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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일까요] 우등생 책상은 늘 깔끔하다는데 …

중앙일보 2010.11.10 00:08 Week& 13면 지면보기






정리정돈 때문에 자녀와 실랑이를 벌이는 부모가 많다. 하지만 청소년기에 어수선한 환경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중앙포토]



“책상 좀 치워라. 그렇게 산만해서 공부가 제대로 되겠니?” 대부분 가정에서 부모들이 가장 많이 하는 잔소리 중 하나다. 의자에 대충 걸친 옷가지, 제자리를 잃고 책상 위를 마구 뒹구는 책과 학용품. 그 속에서 공부하는 자녀를 볼 때마다 부모는 걱정이다. 하지만 자녀의 대답은 늘 “괜찮다”다. ‘정리정돈을 잘해야 공부도 잘한다’는 부모의 생각이 맞을까, ‘정리정돈과 학습은 상관없다’는 자녀의 생각이 맞을까.



박정현 기자



서울대 기숙사생 50% 정리정돈 잘 안해



실제 공부를 잘 하는 학생들은 정리정돈을 잘할까? 중앙일보 열려라 공부팀은 서울대 기숙사에서 생활하는 학생 157명을 대상으로 ‘정리정돈’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평소 정리정돈을 잘 하느냐’는 질문에 ‘그렇다(80명·51%)’와 ‘아니다(77·49%)’라는 의견이 팽팽히 맞섰다. 하지만 ‘정리정돈이 학습과 관련이 있다고 생각하느냐’는 물음에 대해서는 ‘관련 있다(99명·63%)’는 응답이 ‘없다(58명·37%)’는 의견보다 많았다. 그 이유는 ‘집중력(99명 중 49명·50%)’ 때문이라는 대답이 많았다. 재미있는 것은 ‘정리정돈과 학습이 관계가 있다’고 한 99명 중 68명은 ‘실제 정리를 잘 한다’고 대답했다는 점이다. 하지만 ‘관계가 없다’고 한 58명 중 46명은 실제 정리정돈을 잘 하지 않는 것으로 대답했다.



정리정돈에 중요한 것은 ‘균형’



‘정리를 한다’는 것은 단순히 물건을 제자리에 정리하고, 주변을 깨끗이 청소하는 것만이 아니다.



문요한(더나은삶정신과의원) 원장은 “자기 관리 능력과 뇌의 고위 인지기능과 연결돼 있다”고 설명했다. 사물을 분류하고, 행동의 절차를 수립하며, 이를 단계적으로 실행할 수 있는 전두엽의 인지기능과 관계가 깊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전두엽의 기능이 떨어져 있는 ADHD 아동들의 경우 정리정돈에 어려움을 보이기도 한다.



이에 비해 학습 능력이 뛰어난 아이들은 전두엽의 기능이 잘 발달돼 있어 기본적인 정리정돈도 잘 한다. 그렇다고 해서 ‘정리정돈을 잘 하면 공부를 잘 한다’고 말할 수는 없다고 문 원장은 강조했다. 오히려 전두엽의 기능이 지나치게 활성화돼 있는 강박증의 경우 정리정돈은 기막히게 잘 하지만, 조금만 정리가 돼 있지 않아도 공부를 제대로 못한다. 정리정돈을 하는 데 시간을 다 허비해 결국 학습 능력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문 원장은 “정리정돈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균형”이라고 말했다.



어수선한 주변, 청소년기 자연스러운 증상











“정리정돈과 공부는 경험적으로 봤을 때 꼭 관련 있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최정금(최정금학습클리닉) 소장은 “성적이 상위 0.1% 안에 드는 학생 중에도 정리정돈을 잘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물론 정리정돈이 습관이 되면 사고뿐 아니라 행동을 체계화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 정리정돈이 잘 돼 있으면 집중이 잘 되고, 흐트러진 것이 없어 시각적인 주의력에도 도움이 된다. 준비물이나 교재를 챙기는 데도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



하지만 최 소장은 “청소년기는 과도기적 상태라 체계도 없고 정리가 안 된다”고 설명했다. 이 시기에는 두뇌에 안 쓰는 세포는 없어지고 자주 쓰는 세포는 단단해지며 신경조직이 재조직된다. 그는 “말할 때 두서가 없고, 자주 뭔가 빠뜨리며 정리가 안 되는 것은 청소년기의 특성”이라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정리를 안 한다는 이유로 자녀가 게으르다고 치부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청소년기의 학생들은 체력적으로 피곤하기 때문에 공부와 정리정돈 두 가지를 모두 완벽하게 하기 어렵다. 둘 중 하나에 우선순위를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나 부모들은 청소년기의 정리정돈 습관이 어른이 돼서까지 계속 이어질까 걱정이다. 이를 막기 위해 최 소장은 “온 가족이 함께 날짜를 정해 주기적으로 정리정돈하는 행동을 해야 한다”며 “그러나 정리정돈으로 인해 과도하게 스트레스를 주는 일은 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리정돈 연습은 어려서부터 해야 한다. 『내 아이를 변화시키는 놀라운 정리습관』의 저자 이혜성 씨는 “학년이 올라갈수록 자신의 학습 능력을 고려해서 학습계획을 짜고 운용하는 능력이 필요하다”며 “어려서 정리정돈 습관을 통해 체계적인 사고와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익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유아 때부터 놀이를 통해 재미있게 정리하는 방법을 익힐 것을 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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