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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회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이창호, 대마에 올인

중앙일보 2010.11.09 00:19 경제 19면 지면보기
<본선 32강전>

○·이창호 9단 ●·창하오 9단











제13보(166~177)=안 잡고 이기는 것, 피 흘리지 않고 이기는 것을 이창호 9단은 원한다. 이대로 가면 진다고 생각한 상대가 계속 무리를 하며 저항해 오면 할 수 없이 대마를 잡는다. 잡기 싫은 것을 마지 못해 잡는다. 한데 지금 이창호는 대마를 일직선으로 잡으러 가고 있다. 수비 자세보다 공격 자세가 오히려 옹색하고 구차한 데도 피를 보기로 작심했다. 프로 바둑은 형세가 말한다. 형세가 워낙 급박하면 돌부처도 화를 낸다.



 167에 168의 후퇴가 불가피하다. 169의 수비에 170의 절단. 자세는 옹색해 흑 A까지 선수로 듣고 있지만 일단 흑 대마가 연결하는 수는 없다. 창하오 9단은 171로 유유히 나오고 있다. 착수하는 손끝에선 대마불사에 대한 신념이 묻어 나온다. 176으로 포위망이 완성됐다. 다만 176으론 ‘참고도’ 백1, 3을 선수할 수 있었다. 이것과 실전 177을 당한 것(B로 이어야 한다)은 어마어마한 차이다. 한 집에도 목숨을 걸 듯 전투를 벌이는 프로 세계에서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이창호는 지금 모든 것을 대마에 걸며 다른 것은 다 잊었다. ‘참고도’에서 혹시라도 흑2가 대마 삶에 도움이 될까 싶어 아예 177을 당해 준 것이다. 이창호 9단의 ‘올인’은 참 오랜만에 본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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