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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냐, 공감이냐 … 인문학이 두 화두로 뜨겁다

중앙일보 2010.11.09 00:22 종합 27면 지면보기



59만부 팔린 『정의란 무엇인가』에 이어 『공감의 시대』도 돌풍



올해 국내 인문학 출판 시장을 휩쓴 『정의란 무엇인가』의 마이클 샌델. [중앙포토](左), 인문학 출판 시장에 새로운 도전장을 낸 『공감의 시대』의 제러미 리프킨. [중앙포토](右)



정의냐 공감이냐.



 요즘 우리 독서시장의 ‘인문학 열기’를 주도하는 두 화두다. 인문학 베스트셀러 선두권에 위치한 『정의란 무엇인가』(마이클 샌델 지음, 김영사)와 『공감의 시대』(제러미 리프킨 지음, 민음사)가 분위기를 이끌어가고 있다. 출판과 정치가 마케팅 측면에서 윈윈 하는 모습이다.



 5월 출간된 『정의란 무엇인가』는 8일 현재 59만부가 나갔다. 7월 초부터 인문학 분야 1위 자리를 고수하고 있다. 인문학 책은 1만부 정도만 팔려도 ‘대박’으로 통한다. 여기에 10월 중순 나온 『공감의 시대』가 가세했다. 초판 1·2쇄 1만부를 돌파했고, 3쇄 5000부를 더 찍은 상태다.



 베스트셀러와 대권 주자의 연결고리도 흥미롭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손학규 민주당 대표, 유시민 전 장관 등의 경우가 그렇다. 이들이 『정의란 무엇인가』 와 『공감의 시대』를 언급하며 ‘인문학 이미지’를 홍보하는 데 활용하고 있다. 아젠다 선점 차원에서 책을 인용한다.



 『정의란 무엇인가』는 고대부터 근·현대 정치철학의 흐름을 정의라는 키워드로 풀어가는 책이다. 『공감의 시대』역시 공감이란 키워드로 인류의 역사를 재해석했다. 둘 다 쉽게 읽히는 책은 결코 아니다. 『정의란 무엇인가』는 저자의 하버드대 철학과 강연이라는 점이 판매량을 끌어올리는 데 작용했고, 『공감의 시대』는 『노동의 종말』『유러피안 드림』등으로 유명한 제러미 리프킨의 신작이란 점에서 주목 받았다.



 하지만 저자의 무게감만으로 매출 돌풍의 의미를 다 설명하기는 쉽지 않다. 김영사 장재경 마케팅 팀장은 “‘왜 그렇게 많이 팔렸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데 이유를 잘 모르겠다”며 “ 정치인의 발언이 초기에 영향을 준 건 부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정의란 무엇인가』는 박근혜 전 대표와 유시민 전 장관이 책을 읽었다고 공개하며 관심을 증폭시키는 데 일조했다. 박 대표가 8월 초 트위터에 올린 “『정의란 무엇인가』를 이미 읽었다”는 내용이 화제가 됐다. ‘정의’라는 인문학 키워드를 정치적 브랜드로 활용하는 분위기다. 유시민 전 장관은 한 일간지 대담에서 『정의란 무엇인가』에 대한 감상을 공개한 바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휴가 때 그 책의 내용을 전자책에 담아갔다는 미확인 정보까지 유포되기도 했다.



 손학규 대표는 『공감의 시대』를 자신의 정치적 이미지로 원용한다. 지난달 26일 관훈클럽 초청연설에서 ‘공감 정치’를 처음 공식화했다. 이후 ‘공감’을 자주 언급해오고 있다. 『공감의 시대』에서 힌트를 얻었다고 공개하기도 했다. 손 대표는 ‘공감 정치’로 자신을 차별화하며, 현재의 권력(이명박 대통령)과 잠재적 대선경쟁자를 모두 견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듯하다.



 한기호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장은 “정의와 공감이라는 이미지가 출판사와 정치권의 마케팅에 활용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단지 이미지에만 그칠 것이 아니라 이를 계기로 우리의 구체적 현실이 얼마나 정의와 공감이라 키워드에 부합하는지도 함께 되새겨보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배영대 기자



◆『정의란 무엇인가』=마이클 샌델 교수의 하버드대 철학과 강연을 책으로 옮겼다. 자유사회의 시민은 타인에게 어떤 의무를 지는가, 정부는 부자에게 세금을 부과해 가난한 사람을 도와야 하는가, 자유시장은 공정한가 등의 문제제기를 통해 정치철학사의 흐름을 소개한다.



◆『공감의 시대』=제러미 리프킨은 30년 저술 인생을 관통하는 키워드가 공감이라고 했다. 인류 역사를 공감의 의미를 중심으로 재해석한다. 인간사회의 공감 뿐 아니라 동물과의 공감, 에너위 위기에 대한 공감 등 광범위하다. 지구상 모든 존재의 지속가능한 삶에 대한 책임을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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