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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청소년 성범죄 처벌 납득할만한 근거 필요

중앙일보 2010.11.09 03:21 11면 지면보기








최근에 지적 장애 여중생 집단성폭행 사건을 수사중인 대전지방경찰청 성폭력특별수사대가 가해 학생 16명을 불구속 입건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여론이 들끓고 있습니다.



 경찰에 따르면 A군(17) 등 3명은 지난 5월 중순쯤 인터넷 채팅을 통해 알게 된 B(15)양을 유인해 성폭행했고, 이후 A군이 자신의 학교 친구들에게 B양의 전화번호를 알려줘 6월 중순까지 한 달 여 동안 A군 등 대전지역 4개 학교 고등학생 16명이 B양을 집단으로 성폭행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경찰관계자는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이들 학생들을 모두 형사 입건했지만 “가해학생들이 미성년자인데다 피해자가 강하게 저항하지 않았고 폭력이 행사되지 않았던 점 등을 고려, 불구속 처분했다”고 말했습니다.



 형사소송법 제201조, 제209조, 제70조 제1·2항 등을 종합하면 수사기관은 ‘죄를 범하였다고 의심될 상당한 이유가 있는 피의자’가 다음과 같은 사유가 있으면 구속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피의자가 일정한 주거가 없거나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거나 도망갈 염려가 있을 때입니다. 그런데 수사기관은 위 구속사유를 판단함에 있어서 범죄의 중대성, 재범의 위험성, 피해자 및 중요 참고인에 대한 위해 우려 등도 고려해야 합니다.



 위 법 규정을 위 사례에 적용시켜 보겠습니다. 위 학생들의 일정한 주거는 있을 것이고, 자백하고 있으니까 증거를 인멸할 염려는 없어 보이고 특별히 도망갈 염려도 없어 보입니다.



 그렇다면 범죄의 중대성이라든가 재범의 위험성 기준으로 살펴보겠습니다.



 위 학생들이 파렴치범이라고는 보이지 않습니다. 아직 어리고, 집단의식도 강한 상태에서 별 죄책감 없이 힘 없고 지적인 능력이 떨어지는 피해자에 대하여 위와 같은 행동을 했을 여지가 많습니다.



 하지만 동기가 어찌되었든 피해자라든가 피해자의 가족들 나아가서 이 땅에 자식을 가진 부모들에게는 충격적인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 만큼 단순폭행과는 비교될 수 없는 중대한 범죄란 뜻입니다. 위와 같은 행위를 한 학생들은 주위의 음란 폭력물에 모두 노출되어 있는 상황에서 약한 아이들, 몸이나 정신이 좋지 않은 아이들을 상대로 충분히 다시 성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위 미성년자인 학생들이 반드시 실형에 처해져야 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자신의 행위에 대해서 책임이 무거우면 실형을 받을 수 있고, 그렇지 않으면 집행유예도 받을 수 있습니다. 다만, 위 학생들이 재판에서 어떠한 형을 받든 그것은 나중 문제라는 것입니다.



 우선 수사과정에서 이러한 아동성폭력이라는 범죄의 중대성을 생각해서 구속 수사하는 것이 피해자 가족들에게 조금이나마 마음의 아픔을 덜어 줄 수 있고 위 학생들은 그만큼 자신들의 행위가 얼마나 큰 범죄인지를 깨달을 수 있을 것입니다. 수사기관이 처음부터 구속의 의지가 없어 위 학생들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지 않는 것을 보고 뇌물을 받았느니 피의자 중에 고위층 자녀가 있느니 하면서 수사기관이 직무유기 하는 게 아니냐고 국민들은 생각할 수 있습니다.



 보통 피의자가 자백하는 경우 수사를 마치고 재판에 회부되어 판결이 날 때가지 3개월(사안에 따라 다를 수 있습니다)정도가 걸립니다. 위 학생들이 집행유예 판결을 받더라도 풀려나기 전까지 3개월 정도 구속되어 있어야 하는데, 위 학생들의 행위에 대하여 위 3개월 구속 기간이 아주 길다고는 보여지지 않아 보이고, 피해자나 가족들에게 위 구속기간은 한 없이 짧아 보일 것입니다.



 한편 수사기관은 여러 가지 자료를 바탕으로 하여 내부결재를 거쳐서 결정을 하고 있는데 수사기관은 위 학생들을 수사하면서 법에서 정한 구속사유가 없다고 판단했을 것입니다.



 단지 몇 가지 사실만을 바탕으로 수사기관의 결정을 비판하는 것은 전문적인 수사기관이 합리적인 판단을 하는데 장애가 될 수도 있습니다. 언론에서도 이런 민감한 사안의 경우 정확한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특히 수사기관의 결정 배경 등에 대해서도 충실하게 설명해 주어야 국민들이 오해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전국민이 관심을 갖고 있는 장애인아동 성폭력 사건 같이 민감한 사안의 경우 수사기관이 불구속수사를 함에 있어서는 피해자 등에 대해 납득할 만한 충분한 근거를 갖고 있어야 여론의 질타를 받는 일이 줄어들 것입니다. 처음부터 구속수사를 원칙으로 하고 아주 경미한 특별한 경우에만 불구속수사 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안재홍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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