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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 내 동성애 허용, 아버지는 두렵다

중앙선데이 2010.10.31 03:25 190호 2면 지면보기
토요일 낮 서울 이태원 언덕배기에 있는 홍석천씨의 레스토랑 중 한 곳 마이타이차이나를 찾았다. 레스토랑 바깥엔 메뉴판과 함께 홍씨의 사진이 걸려 있었다. 연인, 친구 등 대부분 20대의 젊은 손님들이 재즈풍의 음악이 흐르는 테이블에 앉아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었다. 이곳을 찾는 손님 대부분은 홍씨의 가게인 줄 알고 왔을 터다. 와인잔 모양의 파란색, 초록색 유리잔과 물병을 대신하는 와인병, 하늘색 접시, 빨간 메뉴판이 감각적이었다. 샌프란시스코의 게이축제와 무지개 색 깃발이 연상됐다.

2000년 자신이 동성애자라며 커밍아웃해 전국을 떠들썩하게 한 홍씨, 그는 당시 모든 방송출연을 정지당했다. 쏟아지는 세간의 비난 속에 고난의 세월을 보내야 했다. 10년이 지난 지금 그는 자신의 성 정체성을 대중에 떳떳이 알리며, 이태원에만 5개의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성공한 비즈니스맨으로 변신했다. 그는 우리 사회 동성애의 아이콘이 됐다. 10년 전 그의 커밍아웃을 계기로 벽장 속에 숨어있던 동성애가 세상 밖으로 나오게 됐다.

SBS 드라마 ‘인생은 아름다워’에 이어 최근 국가인권위의 발표로 다시 동성애 이슈가 논란이 되고 있다. 인권위는 27일 “군대 내 동성애 처벌을 규정한 군형법 제92조에 대하여 위헌이라는 의견을 헌법재판소에 표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동성애는 엄연히 존재하는 현실이다. 성적 소수자도 다른 소수자와 마찬가지로 존중받아야 한다. 우리 사회는 홍씨의 커밍아웃으로 성적 소수자에 대해 많이 이해하게 됐다. 하지만 남자들의 내무반 집단생활이 중심인 군 부대에서 동성애가 허용되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조직의 구성과 모둠살이 방식이 완전하게 자유로운 상황에서 성적 선택이 보장되는 환경이 아니기 때문이다. 군은 철저한 상명하복(上命下服)의 조직이다. 동성애 고참병이 처벌 수준까지는 이르지 않는 은근한 압력을 행사해 신참 부하를 추행하고, 이를 몇 번 경험한 신참이 폐쇄된 환경 속에서 스스로 동성애적 취향을 갖게 되는 일은 아주 드문 일이 아니다. 동성애 자체를 이해한다고 해서 군대 생활 2년 동안 없던 동성애 취향이 생길 수 있는 상황까지 이해할 순 없지 않은가. 실제로 내무반에서 드러나지 않는 고참의 신참 성추행 행태들은 군대를 다녀온 남자라면 모르는 사람이 별로 없을 것이다. ‘군 형법 92조가 위헌’이라면 ‘군 부대 내 동성애를 허용’하는 꼴이 된다.

당장 29일자 일간지에 다음과 같은 의견광고가 실렸다. “나라 지키러 군대 간 내 아들, 동성애자 되고 AIDS 걸려 돌아오나. 군대 내 동성애 허용하면, 내 아들 군대 절대 안 보낸다.” 이들의 주장엔 과도한 논리의 비약이 엿보인다. 그렇다 해도 이들의 주장엔 아들을 군대에 보내는 부모의 심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인권위가 일반 사회와 군대 조직의 생태학적 환경이 다르다는 현실을 외면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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