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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갈과 사진으로 만난 유희영 서울시립미술관장과 탤런트 박상원씨

중앙일보 2010.11.09 00:13 주말섹션 1면 지면보기



“샤갈의 작품에 푹 빠져 보세요”
“사진·봉사로 삶의 기쁨 맛봐요”



오는 17일까지 열리는 ‘미디어시티 서울 2010’ 전을 관람한 유희영 관장과 탤런트 박상원씨. [김세영 프리랜서]



인기드라마 ‘황금물고기’에서 스물세살 연하의 부인을 절절히 사랑하는 재단이사장 문정호역을 열연 중인 탤런트 박상원씨(51)가 지난 10월 18일 서울 서소문동 미술관길에 있는 서울시립미술관을 찾았다. 사진작가이기도 한 박씨는 오는 12월 3일 시작될 샤갈 작품 160여점을 선보이는 샤갈 특별전을 준비 중인 유희영 서울시립미술관장(70)과 자리를 함께 하며 예술과 미술 등을 주제로 대화를 나눴다.



 탤런트 박상원과 유희영 서울시립미술관장은 서로 다른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지만 비슷한 점이 많다. 먼저 박씨는 탤런트이자 연극·뮤지컬 배우로 극단 대표를 맡고 있다. 서울예술대 초빙교수이면서 다일공동체·월드비전·한국근육병재단 등 사회복지단체 홍보·친선대사로 10여년째 활동해 왔다. 해외까지 나가 봉사활동을 하는 많이 하는 연예인으로 꼽힌다.



 다양한 방면에서 바쁘게 사는 그가 얼마 전부터 또다른 변신을 하고 있다. ‘사진작가 박상원’. 2008년 ‘A Monologue’라는 주제로 개인 사진전을 개최하고 사진집도 발간했다. 단순한 취미를 넘어 일본 도쿄도(東京都) 미술관 전시에 초청된 적도 있는 숨은 실력파다.



 유 관장 또한 70대의 나이를 잊은 듯 작가이자 교수로서 바쁜 미술 활동을 해왔다. 경희대·이화여대 등에서 40여년간 교수 생활을 하고 2006년 7월 대한민국 예술원 미술분과 회원으로 뽑혔다. 2007년 1월부터 서울시립미술관장으로 책임을 맡고 있다. 같은 해 영국 케임브리지 국제인명센터(IBC)에 의해 ‘21세기 저명한 지식인 2000명’의 한사람으로 선정돼 2008년 인명사전에 오르고 IBC가 수여하는 ‘2007 올해의 국제 전문인’ 상도 받았다.



 먼저 유 관장이 궁금하다는 듯 물었다. “촬영이나 공연 스케줄이 많아서 사진 찍을 시간 내기가 어려울 것 같은데 언제 작업을 진행하세요?” 박씨가 답했다. “사진 작업만을 위한 여행을 떠나지는 않아요. 지방으로 촬영을 갈 때, 해외에서 봉사활동 할 때, 가족들과 여행을 다닐 때 언제든 카메라를 들고 다니거든요. 그런데 2007년 겨울, 개인전을 준비해야겠다고 마음먹으면서 겨울 풍경을 찍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울릉도와 횡계에서 겨울의 참모습을 담았습니다.”



 유 관장이 다시 물었다. “바쁜 일정 중에도 틈틈이 작업을 하신 거군요. 그런데 어디서든 사람들이 박상원씨를 알아보는 게 불편하지 않으세요?” 박씨의 대답은 깔끔했다. “관장님, 그걸 불편하다고 생각하면 한없이 불편하지만, 행복하다고 생각하기 시작하면 한없이 좋은 일입니다. 여러분의 사랑을 먹고 사는 제가 사람들의 뇌리 속에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면 그게 오히려 불행한 일이죠. 그래서 저는 사람들이 저를 알아보고 반가워하는 일을 참 행복하다고 느낍니다.”



 유 관장이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화답했다. “가끔 드라마에 나오는 모습을 보면서 선한 인간성을 느꼈어요. 비록 화면에서지만 항상 착하고 성실한 이미지로 다가왔는데 실제로 뵈니 참 인간적이라는 걸 알 수 있네요. 오랫동안의 봉사활동을 통해 그런 성품을 더 깊이 다질 수 있었겠지요.”



 봉사에 대한 말이 나오자 박상원씨는 오랜경험을 통해 나오는 봉사에 대한 철학을 피력했다. “처음부터 봉사의 참맛을 느낄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거예요. 다른 사람의 손에 이끌려도 좋고 자신의 이익을 위하는 마음에 의해서라도 일단 봉사를 시작하려는 마음을 갖는 게 중요합니다.” 박씨는 시작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흉내를 내고 모방하고 따라하는 과정 속에서 한 걸음씩 봉사의 진정한 의미에 다가가게 됩니다. 나의 작은 힘에서 웃음을 짓고 삶의 희망을 얻는 사람들을 직접 보고 느끼게 되면 자연스럽게 보람과 기쁨을 느끼게 된다”고 말했다.



 유 관장이 다시 사진 이야기를 꺼냈다. “우리는 항상 화면 속에서 여러 사람의 삶을 사는 박상원씨를 접하게 되는데, 사진은 순간적 이미지를 포착하는 것이라 배우로서 일반인과 다른 묘한 매력을 느낄 것 같아요. 어떤 사진 철학을 갖고 작업에 임하시나요?” 사진작가 박씨의 작품관을 묻는 질문이다. “저는 저를 동영상 속에 담아내는 게 생활화돼 있는 사람입니다. 사진은 동영상이 순간적으로 정지된 세상의 모습이라고 생각합니다. 흐린 하늘을 찍은 사진을 보면서 살아 꿈틀거리는 잿빛의 날들에 대한 감흥을 느끼고, 방파제를 찍은 사진에서는 바닷물의 짠 내음을 맡을 수 있으면 좋겠어요. 사물을 볼때 항상 3차원적 형상을 떠올리는 습관이 제 사진의 고유한 시각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한국 색면추상의 선구자인 유 관장은 박씨에게 칭찬과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국민배우로서 바쁘게 활동하는 중에도 사진 작업까지 병행하시니 참으로 대단합니다. 앞으로도 전시회를 자주 열면 좋겠어요. 지금 저는 샤갈전을 준비하고 있어요. 파리 샤갈 재단, 뉴욕근대미술관, 런던 테이트갤러리, 모스크바 푸쉬킨미술관 등에 소장된 대표작 160여점을 전시할 예정입니다. 바쁘겠지만 전시회 보러 꼭 오세요.”



 박씨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제가 사실 어릴 때에는 사진보다도 미술을 더 좋아했어요. 특히 샤갈은 제가 참으로 좋아하는 화가입니다. 초대해주시면 영광이죠. 다음에 제가 전시를 열게 되면 관장님을 꼭 모시겠습니다.”



 지난 4년 간 서울시립미술관을 이끌어오면서 유 관장이 이룩한 성과는 주목할 만하다. 한 미술전문지의 설문결과, 그가 관장으로 취임한 해부터 작년까지 3년 연속 가장 가고 싶은 미술관으로 꼽혔다.



 유 관장이 추진한 ‘찾아가는 미술 감상 교실’ 프로그램은 학생·직장인·학부모·교사·장애인·외국인 등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수업료 부담 없이 원하는 시간과 장소에서 전문적인 강의를 들을 수 있도록 마련되었다. 오는 11월 말에는 수능을 마친 고3 학생들을 대상으로 고등학교에서도 진행될 예정이다.



 누구나 쉽게 찾아갈 수 있는 열린 미술관을 만들고자 노력하는 유 관장의 마음과 박 씨에게서 느낄 수 있는 푸근함은 비슷한 색깔이다. 자신에게 주어진 능력과 재능을 남에게 나누면서 베품의 기쁨을 즐기는 두 사람의 따뜻하고 넉넉한 마음은 한 곳을 향해 있었다.



외국 전시회에 초대받은 ‘사진작가’ 박상원









박씨의 작품 ‘2007 캐나다 벤쿠버 다운타운 4’.



박상원의 첫 개인전은 지난 2008년 10월 22일부터 2주 간 관훈갤러리에서 열렸다. 2004년부터 2008년까지 국내 방방곡곡은 물론 네팔·몽고·러시아·일본·뉴질랜드 등에서 찍은 45점의 작품이 전시장을 가득 채웠고 1만여 명의 관객이 관람했다. 이듬해 2월 그는 전시회를 통해 얻은 1억5000만원의 수익금 전부를 다일공동체·월드비전·한국근육병재단 등에 기부했다. 그의 취지에 동참해 국회의원 정몽준·야구선수 박찬호·탤런트 정준호·아라리오갤러리 대표 김창일·SM엔터테이먼트 회장 이수만씨 등이 작품을 구입했다. 박씨는 사진집의 인세도 기부할 예정이다.



 2009년 5월 한국의 국제문화플러스와 일본의 삭일회(朔日會)가 공동 주최한 전시 ‘ICP 2009 Tokyo & Seoul’(일본 도쿄도미술관)에 초청돼 제주도·울릉도·맨체스터·밴쿠버 등의 풍경을 찍은 사진 6점을 전시했다. 박씨는 2007년 작품 ‘Korea, Seoul, Nam Mountain 1’으로 이 전시를 주관한 일본 미술단체 삭일회로부터 ‘삭일회상’을 받았다. 일본 자민당 국회의원 후카야 다카시(深谷隆司)와 모리 요시로(森喜郞) 전 일본총리가 박씨의 수상을 축하했다.



 2008년부터 기후변화센터 홍보대사로 활동하고 있는 박씨는 2009년 12월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린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의 공식문화행사로 지정된 ‘글로벌이슈 문화외교사업’에 사진작가로 참여했다. 외교통상부와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공동주최한 이 행사는 다큐멘터리 제작, 사진전·미술전·공연 개최 등으로 구성됐다. 미국의 환경사진작가 제니 로스(Jenny Ross)는 북극에서, 박씨는 아프리카 케냐에서 기후변화의 현장풍경을 사진에 담았고 이들의 여정은 환경다큐멘터리 ‘Our Planet’으로 제작됐다. 이 영상과 두 사람의 작품은 작년 11월과 12월 서울 토탈미술관과 덴마크 코펜하겐 프레데릭스버그 시청에 전시됐고 12월5일 아리랑TV에서도 방송됐다.



글=김새미 객원기자

사진=김세영 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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