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짝퉁 정치인' 정영미 찾아간 나경원·심상정

중앙선데이 2010.10.31 16:10
"중앙선데이, 디시전메이커를 위한 신문"



“제 성격 똑 부러지지 않아요 털털한 너경원으로 해주세요”

‘너경원’ 만난 나경원 한나라당 최고위원




MB, 박 전 대표, 이제오, 너경원, 심상장, 유심인….

진짜보다 더 진짜 같은 목소리로 속 시원하게 정치를 풍자하는 ‘짝퉁’ 정치인들이다. 현실 정치를 실감나게 반영하는 이들의 활약이 중앙SUNDAY(9월 26일자 1, 7면 ‘최양락의 재미있는 라디오 속 정치풍자의 달인들’)에 보도된 뒤 실제 주인공들이 풍자의 현장을 찾았다. 나경원 한나라당 최고위원과 심상정 진보신당 전 대표다. 각각 보수와 진보 진영의 스타 여성 정치인인 이들은 “정치가 국민들에게 기쁨을 많이 못 드리는데 (웃음의 소재가 되어) 영광이다”(나경원 최고위원), “택시만 타면 모든 기사님들이 라디오 얘기를 꺼낼 만큼 화제라 감사 표시를 하고 싶었다”(심상정 전 대표)고 했다. 생방송 스튜디오에서 나경원과 너경원, 심상정과 심상장이 만난 현장에 동행했다.

















지난 27일 오후 8시20분이 조금 넘은 시간. 나경원 최고위원이 라디오 스튜디오에 들어섰다. ‘짝퉁’ 정치인들이 등장하는 ‘대충토론’ 코너가 막 시작하고 ‘너경원’이 등장하는 순간이었다.



“국민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여러분과 소통하고 싶은 너경원입니다.”

또박또박한 말투로 개그우먼 전영미씨가 모사하는 자신의 목소리가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오자 나 의원이 말했다. “아휴, 떨려서 못 듣겠네.”

이때 스튜디오 안에서 최양락씨가 대사를 읊었다.

“참, 예쁘시네요… 예쁘단 얘기 많이 들으시죠?”

‘너경원’에게서 당연하다는 듯 답이 날아왔다. “지겹죠.”

살짝 긴장했던 나 의원이 터진 웃음을 참지 못했다.



“아휴, 떨려서 못 듣겠네”

이어 등장한 MB와 ‘너경원’이 나눈 대화의 주제는 역시 대선을 상징하는 알까기였다. 한나라당 전당대회에서 나 의원이 3위로 최고위원에 당선된 후 한 언론이 “차세대 지도자 반열에 올랐다. 차차기 대통령 후보 경선에 나갈 생각이 있느냐”고 물었던 걸 보고 작가가 쓴 것이다. 함께 등장한 MB는 알까기를 해보라고 자꾸만 권하고 ‘너경원’은 “글쎄요. 전, 아직은…”이라고 말끝을 흐렸다.



“그럼 언제? 차기 말고 차차기 어때요? 차차차기 할까?”(MB)

“아휴, 호호호” (너경원)

라디오 부스 밖의 나 의원도 ‘너경원’처럼 “호호호” 웃었다.

“너경원님 오늘 부담스러우셨나요. 밖에 진짜로 나경원 의원께서 방문해 주셨습니다”라고 최양락씨가 마무리하며 코너를 마쳤다.

나 의원이 나머지 생방송이 끝나기를 기다려 제작진과 만났다. ‘너경원’을 맡은 전영미씨와도 처음 대면했다.



▶전영미=“긴장을 많이 해서 평소보다 너무 안 비슷했어요.”



▶최양락=“(나 의원이) 수더분한 인상은 아니라 영미가 잘해야겠다는 부담이 컸나 봐요.”



▶나경원=“저 원래 털털해요. 제가 너무 똑 부러진 이미지로 나오는데 제 표정이나 말투가 변함없는 건 아마 판사 할 때 훈련을 받아서 그런 거 같아요. 재판 때 판사가 고개를 조금만 움직여도 피고는 억장이 무너진다는 거예요. 그래서 무표정하고 절대 웃으면 안 된다는 게 습관이 들어선지… 옛날에 학교 다닐 때도 알고 보면 생각보다 털털하다는 말 많이 들었어요. 앞으로 ‘너경원’도 털털하게 해 주세요.”



나 의원이 생각하는 나경원-너경원의 싱크로율(원본과 같은 정도)은 90% 이상이란다. 그는 “제가 말하는 습관을 다 알고 계시더라”며 감탄했다. ‘너경원’은 박근혜 전 대표 성대모사에 이어 전씨가 떠올린 여성 정치인 캐릭터다. 그가 “특징을 잡기가 쉬워 하루 만에 파악했다”는 나 의원의 말투와 습관 중엔 정작 본인은 의식하지 못했던 것도 있었다.



“기사 읽고 깜짝 놀랐잖아요. 여자들이 ‘~해요’라고 말하면 사석에서 말하는 것처럼 들릴까 봐 전 ‘~습니다’라는 어미를 쓰는데 그것도 알고 계시고. 말하는 중간에 ‘어, 어’ 많이 넣는 버릇이 있는 건 저도 몰랐어요. 전당대회 연설 준비할 때 보좌진이 말해 줘서야 알았는데, 그걸 딱 넣으시더라고요. 전문가는 전문가다 싶었어요.”

생방송을 내내 지켜본 나 의원은 방송에 나오는 다른 정치인의 성대모사에도 관심을 보였다. 이명박 대통령이나 박근혜 전 대표와 직접 대화하면서 알게 된 그들의 습관과 말투에 대해 제작진에 귀띔해 주기도 했다.



“박 전 대표님 목소리로 아까 ‘출뀨’라고 하셨는데, 한나라당 여성 의원 모임에서 농담을 들었을 땐 다르게 말씀하셨어요. ‘출껴’라고. 또 대통령은 목이 안 좋아서 가끔 헛기침을 한 번씩 하세요. 어떤 날은 좀 심하고, 어떤 날은 덜하지만 그런 특징이 있어요. 근데 배칠수씨도 정말 똑같이 하시네요. 제가 대통령께 한번 말씀 드려야겠어요.”



나 의원의 이어진 말에 제작진은 “이러다 대통령도 오시면 어떡하나”라며 걱정 아닌 걱정을 하기도 했다.



나 의원은 난생 처음 개그의 소재가 된 게 “영광”이라고 했다.



“정치인이 국민에게 기쁨을 드려야 하는데, 여러 가지로 많이 못 드리고 있으니까. (개그의 소재가 되는 건) 제가 감사할 일이죠.”



작가에게 “매일 출연하게 해 주세요”라며 농담을 섞어 부탁한 나 의원은 전씨에게 명함을 건넸다. “아예 핫라인 번호를 드려야겠다. 필요할 때 전화주세요”라면서.









‘심상장’ 만난 심상정 진보신당 전 대표

“유심인한테 밀리는 건 싫어요 당원들이 화낼지 몰라요, 허허”
















진보신당의 ‘간판’인 심상정 전 대표는 지금 평당원이다. 18대 총선에서 낙선하고 6·2 지방선거에서 야권 단일화를 위해 투표 사흘 전 경기도지사 후보직을 사퇴한 이후 당 대표 선거에도 불출마했다. 지금은 지역구(경기 고양 덕양갑) 활동에 집중하고 있다. 그런 그에게 최근 “맹활약하는 거 잘 듣고 있다”는 연락이 끊이지 않는다고 했다. 심 전 대표를 성대모사하는 ‘심상장’에 대한 얘기였다.



“제가 방송과 인터뷰한 걸 절대로 다시 안 들어요. 자기 목소리를 다시 듣는 건 쑥스러우니까. 그런데 문자가 하도 많이 와서 들어봤는데, 너무 똑같아.”



25일 오후 심 전 대표가 MBC를 찾았다. “감사 인사를 한 번 하고 싶었다”고 했다. 전국구로 활동하는 ‘심상장’ 덕에 원외에 있는 심 전 대표에게 대중과 소통할 수 있는 중요한 통로가 생겼기 때문이다.



“미국 LA에서도, 유럽에서도 방송 들었다고 연락이 와요. 택시기사 분들도 늘 라디오를 켜 놓으니까 제가 택시 타면 ‘심상장’ 얘기만 꺼내고. 제가 정말 방송처럼 말하느냐고 물으면 ‘똑같아요~’라면서 너무 재미있어들 해요.”



생방송 직전 구내식당에서 제작진이 저녁 먹는 자리에 그가 함께 했다. ‘심상장’을 연기하는 개그우먼 전영미씨가 심 전 대표와 나란히 앉자 ‘유심인’을 맡은 배칠수씨가 농담을 던졌다. “유시민 전 장관에게 서운하다고 전해 주세요. 비슷한 시기에 (성대모사를) 시작했는데….”



방송에서 ‘심상장’은 굵은 목소리로 씩씩하게 “열심히 하겠습니다”라고 말한다. “~해야 됩니다”라며 강하게 주장을 펼치기도 한다. 대중에게 익숙한 심 전 대표의 ‘여걸’ 이미지를 과장해 표현한 것이다. 심 전 대표도 “제가 좀 말을 씩씩하게 하니까”라며 인정하는 부분이다. 그는 “아마 초기 의정활동이나 토론 장면을 많이 보고 (성대모사를) 하신 것 같다”고 덧붙였다.



“(대립)각 세우는 자리에 많이 나가니까 저를 세게 보시는데, 도지사 선거 때는 토론 보고 사람들이 많이 달라졌다고 그랬어요. 처음 만난 주민들도 ‘인상 참 좋다’고 인사해 주시고. 저도 만나보면 부드러운 여자예요.”



이어지는 대화.

▶심상정=“추석 때 동서가 그래요. ‘우리 형님이 명절에 음식도 얼마나 잘하고, 부드러운디 방송사에선 그걸 모르는 갑소’라고요. 방송에 문자까지 보내려고 했대요.”



▶전영미=“저희가 명절증후군을 주제로 다뤘을 때 심상장이 ‘명절을 없애면 됩니다’라고 얘기하는 걸 들으셨나 봐요. 많이 알려진 목소리나 말투로 대중한테는 각인되니까, 저희는 계속 선거나 토론 때 봤던 모습을 보여줘야 똑같다는 얘기를 들어요. 혹시 출연진에 부탁할 게 있으세요.”



▶심상정=“개그는 개그로 보는 거니까 내용은 알아서 재미있게 해 주세요. 길이는 좀 늘려주셨으면…. 저희 친정엄마도 열심히 들으세요. 그런데 ‘박근혜씨는 길게 나오는데 넌 왜 조금 나오느냐’고 그러시기에 제가 그랬죠. ‘엄마, 나는 지금은 ‘전씨’잖아요’라고요. 전 대표고 전 의원인데도 배려해 주시는 거라고요.”



이날 제작진은 심 전 대표를 프로그램의 다른 코너에 섭외했다. “좀 희화화를 합니다. 그래도 괜찮으시겠어요”라고 양해를 구했고 그는 흔쾌히 응했다.



트위터로 스튜디오 방문 알려

생방송 시간에 맞춰 스튜디오로 자리를 옮겼다. 최양락씨가 “밖에 손님이 와 계세요”라고 청취자들에게 심 전 대표의 방문을 알렸다. 이날 방송의 주요 등장인물은 ‘심상장’과 ‘유심인’. 사회자가 두 사람에게 선거를 상징하는 ‘알까기’를 해 보라고 권했다.



“우리끼리는 하지 말고… 연합할까요?”(‘유심인’)

“한 번 했으면 됐지, 뭘 또 합니까.”(‘심상장’)

6·2 지방선거의 막판 단일화를 빗댄 대사다. 듣고 있던 심 전 대표가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



“유심인한테 밀리는 건 안 돼. 우리 당원들이 화를 내.”

심 전 대표는 방송을 지켜보면서 실시간으로 자신의 트위터(@sangjungsim)에 출연진과 함께 찍은 사진을 올렸다. 팔로어가 4만 명이 넘는 그는 트위터에선 이미 성대모사가 여러 차례 언급되기도 했다. 순식간에 ‘버스에서 듣다가 빵 터졌어요’ ‘오리지널 앞이라 심상장의 목소리가 떨리더군요’ 등 멘션이 60개 넘게 날아왔다.



“정치 풍자는 보통사람들의 생각을 표현하는 거니까 긴장해서 들어요. 이런 풍자가 인기라는 건 정치에 대한 국민의 갈증을 표현한다고 봐요. 우리가 그 기대에 어떻게 답하느냐가 중요하고, 이런 소통은 좋다고 생각해요.”





홍주희 기자



중앙SUNDAY 구독신청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