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해적에게 배 위치 알려준 누군가 있다”

중앙일보 2010.11.09 03:00 종합 2면 지면보기



외교소식통이 전한 ‘삼호드림호’ 피랍 막전막후



청해부대 구축함 왕건함이 8일 삼호드림호를 호송하고 있다. 삼호드림호는 지난 4월 인도양에서 소말리아 해적들에게 피랍된 뒤 217일 만인 6일 풀려났다. [합동참모본부 제공]







소말리아 해적에 납치된 지 217일 만인 지난 6일 풀려난 삼호드림호는 해적과 내통해온 국제해사기구(IMO·International Maritime Organization) 관계자가 해적들에게 항로 정보를 흘려줘 나포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외교 소식통이 8일 전했다. 또 해적들은 지난 9월 삼호드림호 선장 김성규씨의 머리에 총을 겨누고 한국의 가족들에게 “살려달라”고 전화하도록 협박함으로써 선박과 선원들의 몸값을 올리는 수법을 썼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이어 이는 국제 보험업체 등과 연루된 해적단체 ‘투자자(Investor)’들이 현지 해적들에게 더 많은 몸값을 받아내도록 압박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어떻게 먼바다에서 나포됐나=삼호드림호가 지난 4월 4일 해적에 피랍된 지점은 인도양 한복판(북위 08도21분, 동경 65도10분)으로, 해적들이 집중 출몰하는 아덴만과는 1500㎞ 넘게 떨어진 원양이다. 협상 과정을 지켜본 정부 관계자는 “ 인도양 한복판의 공해상에서 삼호드림호 같은 특정 선박의 항로를 해적들이 어떻게 파악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해적과 선사 간의 협상과정에 정통한 외교 소식통은 “인도양 항해 선박들의 항로 업무를 관장하는 국제해사기구에 소속된 관계자가 해적 측으로부터 대가를 받고 삼호드림호의 항로 정보를 넘겨줬을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해적보다 더 얄미운 ‘투자자’들=외교 소식통은 “국제 해양보험업체 관계자들도 가담해 있는 소위 ‘투자자’들이 삼호드림호의 석방협상 고비마다 제동을 걸었다”며 “해적보다 이들이 더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에 따르면 지난 9월 초 해적 대표와 우리 선사 측은 700만 달러를 해적에게 지급하고 삼호드림호를 석방한다는 타협안에 잠정 합의했다고 한다. 그러나 투자자들 일부가 “유가가 오른 시점이라 석방금액을 더 받아야 한다”며 해적들에게 “더 강하게 나가라”고 주문했다고 한다. 이에 따라 해적들은 삼호드림호 선장 김씨의 머리에 총을 겨누고 한국 가족들과 통화하도록 협박했다는 것이다. “해적들이 우리를 살해하려 한다”는 김씨의 말을 듣고 놀란 가족들은 9월 6일 기자회견을 자청해 삼호드림호의 조속한 석방을 촉구했다고 한다. 이런 상황이 우리 정부와 선사 측에 압박요인으로 작용한다고 판단한 해적들은 “우리 내부에선 1000만 달러는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만큼 900만 달러 이하로는 절대 타협할 수 없다”고 말을 바꿔 타협안은 물거품이 됐다는 것이다. 외교 소식통은 “투자자들 가운데는 해양사건을 담당하는 국제 보험업체 관계자도 일부 끼어 있어 문제”라며 “이들은 해적들에게 나포된 선박이 높은 몸값을 지불하고 풀려나면 선박에 대한 보험료가 크게 오를 수 있는 점을 악용해 해적과 은밀히 동업 관계를 형성한 것”이라고 전했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춘에 따르면 미국 500대 기업 가운데 납치 및 몸값 관련 보험에 가입한 기업은 4분의 3이나 되고, 이와 관련한 보험료로 지불된 액수는 전 세계적으로 4억 달러에 이른다고 한다.



◆짭짤한 수익 올린 ‘해적 컨설턴트’=삼호드림호 피랍 직후 선사 측이 해적과의 협상 중재인으로 고용한 영국인 컨설턴트는 삼호드림호가 풀려나기까지 217일 동안 하루 1500달러(약 167만원)씩 받고 일했다고 소식통이 전했다. 소식통은 “이 컨설턴트 고용비로만 우리 선사 측에서 3억6000여만원이 추가로 들어간 셈”이라고 전했다.



전수진 기자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