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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추적] 서울 재개발·재건축 공공관리제 시행 4개월

중앙일보 2010.11.09 00:26 경제 1면 지면보기
이달 초 설계 입찰공고를 낸 서울 장위동의 한 재개발 추진위원회는 공고를 내기까지 70일이 걸렸다. 입찰 절차와 공고문 승인을 얻기 위해 구청을 10여 차례나 찾았고 서류가 오가는 데 대부분의 시간을 썼다.


현장 대혼란 … 부담 늘고 시간 더 걸려

 공공이 관리·감독하는 공공관리제가 시행된 지 넉 달째를 맞는 서울 재개발·재건축 사업장이 혼란에 빠졌다. 사업 투명성을 높이고 주민들의 추가부담금을 대폭 낮추겠다는 취지에 따라 공공관리제가 7월 도입됐지만 “부담이 더 커졌고 시간도 오래 걸린다”며 반발하는 주민이 늘고 있다. 정부가 규제를 완화한 재개발·재건축은 가만두면 잘될 것을 오히려 공공관리제가 사업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지적도 잇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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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용 늘고 절차 복잡=서울시는 “공공관리제를 도입하면 조합원당 사업비를 최고 1억원 줄일 것(전용 84㎡형 기준)”이라고 공언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공공관리제가 비용부담을 키우고 있다는 조합원들의 볼멘소리가 나온다.



 사업 초기단계에 들어가는 설계비부터 부쩍 늘었다. 설계업체를 선정한 재개발·재건축 추진위원회들에 따르면 종전 3.3㎡ 당 2만~3만원이던 설계단가가 두 배 이상으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동작구 흑석동 재개발조합은 지난달 3.3㎡당 4만8000원에 설계 업체를 정했다. 설계비가 당초 예상인 66억원에서 138억원으로 늘어나면서 조합원당 600여만원이 추가됐다. 공공관리제에 따라 설계업체 입찰방식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종전에는 추진위가 최저가로 업체를 선정했으나 이제 입찰 참여업체들의 평균 금액으로 정해야 한다. 이 구역 조합장은 “많은 업체의 응찰 평균가를 적용하다 보니 설계비가 비싸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조합 운영비도 늘어났다. 민간이 주도할 때는 시공사의 보증을 통해 연리 5%로 돈을 빌릴 수 있었다. 이제 시공사 선정이 사업승인 이후로 늦춰지면서 신용대출로 연 5.8% 정도의 이자를 부담해야 한다. 담보대출은 연 4.3%지만 담보를 제공할 수 있는 조합은 거의 없다.



시공사 선정 시기만 앞당겨졌을 뿐 선정 과정은 기존과 달라지지 않아 서울시의 ‘공약’대로 사업비를 줄이기가 쉽지 않다는 지적이 많다. 설계 입찰공고를 내는 데만 시간이 두 배 이상 걸렸을 뿐 아니라 비용도 늘어난 것이다.



 서울시에서 사업비를 빌리기도 어렵다는 게 조합들의 공통된 불만이다. 공공관리제 시행 후 사업비 대출 신청 건수는 4건이다. 이 가운데 영등포구의 재건축조합 한 곳만 대출을 받았다. 성동구 성수동의 한 구역은 대출조건을 갖추지 못해 사업을 중단했다. 서대문구의 한 조합장은 “담보도 없고 조합원들이 보증을 서주지도 않아 신청조차 못했다”고 전했다.



대출조건도 까다롭지만 대출금액도 두 차례에 걸쳐 최대 11억원이어서 부대비용을 대기에 부족하다는 의견이 많다. 지난해 입주한 서울 강동구의 재건축 사업장(조합원 780명)에서 사업시행인가 때까지 들어간 비용은 조합운영비 11억원 등 모두 33억원이었다.



 ◆준비 부족…보완 요구=자치단체의 준비 부족은 혼란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 서울시내 25개 자치구 중 15곳만 공공관리제 전담부서가 있다. 그나마 상당수는 기존 부서의 명칭을 바꾼 데 불과하다.



 건설사 대신 조합이 일일이 조합원들의 동의를 구하다 보니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지적이 많다. 마포구 재개발 조합의 한 관계자는 “시공사가 있으면 시공사에서 홍보요원을 대거 투입해 단기간에 동의서를 걷을 수 있는데 조합은 동의서 제출을 기다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조합과 추진위원회는 시공사 선정 시기를 사업시행인가 후가 아닌 조합설립 인가 이후로 앞당겨 달라고 서울시에 잇따라 요구하고 나섰다. 초기 자금을 댈 수 없으니 건설사를 끌어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두성규 박사는 “아직 검증되지 않은 공공관리제를 모든 곳에 적용하는 것은 무리”라며 “우선 시범구역에만 시행해 문제점을 보완한 뒤 단계적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공공관리제의 틀은 유지하면서 제도 보완을 추진할 계획이다. 우선 조합의 자금난을 덜어주기 위해 대출이자 인하와 연대보증 완화 등을 검토키로 했다. 서울시 공공관리정책팀 김장수 팀장은 “사업 초기여서 일부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으나 공공관리에 따라 시공사 선정 등 사업이 진행될수록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임정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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