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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온라인 게임, 일본을 사로잡다

중앙일보 2010.11.09 00:11 경제 15면 지면보기



인기 게임 톱 20 중 한국산 15개 … 시장점유율 40% 넘어



넥슨은 일본 시장 공략을 위해 게임 유저들을 상대로 오프라인 모임과 이벤트를 여는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벌이고 있다. 사진은 지난 4월 일본의 ‘마비노기’ 유저들을 대상으로 연 이벤트의 한 장면이다. 아래 사진은 ‘메이플스토리’ 일본판 스크린샷. [넥슨 제공]







지난달 28일 일본 지바(千葉)현 나무야(南無谷) 해수욕장. 올겨울 시즌을 겨냥한 넥슨 일본법인의 TV광고 촬영이 한창이었다. 넥슨은 ‘카트라이더’ ‘메이플 스토리’ ‘마비노기’ 등으로 유명한 국내 최대 게임 개발·유통업체다. 이 회사 일본법인의 최승우 대표는 “게임산업의 특성상 겨울방학은 놓칠 수 없는 성수기다. 이에 대비해 ‘마비노기’ 마케팅을 위한 광고를 제작 중”이라고 설명했다.



 일본은 세계적인 게임대국이다. 하지만 넥슨 같은 온라인 게임업체가 TV 광고를 하는 일은 드물다. 이 회사가 관행을 깨고 TV광고를 내보내는 건 콘솔게임(게임기를 이용한 게임)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온라인 게임의 특성과 재미를 널리 알리려는 것이다. 넥슨이 프로야구단 ‘지바 롯데’의 공식 스폰서로 나선 것도 이런 연유다. 공격적 마케팅이

가세해서인지 넥슨 일본법인 회원은 현재 2000만 명을 넘어 순항 중이다.



#블리자드도 손 든 일본, 한국 업체가 접수











 일본 온라인게임 시장에서 한국 업체들은 독보적 존재다. 전체 온라인게임시장의 40% 이상을 한국 기업이 점유한다. 일본(34%)과 미국(17%), 중국·대만(6%)이 뒤를 따른다. 활약하는 업체 수도 넥슨·CJ인터넷·엑토즈소프트·IMC게임즈·엔씨소프트 등 10여 곳에 달한다.



엔씨소프트 일본법인의 가네코 아키토시 팀장은 “일본은 미국의 세계 최대 게임업체 ‘블리자드’마저 몹시 힘들어하는 시장이다. 세계적 히트작인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는 물론 최신 화제작 ‘스타크래프트2’도 출시를 포기할 정도로 게이머들의 성향이 까다롭다”고 전했다.



그런 시장에서 한국 업체들이 압도적 우위를 보이는 건 고무적이다.



 실제로 지난 8월 일본 대표 게임정보사이트 ‘온라인게이머’ 조사에 따르면 온라인 게임 1~20위 중 15개가 한국산이었다. 1위는 CJ인터넷의 ‘프리우스 온라인’이 차지했다. 넥슨은 20위권에 가장 많은 5개 게임의 이름을 올렸다. 온라인게임 커뮤니티인 플레이포럼의 박명기 편집장(게임 평론가)은 “일본 온라인 게임 시장에서 인기 순위 10위 안에 드는 작품 중 일본산은 한두 개에 불과하다”고 전했다.



#가파르게 크는 시장…일본 업체 반격 주목











일본 게임업계에선 이 나라의 온라인시장 규모가 내년 사상 처음으로 10억 달러(1조1070억원)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한다. 경기침체가 장기화하는 데도 2006년 이래 꾸준한 성장세를 보여왔다. 1인당 평균 게임 매출액이 한국보다 큰 것도 매력적이다. 소득 수준이 높은 만큼 게임 유저들의 구매력 역시 크다. PC방이 한국만큼 활성화되지 않았고 PC 없는 가정이 여전히 적잖다는 점 또한 시장 성장성에 대한 기대를 키운다.



  한국 업체들의 선전에 자극받은 일본 게임업계도 가만히 있을 리 없다. 일본 게임업체 스퀘어 에닉스는 지난달 일본 내 ‘국민게임’으로 통하는 ‘파이널 판타지’의 온라인판을 내놨다. 이를 계기로 일본을 대표하는 세계적 게임 타이틀들의 온라인화가 이어지리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최승우 대표는 “올해 넥슨 일본법인 매출은 120억 엔(약1640억원) 정도 될 것으로 예상된다”며“게임기에 길들여진 일본 유저들을 PC 앞으로 끌어내는 것이 큰 과제”라고 말했다.



  도쿄=최익재 기자, 서울=이나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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