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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 상상력, 한국 미술의 거대한 뿌리, 태극을 다시 보다

중앙일보 2010.11.09 00:21 종합 28면 지면보기



고대박물관 ‘태극, 순환반전 … ’전



태극의 이미지를 형상화한 신영옥씨의 작품 ‘삼태극의 조화’. [한국문화교류연구회 제공]



우리나라 상징 중의 상징인 태극기는 흰색 바탕 위에 적색과 청색 올챙이 모양이 상하로 반전하는 원의 형태가 핵심이다. 바로 태극(太極)이다. 중국 고대사상 등 동양철학에서는 천지만물의 근원을 이 태극으로 본다. 끝없이 다시 시작하고, 멈춤 없이 맞물려 서로 잇는 무궁한 창조력이다. 동양사상의 원류 중 하나라 할 『주역』이 두드러지게 중시하는 ‘시간과 변이’가 바로 태극의 원리다. 순환반전의 형태가 음양을 이룬 하나의 원 속에 완벽한 균형을 잡은 태극이야말로 우리가 선망하는 육체와 정신의 상태라 할 수 있다.



 8일 서울 안암동 고려대박물관에서 막을 올린 ‘태극, 순환반전의 고리’는 이 태극 속에서 한국 미술의 원형을 찾는 전시회다.



이미 많은 미술가들이 순환하며 반전하는 태극 도형을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그들의 작품 속에 드러내 왔는데 그 양상을 한 자리에 모은 것이다.



 그것은 최근 미술을 치유의 한 과정으로 보는 흐름과도 맥이 닿아있다. 자연적인 형태를 좇으며 가장 인위적인 형상을 만들어내는 과정 속에서 현실의 어려움과 고난을 극복하려는 반전(反轉)의 몸짓을 보여주는 것이 미술이기 때문이다.



 이번 전시회에는 태극 도형을 모티브로 작업하는 작가 15명이 각기 다른 7가지 소주제를 가지고 순환과 반전을 풀어낸 작품을 내놨다. 기(氣)로서 환원되는 순환반전을 그린 ‘원형질’의 이종상·박다원, 인류 상상의 원류로서 천체와 대지를 다루는 한애규·오숙환, 서로 다른 계(界)의 순환을 변주한 정종미·육근병, 도상을 통한 의미화 작업을 전개하는 이정지·신영옥, 시공간의 순환반전을 그리는 이상은·하원, 성(聖)과 속(俗)의 균형을 잡아가는 김구림, 역사 속에서 순환과 반전을 짚어내는 이상현 등이다.



 작가들은 이미 지난 6월부터 이뤄진 네 차례 사전 특별 강연으로 이론적 바탕을 튼튼하게 마련해왔다. 지구물리학자 정현기씨가 태극에 대한 과학자의 관점, 미술평론가 박용숙씨가 인문학자의 관점, 미술사학자 전선자씨가 예술사가의 관점, 국민대 조형대 교수 정시화씨가 디자인 이론가의 관점에서 태극을 조명했다.



 전시를 기획한 박래경(전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실장) 한국문화교류연구회 대표는 “태극은 죽음을 이겨내는 삶의 철학이자 부정을 부정하는 긍정의 힘”이라며 “출품작들이 보여주는 순환반전 고리의 균형 즐기기는 모든 이가 공감할 수 있는 균형 잡힌 새 세계 전망에 일종의 이미지 맵(Map) 구실을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시는 12월 24일까지 열린다. 02-3290-1514.



정재숙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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