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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식 교수의 아트마켓 트렌드② ‘스타작가’ 발굴하고 재도약 할 때

중앙일보 2010.11.09 00:24 주말섹션 3면 지면보기






지난 9월에 열린 한국국제아트페어에서 진행된 도슨트프로그램에 참여한 관람객들. [한국화랑협회]



초가을의 미술계는 매우 화려했다. 신디 셔먼(미국의 사진작가) 마우리치오 카텔란(이탈리아 예술가) 등과 세계적인 뮤지엄의 주요 인사들이 광주를 찾는 등 비엔날레의 계절을 맞았다.



 아트마켓 역시 다양한 행사가 펼쳐졌다. 지난 8월 말 신라호텔에서 개최된 아시아 톱 갤러리 호텔아트페어를 시작으로 서울에서 개최된 한국국제아트페어와 올해 처음으로 열린 아트광주 등이 막을 올렸고 서울옥션과 케이옥션이 가을 경매를 실시했다. 주요 갤러리 역시 갤러리현대의 영국출신 작가 사라 모리스 전(展), 아라리오의 세계적인 인도작가 수보드 굽타 개인전, 인사갤러리의 피에트라산타보체티미술관 소장전 등 대형 기획전들이 경쟁대열에 참여하면서 분주한 모습이었다.



 이런 현상은 가까운 아시아에서도 아트타이페이, SH상하이, 상하이아트페어 등이 잇달아 개최되면서 많은 딜러들이 일정을 조정하느라 한동안 갈피를 못잡을 정도였다.



외형과 달리 결과는 5% 부족











그러나 결과적으로 보면 한국의 아트마켓은 지난해에 비해 다소 회복세를 보이면서도 전반적으로는 상승곡선을 그리지 못했다. 신라호텔 아트페어는 90개의 객실을 활용해 대규모의 호텔페어를 개최하고 상당수 특별전을 마련해 청년작가들을 집중 조명했지만 판매는 일반적인 수준에 그쳤다.



 아트광주는 작품 총판매액이 43억여원으로 발표되어 첫 번째 성과로는 상당한 수준을 기록했다. 그러나 이 역시 전체 부스의 작가구성이나 참여수준·컬렉터들을 위한 밀도 있는 준비면에서는 많은 문제가 있었다. 더욱이 중저가를 주도하는 국내 주요 갤러리들의 참여도가 떨어졌는가 하면 외국갤러리들의 참여내용에 있어서도 미흡한 점이 노출되었다.



 9월 9일~13일에 개최된 한국국제아트페어는 16개국 193개 갤러리, 작가 1500여명의 작품 5000여점을 선보였다. 이번에 선보인 작품들은 최근 우리나라 상황에 비추어 볼 때 다소 높은 수준이거나, 가격대에서도 상회하는 경향을 보이면서 초반에 어려움을 겪었다. 여기에 눈길을 끌만한 신선한 작품들이 소수에 지나지 않았고 거품현상이 아직도 남아있는 블루칩 작가들은 판매에 어려움을 겪었다.



 전체적인 수준에서는 주빈국인 영국을 비롯해 아시아의 정상급 수준을 보여주었으며, 독일갤러리들을 비롯해 한국의 페어에 참여한 경험이 있는 갤러리들은 종료 전에 어느 정도의 작품을 거래한 것으로 집계됐다.



 결국 작년에 비해 1만6000명이나 증가한 7만2000명이라는 관람객 숫자에서 말해주듯이 증폭되는 미술시장에 대한 관심과 달리 판매총액은 125억원에 그치게 되었다.



컬렉션의 진화와 청년작가 강세



 이같은 일련의 현상들에는 경기침체 등의 여러 원인을 찾아볼 수 있으나 단기차익만을 노린 아트마켓의 생리 또한 적절하지 못했다. 최근 몇 년간 우리나라의 미술품 컬렉션 열기에서 나타난 몇가지 현상을 정리해 보자.



 첫째로, 블루칩 작가 10명의 경매점유율이 70%정도를 차지할 만큼 지나치게 인기위주의 작가들에게만 거래가 집중됐다.



 둘째로, 구도만 조금씩 변경하거나 동일한 주제·기법으로 수백점씩 양산해내는 옐로우칩 작가들의 작품이 2007~2009년 동안 주요 마켓의 과반수를 차지했다. 이른바 ‘자기 복제’라고 불러도 좋을만한 이들 수천점의 작품들에서는 작가가 지녀야할 기본적인 창작의식이나 실험정신은 찾아볼 수 없었다. 오히려 조수들을 채용하면서까지 반복적으로 양산하는 현상이 만연했다.



 특히 꽃, 과일, 특정 소재 등이 대중적인 인기를 끌면서 집중적으로 다량의 작품들이 쏟아져 나오게 되었다. 이로 인해 작품가격에는 거품이 끼고 가격은 경기침체와 함께 급격히 하락했다.



 최근 아트마켓의 변화에서는 경매나 아트페어, 갤러리 모두에서 이러한 유형의 작품들이 거의 자취를 감추는 등 조금씩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 블루칩 작가들의 작품 또한 멈춤 현상이 극명하게 나타났다.



 셋째로는 청년작가들에 대한 기대치가 꾸준히 부상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자유롭고 신선한 기법과 소재, 순수한 예술적 가치를 겸비한 작품들은 새로운 탈출구로 작용했다. 7~8월에 개최된 아시아프(아시아 대학생·청년작가 미술축제)의 경우 수준작들은 오픈 첫날 매진되는 등 많은 관심을 보였다.



무한한 가능성, 풍성한 기회 잘 활용해야



 아트페어에서 볼 수 있는 관람객 열기가 최근 미술품 경매시장에서는 주춤하는 추세이다. 출품작의 수도 그렇지만 경매 당일에는 발디딜 틈 없었던 몇년전과는 많이 달라진 모습이다. “버블이 걷힌 진정한 모습을 본다”는 말도 있지만 바닥을 친 상황인지는 아직도 불확실하다.



 그 가장 큰 요인은 미술품을 지나치게 투자가치로만 여겼다는 비판과 함께 최근 2년간 하락한 작품가격으로 겪게 되는 어려움이다. 그러나 근본적인 문제는 제한된 출품작과 작가층이다. 즉 블루칩으로 분류되는 작가들은 불과 수십명에 그치고 있고, 그나마 작품을 구하기가 쉽지 않아 수요에 비해 공급에 빨간불이 켜져 있는 셈이다.











작가는 많은데 대중들의 수요는 극히 제한된 상황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이점은 갤러리나 아트페어 역시 마찬가지이다. 작가를 발굴하고 그 작가와 운명을 함께 해야 하는데 컬렉터들이 요구하는 스타작가들 후보 찾기가 하늘에 별따기다.



 그러나 거시적으로 보면 한국의 아트마켓은 이제 시작하는 형국이다. 매년 5000여명의 순수미술분야 대학생들이 미술계에 쏟아져 나오는 추세이고 진화하는 수요층에서 보듯이 컬렉터들의 안목 역시 상승하고 있다. 딜러들의 경륜 또한 어느 정도 수준에 이르렀다.



 지난 5년간의 초고속 성장을 거듭해온 저력을 가다듬어 글로벌 마켓으로 범위를 확장해야 한다. 그간의 명암을 재조명해 모처럼만에 찾아온 올 가을의 풍성한 기회들을 잘 활용하는 지혜를 발휘해야 할 것이다.



최병식 경희대교수 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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