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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을 바꾸는 사람들 ③ 창의적교수법연구회

중앙일보 2010.11.10 00:15 Week& 10면 지면보기



학생끼리 서로 가르치게 했죠 … 잘 설명하려고 책 더 많이 봐요



서울 미술고 1학년 5반 학생들이 권순현 교사가 가르치는 멘토·멘티 수학시간에 4명씩 팀을 이뤄 친구끼리 수학을 가르쳐 주고 있다. [김경록 기자]



교수학습법 중엔 ‘학습자중심학습(Learner-centered Learning)’이란 이론이 있다. 교사 위주의 지식 전달에서 벗어나 학생이 주인공이 되는 수업 형태다. 초임교사 때 누구나 배우는 기법 중 하나다. 그러나 입시에 내몰린 교실에서는 교사는 강의하고 학생은 듣기만 하는 수업이 반복된다. ‘문제의 원인은 교사에게 있다’며 창의적교수법연구회를 만든 교사들이 있다. 이들은 ‘강의하지 말고 참여시켜라’를 기치로 내걸고 올 봄부터 학교 수업을 학생 참여형으로 바꿔 나가고 있다.



글=박정식 기자

사진=김경록 기자



#1. 이유남 서울 교동초 교감은 지난해 노량진초와 올해 교동초에서 ‘40/10/4’ 수업을 선보였다. 수업은 40분을 넘지 않고 10분 단위로 전개방식을 바꾸며 4분마다 학생들이 활동하게 하는 기법이다. 밥 파이크의 ‘90/20/8’ 원칙을 초등학교에 맞춰 바꾼 것이다.



 수업은 내용부터 과제까지 모든 과정을 학생들이 만들도록 했다. 예를 들어 산과 자연보호에 대해 배우는 수업이면 먼저 노래·율동·게임 등을 하며 가을풍경 동영상을 감상한다. 영상을 보고 느낀 점, 산과 관련된 개인 경험 등에 대해 친구와 이야기를 나눈다.



 이어 산을 보호해야 하는 이유를 배운다. 교사는 학습목표와 학습도구 사용법만 제시하고 학생들은 토의·발표·마인드맵·그림카드 등으로 서로 생각을 주고받는다. 그 과정에서 산이 주는 혜택, 산이 황폐화되면 미치는 피해, 산을 복원하는 법 등 다양한 내용이 쏟아진다.



 수업활동은 개념을 서술하기보다 이미지를 많이 활용하는 점이 특징이다. 친구와 얘기하거나 교과서를 배울 때 머릿속에 연상되는 이미지를 그림이나 마인드맵(꼬리에 꼬리를 물으며 생각을 가지치기하는 방법)으로 그린다. 6칸 네모에 이미지를 그려 친구끼리 같은 그림을 찾는 빙고를 하거나 삼행시를 짓는 놀이도 한다. 이를 모아 미술관처럼 교실 벽에 전시해 친구의 생각을 살펴본다.



 6학년 안세휘·홍승준군은 “원주율을 배울 때 컵·깡통을 이용해 직접 측정해본다”며 “선생님에게 설명만 듣던 수업보다 재미있고 흥미롭다”고 입을 모았다. 이 교감은 “학습도구는 백지와 포스트잇이 전부라 수업준비 부담도 없다”고 말했다. “중요한 건 학생이 스스로 성과물을 만들어 성취감을 맛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이 교감은 수업 3원칙을 학생들에게 적용한다. 수업 전엔 잡념 없애기, 친구와 협력하기, 교육과정과 연계하기를, 수업 후엔 활용계획 세우기, 축하하기, 배운 내용 하나로 묶기를 유도한다.



#2. 서울 미술고 학생들은 이과계열 교과, 특히 수학을 가장 어려워한다. 아니 혐오할 정도다. 대학 예술계열 응시자에겐 수능시험에서 수학이 선택과목인 점도 원인 중 하나다. 20년 경력의 권순현 수학교사는 회의에 빠졌다. “시간이 지날수록 자괴감에 수업이 어려웠다”며 속앓이를 했다. 그때 창의적교수법을 만나 자신의 수업방식을 바꿨다.



 권 교사는 학생끼리 멘토·멘티가 돼 서로 가르치고 배우는 방식을 도입했다. 권위적으로 비춰지는 교사의 지시보다 친구가 알려주는 전달방식이 더 효과적이라고 생각했다. 수학성적이 최상·상·중·하로 구성된 학생 4명이 한 조가 된다.



최상·상위가 중·하위를, 1명이 조 전체를, A조가 B조를, A조 1명이 B조를 가르치는 식의 다양한 방법으로 수업을 진행했다. 최상위가 상·중위를 가르치면 상·중위가 하위를 가르쳐주는 전달방식 수업도 한다. 그 뒤 쪽지시험을 봐 성적이 좋은 조에게 칭찬 티켓 등으로 보상한다.



 이 수업을 받은 1학년 한원석군은 중학교 때 바닥을 맴돌던 수학 성적이 지금은 90점대까지 올랐다. 한군은 “친구를 이해시키려고 내가 더 많이 공부하게 됐다”며 "수학이 이렇게 재밌는지 몰랐다”고 자랑했다.



권 교사는 학생들이 개념 주입이 아니라 수학을 공부하는 이유를 깨닫도록 하는 데 수업의 초점을 뒀다. 수업 전엔 교과나 단원의 목차를 쓰게 했다. 수업 뒤엔 배운 용어와 개념을 마인드맵으로 정리하거나 그림으로 그려 친구에게 설명하게 했다. 퀴즈대회도 열어 흥미를 북돋았다.



그는 “예전엔 교사가 모두 설명해줬을 것들”이었다며 “학생 스스로 탐구할 기회를 준 것이 수학에 대한 관심과 성적 향상의 촉진제가 됐다”고 말했다.









서울 미술고 권순현 교사



올 4월 백일순 서울 동원중 교장을 중심으로 이 교감과 권 교사 등 뜻이 맞는 교사들이 모여 창의적교수법연구회를 창립했다. 밥 파이크의 창의적교수법에 대한 국내 연수를 받은 회원들이 주축이 됐다. 회원수도 100여 명으로 불어났다. 이 교감과 권 교사에겐 전국에서 강의 요청이 몰리고 있다.



창의적 교수법(Creative Training Techniques)=미국 밥 파이크(Bob Pike) 박사가 학생의 학습능력·기억능력·실용능력을 높이기 위해 창안한 교수학습법. 교사의 개입을 줄이고 학생의 참여를 중시한다. ‘90/20/8(수업이 90분을 넘지 않고 20분마다 변화를 줘 8분마다 학생이 참여한다)’ ‘개념은 6번 반복한다’ ‘수업 중 작은 성공을 맛보게 한다’ 등의 원칙으로 학습동기를 북돋는 점이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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