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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칼럼] 시간이 빚어낸 예술, 얼굴 국가과기위 상설화

중앙일보 2010.11.10 00:18 경제 4면 지면보기






김영선 이지함화장품 대표



아침저녁으로 제법 선선해지나 싶더니 어느덧 초겨울 날씨다. 찜통더위가 기승을 부린 게 엊그제 같았는데, 이럴 땐 역시나 시간의 힘을 절감한다. 책상 위엔 최고경영자(CEO) 모임 초청장이 쌓여 있고, 학술대회·문화행사를 알리는 연락도 잦아졌다. 어느새 연말이 다가왔다는 신호다.



 화장품 회사를 경영하다 보니 CEO 행사 때마다 나는 이야기의 주제만큼이나 상대방의 얼굴, 특히 표정·피부·안색에 관심을 갖는다. 그런데 ‘CEO의 얼굴’ 혹은 그 이미지가 담고 있는 메시지가 적지 않다. 어떤 때는 대화 내용은 물론 그 사람의 분위기, 보이지 않는 깊이까지 드러내곤 한다.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국격(國格)이라는 표현이 유행어가 되고 있다. 그런데 잘 따져보면 개인 인품에도 ‘격(格)’, 고유한 이미지가 있다. 이마의 주름 한 자락, 코 아래 점 하나도 그 사람의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이때의 이미지는 흔히 말하는 ‘잘생겼다’ ‘아주 예쁘다’ 같은 이목구비를 의미하는 게 아니다. 오히려 그 사람의 인생을 올곧이 담은 ‘부드러운 노화(老化)’라고 해야 할까. 다른 말로 표현하면 ‘시간이 빚어낸 예술’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대화 중간 중간에 드러나는 제스처, 말투, 습관을 유심히 살펴보면 그 사람이 경영하는 조직의 규모나 실적까지 어림짐작할 수 있을 때가 있다. 회사가 탄탄할수록 CEO의 얼굴빛은 부드럽고 목소리는 신중하면서도 자신감이 배어 있다.



 우리 회사의 경영 모토는 ‘건강한 피부 자신감’이다. 겉모습을 아름답게 하는 데 목표가 있는 것이 아니다. 피부를 건강하게 관리해 궁극적으로 자기 이미지에 맞는 ‘표정’으로 가꿔주고 싶다는 바람에서다.



 분명한 것은 피부든, 인품이든 격을 높이려면 공을 들여야 한다는 사실이다. 40대가 넘어서도 ‘타고난’ 피부를 유지하는 경우는 아주 드물다. 얼마나 잘 관리하느냐가 관건이다. 사실 요즘 피부 미인은 대부분 꼼꼼한 관리에서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사소해 보이는 작은 노력이 큰 차이를 보이게 마련이다.



 격이 다른 얼굴은 어떤 모습일까. 한 시대가 요구하는 이상적인 얼굴에는 시대상이 반영된다. 중세의 황제는 기름진 음식을 먹어 퉁퉁해진 얼굴을 하고 있다. 당시엔 살찐 얼굴이 부의 상징이었다. 지금은 여성스러운 얼굴에 ‘식스팩’까지 갖추고 있어야 ‘꽃미남’ ‘꽃중년’ 소리를 듣는다.



 그 반대 사례도 있다. 영국의 노처녀 수전 보일의 성공 스토리가 지구촌에 감동을 준 적이 있다. 어린 시절 학습 장애로 놀림을 받았고, 홀어머니 병 수발로 고단한 삶을 살아왔던 이 시골뜨기는 TV 프로그램에 출연해 ‘나는 꿈을 꾸었죠(I dreamed a dream)’를 불러 청중을 매료시켰다. 보일은 TV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고 “꼭 자동차 차고 같다”며 웃었지만 사람들은 ‘도전하는 얼굴’을 보면서 감동했다. 열창하는 보일의 얼굴에는 그의 열정과 도전의지가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그래서일까, 내 눈에 평생 뮤지컬 배우가 되길 바랐던 보일의 얼굴은 ‘시간의 예술’로 비춰졌다.



 이렇듯 한 사람의 얼굴엔 그의 인생 이력이 빼곡하게 쌓여 있다. 그 얼굴이 ‘시간의 예술’이 돼서 다른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는 것, 여기에 조금이나마 힘을 보태는 화장품 CEO로 사는 일은 그래서 행복하다.



김영선 이지함화장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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