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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검찰 조사 따라 ‘빅3’ 완전 퇴진할 수도

중앙선데이 2010.10.31 03:03 190호 6면 지면보기
라응찬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30일 오후 이사회를 마친 후 귀가하고 있다. 그는 “ (신한 내분 사태 해결을 위해) 제가 할 것은 다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라회장은 이날 회장직만 사퇴했을 뿐 등기이사직은 유지했다. [연합뉴스]
‘급한 불은 껐지만 불씨는 남았다.’
30일 신한금융지주 이사회 결과에 대한 금융계의 평이다. 이날 이사회에선 라응찬 회장이 회장직에서 물러나면서 2개월 가까이 이어온 신한 내분 사태를 수습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하지만 라 회장이 내년 3월 주총 때까지 등기이사직을 유지하기로 했고 신상훈 신한지주 사장과 이백순 신한은행장도 현직을 지키게 돼 내분의 불씨가 되살아날 가능성이 여전하다. 내년 3월 주총에서 새 회장 선출을 놓고 양측의 힘겨루기가 계속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 금융감독원의 제재심의위와 종합검사, 수뇌부 3인방에 대한 검찰 수사가 남아 있다는 것도 큰 변수다. 신한 사태가 가라앉으려면 몇 차례 격류를 더 뚫어야 한다는 의미다.

30일 신한금융 이사회, 라 회장 사퇴했지만 불씨는 남아


차기 선임에 영향력 행사할지 주목
이사회를 마치고 나온 라응찬 신한금융지주 회장의 얼굴은 굳어있었다. 심경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특별히 할 말 없다. 제가 할 것은 다 했다”고만 말하고 입을 닫았다. 다소 신경질이 묻어났다. 52년간의 은행원 생활을 불명예스럽게 마치는 데 대한 불편한 심경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그러나 라 회장이 모든 것을 잃었다고는 볼 수 없다. 라 회장 측이 주장했던 안이 대부분 반영됐다. 내년 주총 때까지 등기이사직을 유지한다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 라 회장이 여전히 차기 회장 선임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얘기다. 후계구도를 논의할 특별위원회가 이사회 멤버로만 이뤄진 것도 그렇다. 애초 신한은행 노조와 신 사장 측은 외부인사와 노조가 참여하는 비상대책위원회를 주장해왔다. 이날 이사회가 4시간 반가량 이어진 것도 특별위원회 구성을 두고 양측의 의견이 엇갈렸기 때문이다.

결국 표결 끝에 특별위원회는 12명의 이사 중 경영진 3인 방만 빠진 9명으로 구성키로 했다. 대표이사 직무대행으로 선임된 류시열 비상근이사도 라 회장과 가까운 사람으로 분류돼왔다. 이에 대해 류 대행은 “특정인하고 가깝다고 하는 건 명예훼손에 해당하는 말”이라며 “개인 이익을 위해 대의명분을 저버리며 살진 않는다”고 강조했다.

금감원은 다음 달 4일 제재심의위원회를 열어 라 회장 등 신한은행 전·현직 임직원 42명에 대한 징계 수위를 결정한다. 라 회장에겐 중징계 방침이 통보돼 있다. 중징계를 받으면 3~5년간 금융회사 임원에 새로 선임될 수 없다. 그러나 금감원의 이번 징계는 라 회장이 2001년 이전 신한은행장과 신한은행 부회장으로 재직할 때의 실명제 위반 행위에만 적용된다. 따라서 라 회장이 내년 3월까지 이사직을 유지하는 데는 문제가 없다. 다만 라 회장의 불법행위가 세세하게 드러날 경우 등기이사 사퇴 압력이 거세질 가능성은 있다. 이 때문에 라 회장 측에선 최대한 징계 수위를 낮추기 위해 소명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라 회장은 이사회에서 “금융당국이 실명제와 관련한 직원들에 대해 선처와 배려를 할 수 있도록 (이사들이) 잘 보살펴달라”고 말했다. 직원들에 대한 배려를 표현한 것이지만, 자신에 대한 선처도 간접적으로 표현했다고도 볼 수 있다.

제재심의가 끝나면 바로 다음 달 8일부터 종합검사가 기다리고 있다. 지난 부문검사는 라 회장의 실명제법 위반에만 초점을 뒀지만 이번 종합검사에선 지금까지 제기된 각종 비자금 조성 및 횡령 의혹, 비서실의 자금 관리 및 업무 처리 등 전반이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결과에 따라서는 이들 빅3가 내년 초 다시 금감원의 제재 대상이 될 가능성이 있다.

라 회장 등 ‘빅3’ 모두 의혹을 받고 있어 검찰의 사법적 판단이 중요하다. 라 회장과 신 사장은 이희건 신한은행 명예회장의 고문료 명목으로 조성된 자금을 개인적으로 썼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 행장 역시 재일동포 주주로부터 5억원을 받은 사실이 드러났고, 현금 3억원을 정치권에 전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은 신 사장과 이 행장, 라 회장 순으로 소환조사를 한다는 방침이다. 수사 결과가 이들의 형사처벌로 이어질 경우, 빅3가 주총 전에 모두 물러날 수도 있다.

이인호·최영휘·홍성균·고영선 후임 거론
그동안 신한지주 회장은 전적으로 이사회가 결정해왔다. 이사회가 회장 후보로 생각하는 사람을 이사 후보로 추천해 주총에서 승인되면 박수로 회장에 추대하는 식이었다. 하지만 이번에 구성된 특별위원회는 이 절차를 좀 더 투명하게 바꿀 계획이다. 전성빈 이사회 의장은 “지배구조와 관련해 노조와 외부의 다양한 의견을 듣고 합리적인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특별위원회 자체가 KB금융지주의 회장후보추천위원회 같은 역할을 할 가능성도 있다.

차기 회장 후보론 이인호·최영휘 전 신한지주 사장과 홍성균 전 신한카드 사장, 고영선 전 신한생명 사장(현 화재보험협회 이사장) 등 전직 신한 경영진 출신의 이름이 오르내린다. 회장이 누가 되느냐에 따라 사장·은행장 인선도 크게 달라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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