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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릭 세계은행 총재 ‘변형 금본위제’ 도입 제안 … 미 달러 살포엔 비난 확산

중앙일보 2010.11.09 00:14 경제 2면 지면보기
사면초가(四面楚歌)가 따로 없다. G20 정상회의를 앞둔 미국 신세다. 중국과 독일이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양적 완화 정책을 비판한 데 이어 러시아와 일본도 미국의 통화정책을 비판하고 나섰다. 미국 내에서도 연준의 조치를 못마땅해 하는 목소리가 높다. 경기부양 효과보다는 인플레이션과 자산 버블을 초래할 위험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미국 ‘양적 완화’ 통화정책 사면초가

◆‘동네북’ 된 미국 통화정책=미국의 양적 완화에 대해 연일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중국 재정부 주광야오(朱光耀) 부부장(차관)은 8일 “글로벌 금융위기 초기에 미 연준이 1조5000억 달러를 풀 때와 지금의 상황은 다르다”며 “지금 시장이 필요한 것은 자금이 아니라 신뢰”라고 꼬집었다. 이어 그는 “막대한 투기성 자금이 신흥경제권의 주식과 자본시장에 유입돼 시장 안정을 해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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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재무장관 회의 참석을 위해 일본을 방문 중인 드미트리 판킨 러시아 재무차관도 6일 “최근 연준의 양적 완화 조치는 위험한 것”이라며 “일본 엔화가 보여준 것처럼 통화 거품을 형성하고 환율정책의 불균형을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 피해는 개발도상국에 돌아가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본 언론도 냉담한 반응이다.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은 “미국이 경기부양을 위해 달러를 마구 찍어내면서 달러 유통량이 2년 전의 배로 불어났다”고 지적했다. 세계 달러 유통량은 10월 말 기준 4조5000억 달러로 2008년 리먼브러더스 파산 전의 배에 달한다는 것이다. 신문은 “연준이 내년 6월 말까지 시장에 6000억 달러를 풀면 달러가 세계에 넘쳐나 금융버블을 초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우증권의 서대일 연구원은 “일본과 독일 등 선진국은 수출을 중심으로 경기회복을 하려고 하기 때문에 달러가치 하락이 달갑지 않고, 브라질·러시아 등 신흥국은 과잉 유동성으로 자국의 인플레이션 우려가 있어 연준의 정책에 비판적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미국서도 반대 목소리=중간선거에서 승리한 미국 공화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폴 라이언(위스콘신) 의원은 7일 연준의 양적 완화에 대해 “큰 실수로 심각한 인플레이션을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부양효과보다는 부작용이 더 심할 것이란 지적이다.



 카네기멜런 대학의 앨런 멜처 교수도 최근 월스트리트 저널의 기고에서 “통화주의 경제학의 대부인 밀턴 프리드먼이 살아있었다면 이번 양적 완화를 지지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연준 내에서도 엇갈린 목소리가 나온다. 케빈 워시 연준 이사는 8일 월스트리트 저널 인터넷판의 기고문에서 “연준의 시장 개입은 (시장의 가격 결정 구조에) 중대한 위험이 될 수 있다”며 “세계 외환시장과 자본시장의 긴장이 높아지면 세계경제 회복이 지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삼성경제연구소 정영식 수석연구원은 “미국이 돈을 풀면 미국에 돈이 도는 게 아니라 신흥시장으로 빠져나간다는 반대논리가 있는 만큼 미국 내에서도 합의된 컨센서스가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다만 미국 고용지표가 개선된 데다 국내외적인 압박을 받고 있기 때문에 연준의 추가 양적 완화는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변형된 금본위제’ 주장도=이런 분위기 속에서 로버트 졸릭 세계은행 총재는 환율갈등에 대한 대안으로 “금을 기준으로 한 환율제도를 도입하자”고 주장했다. 8일자 파이낸셜타임스(FT)에 낸 ‘G20은 브레턴우즈 너머를 모색해야 한다’는 기명칼럼을 통해서다.



 브레턴우즈 제도는 금과 달러가 고정된 교환비율(1온스당 35달러)을 갖는 고정환율제다. 그런데 베트남 전쟁 이후 미국의 달러가치가 떨어질 우려가 커지면서 유럽 중앙은행이 각자 보유한 달러로 금을 사들이기 시작했다. 이에 미국이 달러를 더 이상 금으로 바꿔 줄 수 없다고 선언하면서 지금의 변동환율제 체제(신 브레턴우즈 체제)로 전환됐다.



 졸릭 총재는 기고문에서 금과 달러를 연계하는 이전의 브레턴우즈 체제로 돌아가되 현실에 맞게 변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새로운 시스템에는 달러와 유로, 엔, 파운드, 위안화가 포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금을 국제적인 기준으로 채택해 인플레이션(물가상승)과 디플레이션(경기침체), 미래통화 가치에 대한 시장의 판단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 근거로 그는 “교과서에는 금이 과거의 화폐에 머물러 있을지 모르겠지만 시장은 여전히 금을 통화 자산의 대안으로 여기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LG경제연구원 이창선 금융연구실장은 “이 주장은 사실상 변형된 형태의 금본위제로 회귀하자는 것”이라며 “이렇게 되면 미국의 통화량 조절에 제약이 생기는 만큼 미국엔 달갑지 않은 이야기”라고 분석했다.



베이징=장세정 특파원, 김경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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