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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기능만은 나 못 따라올 걸

중앙일보 2010.11.09 00:28 경제 9면 지면보기
스웨덴에 본사를 둔 소니에릭슨은 2000년대 중반 이후 휴대전화기 업체 글로벌 ‘빅5’에 늘 이름을 올렸다. 그러다 올 3분기 미국 애플과 캐나다 리서치 인 모션(RIM·림)에 밀려 5위권에서 벗어났다. 스마트폰 사업이 부진한 탓이다. 한국 내 전화 개통량을 드러내기 꺼릴 정도로 실적이 좋지 않았다. 이 회사가 최근 회심의 카드를 빼들었다. 스마트폰이긴 하지만 MP3플레이어 색깔이 강한 ‘엑스페리아 X10 미니’를 출시했다.


스마트폰, 이젠 ‘특화 경쟁’

 이런 스마트폰이 근래 부쩍 늘고 있다. 뛰어난 성능을 두루 갖춘 프리미엄(고급형)폰보다 장기 한두 가지 살리면서 저렴한 제품이다. SK텔레콤 이건수 MD(모바일디바이스)기획팀장은 “대부분 좋아하는 모델을 만들기보다 일부 기능을 중시하는 소비자를 겨냥한 맞춤형으로 틈새시장을 노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화 기능으로 틈새시장 공략



 소니에릭슨이 착안한 테마는 ‘음악’이다. 한연희 소니에릭슨코리아 사장은 “소니의 독자적 음악장치 기술을 녹여냈다”고 설명했다. 스웨덴 본사에서 이 기기를 디자인한 김동규 디자이너는 “MP3플레이어의 기능을 우선적으로 보고, 여기에 스마트폰 기능을 추가하는 식”이라고 말했다. 스마트폰이 아닌 MP3플레이어를 경쟁 제품으로 설정한 것은 물론이다. 크기를 MP3플레이어처럼 작게 만들고, 주 소비층을 고교생부터 30대 초반까지로 잡았다.



 미국 모토로라 역시 곧 독특한 기능의 스마트폰을 출시한다. 한국 내 출시 스마트폰으론 처음으로 방수 기능이 있고, 위성항법장치(GPS)를 이용해 러닝·등산거리를 측정하고 웨이트 트레이닝 방법을 지도해 주는 애플리케이션(응용프로그램, 이하 앱)이 탑재된다. 캐나다 RIM은 인체공학적인 키 입력 방식을 접목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머신으로도 불리는 ‘블랙베리 토치’를 다음 달 선보인다. 핀란드의 세계 최대 휴대전화업체 노키아는 1200만 화소 카메라와 고화질(HD) 동영상 촬영 기능을 앞세운 ‘N8’을 준비하고 있다. 국내에선 800만 화소(모토로라의 모토로이)가 종전 최고였다. 국내 제조업체 중에서는 팬택이 여성의 구미에 맞는 ‘이자르’를 지난 7월 출시해 25만 대 넘는 판매량을 기록했다.



#출시 경쟁, 일반 휴대전화보다 치열



 특화폰에 관심이 많은 업체들은 대부분 한국 시장에서 고배를 마신 경험이 있다. 소니에릭슨은 지난 7월 사양이 높은 ‘엑스페리아 X10’을 출시했지만 10만 대도 팔지 못했다. 모토로라·RIM도 사정은 비슷했다. 이건수 SK 팀장은 “올 초 스마트폰은 ‘손 안의 PC’ ‘하이테크 제품’이라는 인식이 강했기 때문에 제조사들이 앞다퉈 프리미엄 고가 제품을 내놨지만, 상당수 업체는 차별화에 실패해 고전을 면치 못했다”고 말했다. 특화 기능을 살리면서도 저렴한 스마트폰으로 방향을 돌린 배경이다. 피처폰(일반 휴대전화)의 ‘고사양→보급형→특화형’ 변신 주기가 5년쯤 됐다면 스마트폰은 이 주기가 훨씬 짧다.



 미국의 글로벌 시장 조사업체 가트너는 2분기 보고서에서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독특한 기능을 갖춘 기기 수요를 충족시킬 전략을 짜야 한다’고 조언한 바 있다.



문병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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