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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중국 영향력 견제 “인도 상임이사국 진출 지지”

중앙일보 2010.11.09 00:09 종합 16면 지면보기



[뉴스분석] 미·인도 정상 공동회견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인도 뉴델리를 방문한 8일 인도 학생들이 뉴델리 시내에 모여 피켓을 들고 ‘미 제국주의 타도’를 외치고 있다. [뉴델리 AP=뉴시스]







인도를 방문 중인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8일(현지시간) 의회에서 행한 연설에서 인도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진출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오바마는 "앞으로 수 년 내에 인도가 상임이사국에 진출하는 개혁된 유엔 안보리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유엔은 안보리 상임이사국 확대 등 개혁을 추진 중이지만 아직 구체적인 방안은 마련하지 못했다. 따라서 오바마의 이날 언급은 실질적인 조치라기보다는 외교적 제스처로 해석된다. 하지만 오바마의 발언은 아시아 지역의 패권을 놓고 인도와 경쟁 중인 중국을 자극할 전망이다. 중국 견제를 위한 대항마로 인도를 밀겠다는 의지를 명백히 표현했기 때문이다. 인도는 일본·브라질·독일 등과 상임이사국 진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의회 연설에 앞서 만모한 싱 인도 총리와 정상회담 후 공동 기자회견을 했다. 먼저 나선 싱 총리는 “미국이 인도의 첨단 기술 수출 제한을 완화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인도의 주요 첨단 기술은 핵 보유국답게 원자력산업이나 미사일 부품·로켓 연료 등의 군수물자와 관련이 깊다. 싱 총리는 이어 미국이 인도의 핵공급국그룹(NSG) 가입도 지지할 것이라고 전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100억 달러 규모의 양국 간 거래를 상기시키며 양국 모두의 경제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가장 큰 두 민주주의 국가로서 기후변화·그린에너지·인권·세계질병 등의 문제에 대해서도 대화를 나눴다”며 “미국과의 강화된 협력을 통해 인도가 국제사회에서 더 큰 역할을 맡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양국 간 협의는 미국의 불안한 경제와 국제정치 양면성을 보여 준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이 핵확산금지조약(NPT)에 참여하지 않은 인도에 대해 핵 기술 수출을 허용하고, 특히 NSG 가입까지 원칙적 지지를 표명하고 나선 것은 오바마 스스로가 핵안보정상회의까지 만들며 주도하는 세계적 비확산 노력과 상충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비확산에 대한 강한 의지로 노벨 평화상까지 탄 오바마가 100억 달러 거래를 통한 미국 내 경제 회복을 위해 정책의 중요 순위를 바꿔 버렸다는 것이다.



오바마는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인도 스파이스 항공에 27억 달러 상당의 보잉 737 제트 여객기 33대를 판매하는 계약 체결에 성공했다. 결국 인도의 거대한 구매력에 밀려 슬그머니 소신을 바꾼 것으로 풀이된다.



 오바마 방문을 통해 다시 한번 표면화된 미국·인도·파키스탄의 관계는 국제정치 현실의 다양성을 보여 줬다. 인도 언론과 대학생들은 기자회견장이나 타운홀 미팅에서 오바마에게 여러 차례 파키스탄에 대한 확실한 입장 표명을 요구했다. 그러나 오바마는 끝내 “파키스탄은 전략적으로 매우 중요한 나라이며, (파키스탄과 인도가) 긴장을 완화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하는 데 그쳤다. 미국이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수행하는 데 가장 큰 파트너 중 하나가 파키스탄이기 때문이다. 오바마는 9일 자신이 유년 시절을 보냈던 인도네시아로 향한다.



뉴델리=김정욱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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