)이 공동으로 ‘통화전쟁의 진행과 세계경제 회복’을 주제로 국제회의를 열었다. 유엔새천년개발프로젝트를 주도하는 저명한 경제학자인 컬럼비아대 제프리 삭스 교수와 노벨 경제학상 후보자로 꼽히는 호주 경제학자 맥스 코든 등이 참석했다.



 ▶윤영관 서울대 외교학과 교수(서울대 국제문제연구소 소장)=최근 글로벌 위기의 근본원인은 지적인 오만이었다. 시장은 언제나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맹신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는 자유무역과 금융 국제화를 특징으로 하는 30년간의 신자유주의 시대에 종언을 고했다.



 지금 세계는 1930년대 초반과 유사점이 많다. 당시 각국은 자기만 생각했고, 공동 번영을 위한 정책 공조 기회를 허비했다. 미국의 비협조와 영국의 리더십 상실로 인한 리더십 공백은 1933년 런던 회의의 실패로 이어졌다. 이는 대공황과 제2차 세계대전으로 이어지는 계기가 됐다.



 전후 글로벌 경제질서는 국제통화기금(IMF)이나 세계은행, 세계무역기구(WTO) 같은 국제기구 네트워크 위에서 세워졌다. 하지만 과거의 교훈은 지금 정책당국자에겐 너무 먼 얘기다. 당장 자국이익을 먼저 내세우라는 국내 정치적 압력이 너무 거세다. IMF 등 국제기구를 활성화해 문제를 푸는 게 우선이다.



 G20이 다자간 자유무역 협상인 도하 라운드의 진전을 이끌어 낸다면 글로벌 경제안정에 계기가 될 것이다. G20은 지난달 경주에서 거시정책 공조를 위해 회원국 간의 상호평가(MAP)에 합의했다. 여기에 더해 IMF가 미국과 중국 같은 강대국의 정책을 감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환율과 글로벌 불균형 이슈에 G20이 합의하지 못한다면 보호주의와 무역전쟁은 격화될 것이다. 성공하든 실패하든 서울 G20 정상회의는 전후 글로벌 정치경제의 시대를 가르는 분수령이 될 것이다.



 ▶맥스 코든 멜버른대 명예교수=위안화는 경제 펀더멘털에 비해 과소평가되고 있는가. 만약 외환시장 개입을 하지 않으면 환율이 어떻게 움직이는지가 기준이라면 위안화는 과소평가됐다. 중국이 시장개입을 중단하면 위안화 가치가 올라갈 것이다.



 하지만 다른 기준도 있다. 중국이 자본수출에 대한 규제를 한꺼번에 푼다면 위안화 가치는 아마 적어도 한참 동안 떨어질 것이다. 따라서 위안화는 ‘아마도 과소평가됐다’ 정도가 답이다.



 시장개입은 끝내야 되나. 언젠가는 그래야 된다. 그러나 그 시점은 중국 정부나 중국 중앙은행에 맡겨둬야 한다. 위안화 환율을 고정시킨다는 것은 중국이 미국으로부터 통화 팽창을, 그래서 인플레이션을 수입하는 위험에 그대로 노출된다는 얘기다. 따라서 환율을 시장에서 맡기는 것은 조만간 중국의 이익에도 부합될 것이다.



 우리가 플라자 합의 같은 환율조정에 합의해야 할까. 아니다. 미국은 자국 고용시장을 살리기 위해 양적 완화를 포함해 통화를 찍어내고 있다. 이는 다른 통화 대비 달러의 약세를 가져올 것이다. 어떤 나라는 미국의 통화팽창 효과를 상쇄하기 위해 외환시장에 개입하겠지만 그 같은 개입은 인플레 압력 등 나름의 대가를 치러야 한다. 따라서 자국 통화가치의 상승 압력을 완화하기 위해 어느 정도 시장개입을 할지는 각 나라에 맡겨두면 된다. 이건 국제적 합의를 할 문제가 아니다.



 ▶구로다 하루히코 아시아개발은행(ADB) 총재=아시아 경제는 올해 8.2%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아시아 개도국이 글로벌 위기에서 벗어나는 회복의 엔진 역할을 한 셈이다. 도전과제도 있다. 우선 글로벌 경기회복세를 강력하게 이어가는 것이다. 향후 몇 년간 선진국 경제는 약세를 면치 못할 것이고 개도국은 이런 선진국의 수요에 기반해 탄탄한 성장가도를 달리기 힘들 것이다. 경제성장을 위해선 (선진국 이외의) 더 다양한 토양이 있어야 한다.



 장기적으로 세계의 도전과제는 인구 노령화와 기후변화다. 2050년까지 65세 인구는 두 배 이상이 될 것이다. 아시아·태평양 국가는 세계의 다른 어느 나라에 비해 기후변화에 취약하다. 당장 국제사회의 토론은 경기 부양이나 재정적자 감축이냐에 집중돼 있다. 더 멀리 봐야 한다. 정책당국자는 생산성을 높이는 구조적이고 공급 측면의 정책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한다. 생각은 글로벌하게, 협력은 지역적으로, 행동은 국가 단위로 펼쳐 나가야 한다.



 서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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