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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od&] 새벽의 이태원, 특별한 트럭들이 온다

중앙일보 2010.11.09 00:14 경제 21면 지면보기
“빨리 먹어봐! 이건 미국에서도 경험한 적 없는 맛이야. 이렇게 이국적인 음식이 있어서 이태원이 좋아.”



지난 금요일 밤 12시, 이태원역 2번 출구 앞의 ‘모로칸 샌드위치’트럭. 샌드위치를 받아든 손님 크리스(30·미국·군인)는 자꾸만“먹어보라”며 내민다. 한입 베어 무니 매콤한 향신료 냄새가 확 풍긴다. 이태원역 2번 출구 앞엔 밤 11시가 넘으면 트럭이 하나둘 모여든다. 각국의 사람들이 뒤섞인 이태원인 만큼 트럭도 ‘글로벌’이다. 음식도 다국적이지만 주인장들도 인도·터키·모로코 등 국적이 제각각이다. 밤 12시면 트럭은 8개쯤 들어서, 아침 6시 사람들이 떠날 때 함께 자취를 감춘다. 신데렐라의 호박마차 같은 미스터리 트럭들. 이태원의 새벽을 밝히는‘다국적 트럭’속에서, 국경은 사라진다.



글=이상은 기자 사진=김상선 기자



인도·모로코·터키·미국…다국적 음식 선봬









이남 아저씨의 터키 케밥. 요구르트 소스를 듬뿍 뿌려줘 해장에 좋다.



이태원은 밤이 깊어갈수록 재밌다. 이국적인 바·펍·클럽이 종류별로 가득하다. 그 다양한 장소에서, 심지어 길거리에서 만나는 사람들과도 친구가 된다. 그래서 이태원을 이태원답게 즐기려면 한 곳에 앉아있기보단 여기저기 쏘다녀야 한다. 돌아다니다 보면 어느새 출출해진다. 그렇다고 가는 곳마다 음식을 거하게 시키긴 부담스럽다. 이럴 때 길거리 트럭은 무척 반갑다. 저렴한 값에 배를 채워주기 때문만은 아니다. 모로코·인도·터키 등 각국에서 온 이들이 파는 트럭음식에선 현지의 맛이 강하게 난다. 특히 소스와 향신료를 과감하게 넣는다.손님이 대부분 외국인이라 한국화가 덜 됐기 때문.



재료·소스 듬뿍, 4000원에 새벽녘까지 즐기는 맛









다국적 트럭이 즐비한 이태원의 새벽은 맛있다. 2번과 1번 출구 앞에 몰려 있으니 취향대로 골라갈 것.



재료도 실하다. 값은 모두 4000원이지만 식당에서 파는 것보다 고기를 빵빵하게 넣어준다. 요리를 지켜보는 것도 묘미다.‘탁탁’경쾌한 소리를 내며 철판에 파프리카와 양파를 볶고, 그릴에 그을리던 커다란 고깃덩어리를 슥슥 저민 뒤 코끝을 간질이는 매콤한 커리를 뿌려 로티(인도빵)에 싸주는 모습. 그 모습조차도 말없이 지켜보기만 하는 건 아니다. 손님들은 만드는 내내 주문을 한다. “소스를 많이 뿌려주세요.” “이만큼?” “더 많이요.”“그럼 너무 매워.” “술 마셔서 매운 게 먹고 싶어요.” 그렇게 트럭에서 파는 케밥이나 샌드위치로 해장하는 외국인을 구경하는 것도 재밌다. 완성된‘맞춤형 트럭음식’은 한 손에 쥐기 힘들 정도로 뜨끈뜨끈하다. 이 트럭음식을 베어 물며 사람들은 다시 다음 장소로 향한다. 트럭에서 만난 친구와 펍에 가 술을 마시든 클럽에 가 춤을 추든 선택은 자유다.



입맛 당기는 트럭



인도 케밥










이태원 트럭 창시자 무뚜의 인도 케밥 트럭.



이태원에 트럭이 등장한 건 3년 반 전. 인도인 무뚜(40)가 그 주인공이다. 2번 출구 앞에 2개, 4번 출구 앞에 1개의 트럭을 갖고 있다. 인도식 케밥의 특징은 커리와 고수가 팍팍 들어 간다는 것. 매운 향신료인 마살라로 양념한 감자도 들어가는데 개운하다. 길거리에 서서 먹는 뜨거운 케밥 하나에서 인도가 느껴진다.

 

모로코 샌드위치



슈퍼마리오를 닮은 사이먼(55)의 핑크색 트럭은 이태원에선 이미 명물이다. 달걀, 다진 쇠고기, 끓였다 튀긴 감자를 재빠르게 볶다 커민가루를 뿌린다. 그리고 바게트 사이에 끼운

뒤 칠리소스를 뿌린다. 이것이 바로 모로코식 샌드위치. 바쁜 사이먼은“함께 일할 파트너를 찾고 있다”는 걸 꼭 알려 달라고 신신당부했다.

 

터키 케밥



양배추를 많이 넣는 식당들과 달리 고기를 많이 넣어준다는게 가장 큰 장점. “내 한국이름은 이서진”이라고 말하는 파키스탄인 이남(35)은 인심이 후하다. 케밥을 시키면 오렌지

주스 한 캔이 무료. 직접 만든 상큼한 요구르트 소스도 아낌없이 뿌려준다. “술 취한 손님들이 멀미 난다면서 요구르트 소스를 많이 뿌려 달라고 해요.”

 

뉴욕 스타일 칠리 핫도그



빨간 트럭에‘제이칠리’라고 적혀 있다. 사장 스티븐(44)을 비롯, 뉴요커 4명이 모여 시작했다. 직접 만든 칠리소스와 쇠고기로만 만든 장쿡 소시지가‘본토 맛’의 비결. 토마토와 칠리파우더에 곱게 간 쇠고기를 더해 만든 칠리소스가 진하다. 뜨거운 칠리소스 속에서 탱글탱글한 소시지가 툭 터진다. 새벽 1시 제이칠리를 찾은 DJ YUP(28)은 “남들이 야식으로 떡볶이를 먹는 것처럼 이 칠리핫도그를 매일 먹는다”며 “미국에서 먹던 맛과 똑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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