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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청곡 틀고 사연 소개하니 손님 몰려…수원 못골시장 살리는 ‘라디오스타’

중앙일보 2010.11.09 01:07 종합 25면 지면보기



상인들이 대본 쓰고 DJ 맡아



‘못골 온에어’ DJ로 활약하는 상인 김승일·이충환·김덕원씨(왼쪽 둘째부터)가 공개방송을 한 뒤 라디오 교육 전문가들과 포즈를 취하고 있다. [못골시장 제공]







“못골 온에어, 라디오스타를 시작합니다. 첫 곡은 지동야채 이효정 사장님께서 ‘신나게 일할 수 있게 해달라’며 신청하신 송대관의 ‘네박자’입니다.”



 8일 오전 11시30분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지동 못골시장. 스피커에서 DJ의 멘트가 흘러나오자 시끌벅적한 시장 안이 조용해졌다. ‘쿵짝쿵짝’ 흘러나오는 음악에 상인과 손님들의 어깨가 들썩인다. ‘못골 온에어’는 못골시장의 라디오방송. 생선을 고르던 이순자(43·여·수원시 팔달구)씨는 “신나는 음악을 들으며 장을 볼 수 있기 때문에 방송하는 날 일부러 시장으로 온다”고 했다. 길이 180m의 좁은 골목을 따라 87개의 점포가 옹기종기 모여 있는 못골시장이 활기가 넘친다. 그러나 7~8년 전까지만 해도 많은 전통시장 중의 하나였다. 수원시내 곳곳에 백화점과 대형 마트가 들어서면서 전통시장의 입지는 점점 좁아졌다. 2003년 30~40대 젊은 상인들이 ‘전통시장을 살리자’며 의기투합하고 상인회를 만들면서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이들은 2008년 6월 문화체육관광부가 추진한 ‘문화를 통한 전통시장 활성화 시범사업(문전성시)’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시장에 사람을 끌어 모으려면 상인과 손님, 상인들 사이에 소통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리고 예산을 지원받아 라디오 방송 등을 했다.



 지난해 4월 개국한 뒤 매주 월·목요일 오전 11시30분부터 1시간 동안 방송되는 ‘못골 온에어’는 상인과 손님들의 진솔한 이야기를 전한다. 상인 5명이 시장 내 ‘못골 휴식터’에 마련된 스튜디오에서 직접 대본을 쓰고 DJ도 맡는다. ‘아들네 만두집’ 주인 김승일(34)씨는 상인들의 이야기를 다루는 ‘못골 스토리텔링’을, 건어물가게 ‘완도상회’ 사장이자 상인회장인 이충환(39)씨는 시사·상식을 다루는 ‘통통 튀는 이야기’를 진행한다. 순대집 사장 김덕원(44·지동순대)씨는 음악방송인 ‘김 나는 솥뚜껑’의 마이크를 잡는다. 이하나(31·여·종로떡집)씨와 유정희(31·여·백마전기)씨도 DJ로 참여한다. 방송 장면은 시장 곳곳에 설치된 대형 PDP 8대를 통해 중계된다. 하루에 소개되는 사연은 2~3건, 신청곡은 7~10건 방송된다. 김승일씨는 “처음에는 ‘시끄럽다’는 항의도 많이 받았지만 지금은 ‘잘 들었다. 힘내라’고 격려해 주시는 분이 많다”고 말했다.



 방송이 인기를 끌자 상인들은 신문 제작에 나섰다. 지난해 12월 1일 창간호를 발행해 지금까지 13호가 발행된 ‘못골시장 이야기’는 아케이트 준공식, 상인들의 길흉사 등을 다룬다. 타블로이드 2쪽짜리 신문이지만 매달 1000부나 발행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



 시장의 변신 노력 덕분에 고객이 늘고 있다. 2005년 하루 평균 고객이 5000여 명이었으나 2008년에 1만1000여 명, 지난해는 1만 3000여 명으로 늘었다. 매출액도 2008년 12월 점포당 50만원에서 올해는 62만원으로 24% 증가했다. 시장이 번성하면서 근처 버스정류장 이름도 대형마트에서 ‘못골종합시장’으로 바뀌었다. 이충환 못골상인회장은 “우리 시장이 성공한 전통시장의 모델로 떠오르고 있는 만큼 명성을 이어가기 위해 계속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수원=최모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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