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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세대 노트북’ 맥북에어 왜 구닥다리 CPU 썼을까

중앙일보 2010.11.09 00:09 경제 15면 지면보기








애플의 새 노트북PC ‘맥북에어(사진)’가 지난주 국내 시장에 출시됐다. 스티브 잡스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노트북의 미래’라고 호언한 야심작이다. 실제 인터넷에는 이 제품의 얇고 가벼운 외양, 날렵한 디자인, 업그레이드된 성능에 찬사를 보내는 애플 매니어들의 글이 이어졌다. 흥미로운 건 이토록 첨단 유행을 주도하는 듯한 제품의 주요 부품이 ‘구닥다리’라는 점이다.



 맥북에어의 중앙처리장치(CPU)는 인텔 코어2 듀어 프로세서다. CPU는 컴퓨터의 ‘두뇌’에 해당한다. CPU 성능을 따지는 기준은 ‘클럭 속도’인데, 자동차 엔진의RPM(1분당 회전 횟수)처럼 숫자가 클수록 우수하다. 맥북에어에 장착된 인텔 CPU의 클럭 속도는 1.4기가헤르츠(GHz)다. 이는 최근 출시된 타 업체 노트북들이 대개2GHz 이상 고사양 CPU를 탑재한 것에 비춰볼 때 이례적이다. 정보기술(IT) 전문가들은 “그것이 바로 애플의 남다른 점”이라 말한다. 부품 하나하나의 성능보다는 그것이 ‘사용자 경험(UX)’을 극대화할 수 있느냐에 집중한다는 것이다.



 맥북에어는 코어2듀어 프로세서를 선택함으로써 고사양 CPU를 장착했을 때보다 배터리 소모를 줄이려고 했다. 고사양 CPU는 정보처리 능력이 우수하지만 아무래도 전력 소모가 많다. ‘노트북은 배터리 수명이 길어야 한다’는 소비자의 기본 욕구를 충족시키려고 첨단 부품을 포기한 것이다. 덕분에 신형 맥북에어는 5시간 연속 작업이 가능해졌다. 작업을 하지 않는 경우 30일까지 대기상태를 지속할 수 있다. 둘째, CPU 가격을 감안했다. 저사양 CPU 선택은 맥북에어 출시가를 낮추는 데 적잖은 도움이 됐다. 이 제품의 전 모델 국내 최저 출시가는 189만원이었던 데 비해 신형 모델의 최저가는 129만원이다. 애플 관계자는 “중요한 건 상대적으로 저사양인 CPU를 택했는데도 정보 처리 속도가 빨라진 점”이라

고 강조했다. 저장 기능이 강조된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 대신 플래시메모리인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를 장착했다. 애플 측은 “인터넷상에서 데이터를 저장·처리하는 클라우딩 서비스 활성화로 이제 대용량 저장장치는 노트북의 핵심 가치에서 멀어졌다”고 주장한다. 그보다는 배터리 시간이 길고 처리 속도가 빠르며 이동성이 우수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맥북에어는 DVD롬을 제거해 제품의 무게를 1㎏으로 낮추고 두께 또한 얇은 부분이 0.3cm, 두꺼운 부분이 1.7cm에 불과하도록 만드는 데 성공했다.



 맥북에어의 경우처럼 첨단 기능보다 UX를 중시하는건 이제 세계 IT 업계의 대세다. 이와 관련해 미국의 세계 최대 반도체 업체 인텔의 저스틴 래트너 최고기술책임자(CTO)는 9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2010 인텔 개발자회의’에서 “스마트폰 충격 이후 인텔은 기술 일변도에서 벗어나 전체적인 UX를 먼저 따지게 됐다”고 밝혔다. 인텔코리아의 한인수 이사는 “요즘 미국 본사에선 ‘장롱 속 옛 기술도 다시 꺼내보자’는 분위기가 생겼다”고 전했다.  



이나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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