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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 운영하다 ‘인삼 수경재배’ … 대형마트 전량 납품

중앙일보 2010.11.09 00:02 경제 11면 지면보기



미래형 농사 짓는 임선호씨



전남 장성에서 인삼을 재배하는 임선호(48)씨가 수경 재배 중인 인삼을 들어보이며 웃고 있다. [김진경 기자]







지난달 21일 전남 장성군 동화면 송계리의 한 비닐하우스 농가. 농민 임선호(48)씨는 기자에게 다짜고짜 유리컵에 든 녹색 음료를 권했다. 쌉싸름한 음료를 다 마시자 임씨는 “인삼 잎을 갈아 만든 거다. 방금 인삼 8뿌리만큼의 사포닌을 마신 셈”이라며 웃었다.



 임씨는 지난해부터 이곳에 있는 밭 1300㎡(약 400평)에서 인삼을 재배하고 있다. 한데 재배 방식이 독특하다. 시설 안으로 들어서니 밭 대신 수많은 ‘화분’이 눈에 띄었다. 어른 손바닥 두 개를 합쳐놓은 크기의 플라스틱 용기에 훈탄(짚 등을 태운 재로 만든 거름)·왕겨 등이 섞인 흙이 담겨 있고, 그 안에 인삼이 뿌리를 내리고 있었다. 용기 하나에 심어진 인삼은 약 스무 뿌리. 시설에는 이런 용기가 10만여 개 설치돼 총 200만 뿌리의 인삼이 자라고 있었다.



 일반 인삼밭 1300㎡에서 기를 수 있는 인삼은 약 20만 뿌리다. 같은 면적에서 임씨의 인삼 수확량이 열 배 더 많은 건 그가 수경(水耕)재배를 하기 때문이다. 수경재배란 인위적 환경을 갖춘 시설에서 농약·화학비료 없이 배양액을 섞은 물을 이용해 농사를 짓는 방식이다. 물·온도·습도 등이 철저히 통제되는 시설이라 기후 영향을 거의 받지 않는다. 4∼6년가량 걸리는 재배 기간도 2∼5개월로 단축된다. 같은 땅에 연이어 인삼을 재배할 경우 발생하는 부작용 염려도 없다. 용기의 흙만 갈아주면 되기 때문이다. 뿌리에 비해 사포닌 성분이 8배 이상 많은 잎도 마음껏 상품으로 가공할 수 있다. 농약을 쓰지 않아서다. 이 같은 상품성을 눈여겨본 이마트는 지난해 이 인삼 일부를 구매해 매장에서 시범 판매했다. 소비자 반응이 좋자 임씨에게 전량 구매를 약속한 뒤 대량 생산을 제안했다.



 임씨는 조선대 무역학과 출신이다. 농사꾼이 될 생각은 원래 없었다. 플라스틱 공장을 운영하던 중 농산물을 담는 상자를 개발한 것이 직접 농사까지 짓는 계기가 됐다. 이런저런 아이디어가 많은 그를 눈여겨보고 있던 장성군 관계자가 찾아와 “장성이 다른 지역에 비해 농경 기술이 떨어지는데 무슨 방법이 없겠냐”며 조언을 구해왔던 것이다. 임씨는 수경재배 방식을 농사에 적용하기 위해 수많은 실험을 거쳤다. 적절한 플라스틱 용기 틀을 만드는 데만 수십 번 실패했다. 한약재와 해초류 등을 섞은 배양액도 직접 만든 것이다. 임씨는 “고등학교 다닐 때 과학 과목을 무척 좋아했는데, 당시 배운 삼투압·모세관 현상 등을 응용했다. 장성군의 경제적 지원도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수경재배는 인삼뿐 아니라 딸기·배추 등 다른 작물에도 적용할 수 있다. 관련 기술 개발을 해 온 전남도 기술원 김희곤 박사는 “수경재배는 배추 파동의 원인이었던 기후변화와 수확량 예측 실패에 대응할 수 있는 방식”이라며 “도내 농가에 이 방식을 보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장성=김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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