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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칼럼] 쿠릴열도에 대한 일본의 입장

중앙일보 2010.11.10 00:10 종합 37면 지면보기






고이케 유리코
일본 자민당 총무회장




1일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은 일본과 영토분쟁을 겪고 있는 쿠릴열도(일본명 북방영토)의 구나시리 섬을 전격 방문했다. 구나시리를 비롯해 에토로후·시코탄·하보마이 등 쿠릴열도 남방 4개 섬은 현재 러시아가 점령 중이다. 이번 방문은 광물 자원이 풍부한 남방 4개 섬을 일본에 넘겨줄 의사가 전혀 없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그러나 이번 조치로 러시아는 경제 현대화에 필요한 일본의 지원을 얻기 힘들게 됐다. 또한 아시아에서 중국이 영토 야망을 키워 가고 있다는 점을 간과한 전략적 실수라 할 수 있다.



 러시아는 태평양 지역에서 안보상 이익을 얻기 위해 더욱 공세적으로 나가야 한다고 인식한 듯하다. 문제는 그 방향이 잘못됐다는 것이다. 러시아는 일본이 태평양전쟁에서 항복한 지 3일 후인 1945년 8월 18일 쿠릴열도 남방 4개 섬을 점령했다.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최근 블라디보스토크를 방문해 “극동 지역의 사회·경제적 발전이 러시아의 우선 과제”라고 선언했다. 그러나 러시아는 남방 4개 섬을 계속 점령함으로써 극동 지역 개발을 위한 일본의 참여를 막고 있다. 그 결과 극동 지역 개발은 중국이 독점하다시피 하고 있다. 보리스 옐친 전 러시아 대통령은 집권 당시 남방 4개 섬의 일본 반환에 대한 필요성을 어느 정도 느끼고 있었다. 그러나 러시아 내 극우세력의 반발 때문에 반환 노력이 좌절됐다.



 일본 민주당 정권도 아시아에서 새로운 세력균형을 이루는 데 러시아가 기여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하토아먀 유키오 전 총리가 교착상태에 빠진 러·일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주러 대사로 임명될 수 있다는 루머도 돌고 있다. 하토야마 전 총리는 1956년 옛 소련과 일본의 외교관계를 복원한 일·소 공동선언을 이끌어 낸 하토야마 이치로 전 총리의 손자다. 1956년 소련은 남방 4개 섬 중 시코탄과 하보마이를 일본에 돌려주고, 나머지 섬은 반환협상을 계속하기로 합의했으나 합의 내용은 아직까지 지켜지지 않고 있다. 이들 섬에 대한 일본 내 여론은 수십 년간 변함이 없다. 4개 섬을 모두 돌려받기 전에는 양국 간 평화가 이뤄질 수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하토야마 전 총리의 주러 대사 임명은 여론의 반발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하토야마 전 총리가 자신의 조부가 그랬던 것처럼 불평등한 협상을 시도할지 모른다는 우려 때문이다. 정치적 쇼를 위한 대사 임명은 있어서는 안 된다. 더구나 상대가 아시아 세력균형에 중요한 러시아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다행히 일본 국민들은 현 정권의 우유부단한 속성을 깨닫고, 최근 참의원 선거를 통해 현 정권에 따끔한 메시지를 전했다.



 러시아는 그동안 아시아 세력균형을 위한 노력을 방기해 왔다는 점을 인정하고, 남방 4개 섬을 일본에 돌려줘야 한다. 그래야만 일본도 러시아 극동지역 개발에 참가해 전문기술 등을 제공할 수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총리의 경력으로 볼 때 그가 남방 4개 섬을 일본에 반환하려고 노력할 경우 극우세력이 반발할 것 같지는 않다. 푸틴 총리가 쿠릴열도 문제를 해결할 전략적 비전을 발휘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고이케 유리코 일본 자민당 총무회장

정리=정현목 기자 ⓒProject Syndic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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