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배명복의 세상읽기] G20 서울회의 참가국 정상들께

중앙일보 2010.11.09 00:10 종합 37면 지면보기






배명복 논설위원·순회특파원



주요 20개국(G20) 서울 정상회의가 이틀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G20 회원국 정상들과 5명의 특별 초청국 정상, 7명의 국제기구 수장(首長)들이 오늘부터 속속 서울에 집결하게 됩니다. 인천국제공항과 서울공항 계류장은 여러분이 타고 올 40여 대의 전용기로 ‘주기(駐機)전쟁’이 예상됩니다. 일찍이 한국에서 볼 수 없었던 진풍경입니다. 진심으로 여러분의 방한을 환영합니다.



 이번 회의에 참석하는 32명의 정상급 인사 중 맨 마지막으로 도착하는 분은 G20 차기 의장국인 프랑스의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입니다. 그는 지난주 프랑스를 국빈방문한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을 환대하느라 2박3일간 바쁜 일정을 보냈습니다. 이어 1차대전 종전기념일(11월 11일) 행사에 참석하고, 12일 새벽 입국할 예정입니다. 11일 저녁 서울 용산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리는 환영리셉션과 정상만찬에는 ‘불참’ 통보를 했습니다. 사르코지 대통령에게 이번 방한은 G20 정상회의 의장직을 수임(受任)하는 여행이기도 하지만 새로 장만한 전용기의 위용을 뽐내는 첫 해외여행이기도 합니다.



 프랑스 정부는 1억7600만 유로(약 2760억원)를 들여 최근 대통령 전용기를 교체했습니다. 기종을 기존의 에어버스 A319에서 A330-200으로 바꿨습니다. 항속거리와 탑승 인원이 배로 늘었고, 최첨단 통신 및 안전장비, 침실과 욕실, 회의실을 갖추고 있습니다. 프랑스 언론이 미국 대통령 전용기인 ‘에어 포스 원’에 빗대 ‘에어 사르코 원’이라고 이름 붙인 새 전용기는 세계 일주 시험비행을 마치고 지난주 프랑스 공군에 인도됐습니다. 별일이 없는 한 사르코지 대통령은 이 비행기를 타고 서울까지 단박에 날아 오는 것으로 돼 있습니다.









[김회룡 기자]







 프랑스는 사르코지 대통령이 밀어붙인 연금개혁에 반대하는 전국적인 시위로 최근 몇 달간 몸살을 앓았습니다. 재정적자 감축을 명분으로 국민에겐 허리띠를 졸라매라고 요구하면서 자신은 거액을 들여 전용기를 바꿨다는 비난 여론이 많습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에 결정된 일인 데다 예산 절감을 위해 12년 된 중고 민항기를 전용기로 개조했을 뿐이라는 해명에도 불구하고, 대통령 부부의 ‘블링블링(bling bling)’ 취향에 맞춰 초호화판으로 꾸몄다는 소문이 무성합니다. 그의 지지율은 역대 프랑스 대통령 중 최저 수준인 29%까지 떨어져 있습니다. 국민의 눈총을 받으며 새 전용기를 타고 서울에 오는 사르코지 대통령의 속내가 편치는 않을 듯합니다.



 세상에 고민 없는 사람은 없습니다. 사르코지 대통령이 그렇듯, G20 회의에 참석하는 다른 정상들도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중간선거 참패에 따른 정치적 후폭풍을 고민하는 분도 있을 것이고, 잇따른 화산 폭발로 인한 자연재해를 걱정하고 있는 분도 있을 것입니다. 어느 분에겐 진퇴양난(進退兩難)에 빠진 영유권 분쟁이 고민일 것이고, 또 어느 분에겐 주체할 수 없는 ‘리비도(Libido)’가 고민일 것입니다. 정치적 동지이자 후견인인 남편을 잃은 충격과 슬픔에 빠진 분도 있을 것입니다.



 어떤 고민을 안고 서울에 왔든 도착하는 순간 고민은 싹 잊어버리십시오. 세심한 배려와 정성 어린 환대가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비록 1박2일 또는 2박3일의 짧은 일정이지만 의장국인 한국이 정성껏 준비한 환대를 마음껏 즐기십시오. 할 수만 있다면 회의 기간 중 날씨까지 바꾸고 싶은 것이 이명박 대통령의 심정일 것입니다. 이 대통령은 성의를 다해 이번 회의를 준비했습니다. ‘검소하면서 실용적으로’라는 원칙에 충실하면서도 손님 접대에 한 치의 소홀함이 없도록 세세한 부분까지 신경을 썼습니다. 회의장 소파의 높낮이까지 직접 조절하고, 화분까지 바꿨습니다.



 한국 정부가 이번 회의 준비에 쏟은 직접비용만 1300억원이 넘는다고 합니다. 프랑스 대통령 전용기 교체 비용의 절반밖에 안 되는 돈이지만 모두 한국 국민의 혈세에서 나온 돈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주십시오. 한국의 혼과 마음이 깃든 환대를 만끽하시되 그래도 밥값은 해주시기 바랍니다. 위기에 빠진 세계경제를 살리는 막중한 책무가 여러분의 어깨에 놓여 있습니다. 세계경제의 불균형 문제를 해소해야 하고, 이기주의로 흐르고 있는 환율전쟁을 종식해야 합니다. G20에 끼지 못한 빈곤국들의 개발을 지원하는 문제에도 중지를 모아야 합니다. 대마불사(大馬不死)의 도덕적 해이를 바로잡을 금융규제책도 필요합니다. 금융위기의 재발을 막을 안전장치도 마련해야 합니다. 각자의 이해를 조금씩 양보해 공통분모를 찾아야 합니다. 후세의 미래가 여러분 손에 달려 있습니다. 토론만 무성하고, 성과 없는 회의로 끝나기엔 세계경제가 처해 있는 상황이 너무 절박합니다.



 세계 주요국 정상들이 모두 모인 국제회의에서 한국 대통령이 의장 역할을 맡는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역사에 길이 남을 개인적 치적(治績)으로 삼고 싶은 유혹이 없을 수 없습니다. 그러나 한국에 이런 기회가 주어진 것은 대통령 한 사람이 잘나서가 아닙니다. 한국이란 공동체에 속했거나 속해 있는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피와 땀과 눈물이 모인 결과임을 잊지 마십시오. 혹여라도 그 공(功)을 대통령 한 사람에게 돌리려는 시도가 있다면 과감히 물리치십시오. 불편함을 참고 성원과 협조를 아끼지 않은 국민과 혼신을 다해 불철주야 준비에 매진한 관계 공무원들에게 공을 돌리시기 바랍니다. G20 서울 정상회의의 성공을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글=배명복의 세상읽기 논설위원·순회특파원

사진=김회룡 기자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