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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봤습니다] 박정식 기자의 수원 천일초 모의 G20 정상회담

중앙일보 2010.11.10 00:15 Week& 5면 지면보기



미국 대통령, 독일 총리 돼 핵·인권 문제 얘기해봤어요





3일 경기도 수원 천일초 어학실에서는 ‘2010 천일어린이나라 모의 G20 정상회담’이 열렸다.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를 본떠 모의회의를 진행한 것이다. 이날 학생들은 영어로 국제 현안에 대해 토론하고 자료를 조사하며 의견을 발표했다. 그 현장을 찾아갔다.



글=박정식 기자

사진=황정옥 기자



“세계 현안과 대안, 영어로 논의했죠”



“대통령 아저씨들도 우리처럼 이해관계 없이 지구촌의 평화와 행복만 고민해 주세요.” 천일초 학생들은 모의 정상회의가 끝난 뒤 2010 G20 서울 정상회의(11~12일 개최)에 참가하는 각국 대통령들에게 전하는 바람을 적은 손 팻말들을 흔들어 보였다. 팻말엔 ‘G20의 모든 나라는 지구촌의 평화와 행복을 위한 연구와 실천에 참여한다. 전쟁 예방에 노력한다. 어린이 보호를 위해 최선을 다한다’ 등 영어로 쓴 3대 원칙이 적혀 있었다.



 이날 학생 20명은 미국 대통령, 사우디아라비아 국왕, 독일 총리, 베트남 주석 등 G20 국가 정상으로 변신했다. 쪽빛 한복을 입고 한국 대통령으로 분장한 장수민(12)군의 개회사가 끝나자 각국 대표 학생들의 발표가 이어졌다. 모든 발표와 대화는 영어로 진행됐다. 학생들은 ‘지구촌의 평화와 행복’을 주제로 아동인권보호·지구온난화·핵무기감축·기아사망·온실가스·환율조정 등 지구촌이 앓고 있는 각종 현안을 제기하고 대안을 촉구했다.



 각국 대표 학생들의 제안은 이해득실을 고민하는 실제 G20 정상들의 입장과 달라 관람객인 학부모와 교사들의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G20정상회의에서 각국은 늘어나는 대중국 무역적자의 원인을 중국 탓으로 돌리고 있다. 그런데 중국 후진타오 주석을 맡은 고은(8)양은 “세계 물가안정을 위해 국제공용통화를 만들자”고 제안했다. 동북아에서 미국·일본과 군비 경쟁을 하고 있는 러시아지만, 드미트리 대통령을 맡은 조효진(10)양은 “핵 살상무기 개발을 강력히 반대한다”고 주장했다.



 가난한 나라에 대한 부자 나라의 지원도 촉구했다. 특히 기아·질병·노동착취·빈곤에 내몰려 사망하는 어린이들에 대한 보호조치를 강화하는 데 의견을 모았다. 이철규 지도교사는 “연설문은 학생들 스스로 자료를 찾고, 도움 없이 직접 쓰고 고치기를 반복해 완성한 글”이라고 말했다.



 “여러 나라 전통문화 알아본 시간”









경기 수원 천일초 학생들이 교내 모의 G20 정상회의를 열고 각 나라의 국기 앞에서 지구촌 평화와 행복을 기원하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황정옥 기자]







학생들은 각자 나라별 전통의상을 차려 입고 등장했다. 브라질 룰라 대통령으로 분장한 정예림(7)양은 은빛 깃털 왕관과 출렁이는 액세서리로 몸을 치장해 브라질의 삼바축제를 떠올리게 했다. 인도 총리가 된 김유정(8)양은 이마에 ‘빈디’를 찍고 노란 천으로 몸을 휘감아 부르카(인도 여성전통의상)를 흉내냈다.



 사우디아라비아 국왕으로 변신한 오유민(11)양은 몸을 휘감는 긴 흰색 천을 머리에 쓰고 머리띠까지 둘렀다. 일본 총리로 나선 곽유진(10)양도 푸른색 기모노 차림으로 한껏 멋을 냈다. 곽양은 “전통의상을 입고 연설을 하니까 실제 그 나라를 대변하는 정상이 된 느낌”이라며 “발표할 때 말 하나하나에 책임감을 느꼈다”고 전했다. 피자·찹쌀떡·카레 등 각 나라를 대표하는 음식도 만들어 와 회의석상을 채웠다. 책상과 벽은 각국 국기로 덮여 어학실이 형형색색으로 물들었다.



 전통의상과 음식 마련은 학생들에게 또 다른 배움이 됐다. 이를 위해 나라별 언어·의식주·위치·기후·생산품·정치체제·문화 등도 조사했다. 스스로 재료를 구해 만들어 봄으로써 외국 문화를 이해하고 체득하게 되는 것이다.



 올 초부터 베트남의 한 소년을 후원하고 있다는 오양은 “나라 간 협력의 중요성을 배운 시간”이라고 말했다. 의장을 맡은 한국 대표 장수민(12)군도 “이번 경험으로 꿈을 의사에서 대통령으로 바꿨다”며 “행복 바이러스를 퍼뜨리는 글로벌 리더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이 교사는 “교과지식으로만 머물렀던 영어 능력을 학생들이 실제 상황 속에서 스스로 활용하는 기회가 됐다”며 모의회의의 의의를 설명했다. 이어 “시험공부로만 생각했던 외국어 학습 동기와 무관심했던 세계문화를 이해하는 자극제가 됐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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