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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간티 “기술 자체를 가진 기업보다는 애플리케이션 찾은 기업이 성공한다”

중앙일보 2010.11.10 00:19 경제 2면 지면보기



[스페셜 리포트 ] 국내 최대 지식 콘서트 ‘테크플러스 2010’



많은 관람객이 9일 서울 잠실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테크플러스 2010’ 포럼에 참석해 강연을 보고 있다. 무대 위에 설치된 대형 화면에선 강연자의 얼굴과 강연 내용이 비춰지고 있다. 이번 포럼에선 ‘이노베이트 코리아:세상을 바꾸는 아이디어’라는 주제로 19명의 국내외 유명 연사가 강연한다. [오종택 기자]















‘테크플러스 2010’이 개막한 9일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선 ‘세상을 바꾸는 아이디어’(Ideas Changing the World)’라는 슬로건으로 ‘지식의 콘서트’가 펼쳐졌다. 무대 위의 가수는 기술·문화·경제 각 분야의 혁신을 이끄는 전문가들이고, 이들에 환호하는 관객은 새로운 지식을 원하는 시민과 학생들이었다. 체육관 중앙 3개의 대형 스크린 아래에 마련된 무대에 연사가 오르면 청중들은 이들의 강연에 고개를 끄덕이고 손뼉을 치고 중간중간 음악이 흐를 때면 함께 흥얼거렸다.



올해 2회째인 ‘테크플러스 2010’은 호텔 회의장에 500~600여 명이 참가하는 다른 포럼과는 규모부터 다르다. 대형 체육관에서 개최돼 많은 시민이 참여할 수 있다. 포럼은 9~10일 이틀간 ▶기업생태계(ECO)-기업, 새로운 게임을 시작하다 ▶예술(ART)-기술, 예술을 품다 ▶첨단(EDGE)-아이디어의 탄생 ▶감성(TOUCH)-혁신, 감성을 자극하다 ▶통찰(INSIGHT)-세상을 보는 눈 등 5개 세부 프로그램으로 구성됐다. 포럼에는 5500여 명이 등록해 첫날인 9일 3800여 명이 참석했다.



 첫날 황창규 지식경제 연구개발(R&D)전략기획단장과 주요 연사들은 ‘인간을 감동시키는 기술의 개발과 지식 공유’를 강조했다. 남색 재킷에 베이지색 바지를 입고 자전거를 끌며 무대에 오른 황 단장은 ‘산업기술혁신 비전(VISION) 2020 전략’ 발표를 통해 “그동안 우리는 산업 발전 자체에만 매몰됐다”며 “이제는 사람을 향하고, 사람을 위하고, 사람을 감동시키는 기술 개발에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미래사회는 글로벌화 심화, 고령자·여성 등 신흥 거대 인구집단의 부상, 자원·환경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위협, 융·복합화 기술 확대 등 4개의 흐름이 지배할 것”이라며 “이런 미래에 대비한 우리의 발전전략으로 주력 산업의 고도화, 신기술의 거대 산업화가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그가 말한 고도화 대상은 원자력 발전, 고속철도, 고부가가치 선박, 전기자동차, 스마트 그리드(지능형 전력망), 반도체 산업이다. 또 로봇, 탄소기반 소재, 모바일 게임, 천연 의약품, 유전자 분석과 같은 신기술을 더욱 규모 있게 발전시켜야 한다는 주장이다. 황 단장은 R&D전략기획단이 내년 상반기 중으로 이를 위한 산업별 세부 전략을 수립해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시각장애인용 자동차를 만든 버지니아 공대 데니스 홍 교수는 “우리는 흔히 ‘운전’을 앞을 볼 수 있는 비장애인의 전유물로 생각하지만 운전을 하기 위해 시력 이외에 다른 요소의 존재에 대한 믿음을 버리지 않았다”며 “기술은 인간을 자유와 독립의 세계로 이끌어야 한다”고 말했다. 홍 교수는 지난해 레이저 거리측정기와 음성지시 소프트웨어 등을 이용해 시각장애인이 운전할 수 있는 자동차를 개발해 큰 주목을 받았다.



 그는 “시각장애인용 자동차를 만들면서 한 가지 배운 것은 많은 정보가 운전자에게 꼭 좋은 것은 아니라는 점”이라며 “최적화된 정보가 무엇인지 연구 중”이라고 말했다.



 이탈리아 밀라노 폴리테크니크의 로베르토 베르간티 교수는 “기술이 소비자에게 의미 있는 가치를 제공하지 못한다면 이익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며 “경쟁력을 높이고 차별화하기 위해서는 기술 자체보다는 기술에 뭔가를 더하는 ‘기술 플러스’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성공하는 기업을 보면 기술을 가진 기업이 아니라 기술 플러스를 통해 적절한 애플리케이션(응용프로그램)을 먼저 찾은 회사라고 덧붙였다. 예컨대 그는 ‘퀵 북스’로 불리는 중소기업용 회계 프로그램의 성공 비결에 대해 소개했다. 이를 만든 회사는 제품을 소비자에게 알릴 때 다른 기업처럼 ‘회계 작업을 하고 싶을 때 이 프로그램을 사라’고 하는 대신에 ‘회계 작업을 하고 싶지 않으면 이것을 사라’고 알렸다고 한다. 이를 두고 그는 “회계 프로그램의 의미를 바꿔 성공할 수 있었다”며 “기술 자체가 아니라 사람에게 전달되는 ‘의미’에 가치를 부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보의 관리와 지식 공유의 중요성에 대한 목소리도 높았다. HP의 타드 브래들리 수석 부회장은 “18개월마다 세계 디지털 콘텐트의 수가 두 배로 늘고 있어 연결성 및 정보 전달 능력에 대한 수요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며 “현 시점의 주요 과제는 정보의 흐름을 효과적으로 관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실행이 없는 비전은 망상에 불과하다’는 에디슨의 말을 좋아한다”며 “신용카드를 사용하는 것처럼 간단하게 스마트폰·컴퓨터 등 다양한 기기로 언제 어디서나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유비쿼터스 환경을 구축해 나가는 데 앞장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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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랑스 인시아드 경영대학원 이브 도즈 교수는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다국적 기업은 특히 정보와 지식을 공유하고 융합하는 데 힘써야 한다”며 “새로운 사업을 추진할 때 ‘왜 필요한지’에 대해 비전을 공유해야 하고 문제 해결 과정에 대한 공통된 규칙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전통적으로 기업들은 자국을 기반으로 다른 시장으로 진출하고 하지만 이제는 핵심 지식과 기술이 어디 있는지 파악하고 이를 혁신하도록 노력해야 한다”며 “그래야 글로벌 시장을 장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포럼에 일반인으로 참가한 나문하(61)씨는 “나는 촌사람이지만 유비쿼터스 시대에 살아야 하기 때문에 멀리 강원도에서 첨단기술 축제인 테크플러스에 왔다”며 “도서관에만 처박혀 있지 말고 밖에서 경험하고 체험하라는 (소프웨어 개발업체 바닐라 브리즈 대표인) 한다윗씨의 강연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아름다운가게 송기호(36) 국장은 “세계적 디자이너인 카림 라시드 강연을 통해 재활용 디자인에 대해 더 깊게 생각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글=염태정·송지혜 기자

사진=오종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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