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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칼럼] 컴퓨터 그래픽 강국이 되는 길

중앙일보 2010.11.09 00:07 경제 4면 지면보기






고형석 서울대 교수 ‘시그래프 아시아 2010’의장



세계는 올해 제임스 캐머런 감독이 만든 공상과학 영화 ‘아바타’에 주목했다. 내용도 재미있었지만 컴퓨터 그래픽스 기술로 재현된 나비족의 동작과 생생한 표정 연기가 압권이었다. 그 이면에는 우리나라 애니메이터들의 활약이 녹아있다. ‘아바타’의 경우 특수효과 전문 회사인 ILM의 이승훈 TD(기술감독) 등 한국인 4명이 핵심 파트를 맡았다. 이 회사는 영화 ‘트랜스포머’와 ‘캐리비안의 해적: 망자의 함’ 등의 제작에 참여하기도 했다. 영화 제작사인 소니 픽처스 이미지워크의 정유진 감독은 영화 ‘베어울프’ ‘나는 전설이다’ 등에서 활약했다. 디지털도메인의 서명철·표영일씨는 ‘수퍼맨 리턴즈’ ‘해리포터와 불의 잔’ ‘타이타닉’ 등에서 선임 디지털 아티스트로 활약했다. 그 밖에 월트디즈니의 김상진 감독, 픽사의 박석원·조예원 애니메이터 등 해외에서 활약하는 자랑스러운 이름이 많다.



 정보기술(IT) 강국답게 우리나라는 컴퓨터 그래픽스도 세다. 2만 명가량의 애니메이터가 디지털 아이디어·모팩 스튜디오 등 특수효과 제작 업체와 애니메이션 제작 업체 등에서 활약하고 있다. 인구 대비로 볼 때 인근 일본·중국보다 많은 편이다. 미국 할리우드에서 한국인 애니메이터의 약진이 두드러진 데에는 이러한 저변이 뒷받침됐다.



 1948년 미국 펜실베이니아대학에서 컴퓨터가 발명된 이래 컴퓨터는 주로 수치계산이나 문자처리용으로만 개발되었으나, 70년대 들어서면서 놀라운 혁신을 맞게 된다. 물체의 3차원(3D) 정보를 컴퓨터 메모리 안에 저장해 임의의 위치에서 그 물체 모습을 보여주는 컴퓨터 그래픽스 기술의 발명이다. 덕분에 수치나 문자를 입력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실제 물체의 영상을 마우스로 선택하고 움직여 보는 그래피컬 유저 인터페이스가 가능하게 됐다. 그래픽 중심의 유저 인터페이스는 90년대 이후 전 세계 사람들의 생활양식을 바꿔 놓았다. 최근 스마트폰의 화려한 사용 방식도 결국 컴퓨터 그래픽스 기술에 기초한다.



 컴퓨터 그래픽스 산업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국제행사가 하나 있다. 그것은 바로 시그래프(SIGGRAPH)다. 이는 ‘Special Interest Group on Graphics and Interactive Techniques’에서 온 말로 74년 시작돼 올해로 37회째를 맞는다. 세계 최고의 컴퓨터 그래픽스·인터랙티브 기술에 관한 콘퍼런스·전시 행사다. 매년 7월 또는 8월에 미국에서 열리는데 지난해의 경우 79개국에서 230개사 2만5000여 명이 참가했다. 소니픽처스·오토데스크·인텔·AMD·픽사 등 세계적인 컴퓨터 그래픽스 관련 소프트웨어·하드웨어 업체, 애니메이션 기업, 게임회사, 연구기관이 전시관을 빌린다. 이 행사에선 그해 주요 논문과 애니메이션들이 선보인다.



 올해는 시그래프가 아시아에서 열린다. 시그래프아시아라고 명명된 올해 행사는 다음 달 서울 코엑스에서 개최된다. 약진하는 국내 컴퓨터 그래픽스 산업 발전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 서울시에서는 3000명의 외국인이 방한해 409억원의 경제효과를 예상한다. 디지털 국제도시의 이미지를 구축하려면 시그래프 같은 세계적 IT 행사를 다수 유치할 필요가 있다.



고형석 서울대 교수‘시그래프 아시아 2010’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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