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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초의 마술, F1은 팀 스포츠다

중앙선데이 2010.10.31 02:42 190호 14면 지면보기
길에서 자동차 타이어를 갈아보셨는지. 휠 커버를 벗기고, 너트를 살짝 풀고, 잭을 사용해 자동차를 들어올린 뒤 너트를 완전히 풀고, 타이어를 갈아 끼운 다음 너트를 어느 정도 조이고, 자동차를 내린 뒤 너트를 꽉 죄고 휠 커버를 덮으면 된다. 처음 하는 사람은 20~30분 정도 걸린다. 아마 보험회사에 전화하는 운전자가 적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놀라지 마시라. F1에서는 바퀴 1개가 아니라 바퀴 4개를 4초 만에 갈아 끼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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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영암에서 열린 한국 그랑프리. 여기 참가한 차량들은 5.615㎞ 길이의 서킷(경주로)을 55바퀴나 돌았다. 308㎞ 정도를 달렸으니 서울에서 대구까지(290㎞) 달리고도 20㎞ 정도 더 달린 것이다. 시속 300㎞로 달리다 급제동해 커브를 통과하고 시속 200㎞에 육박하는 속도로 코너를 빠져 나가다 보면 타이어는 금세 만신창이가 된다. 그렇기 때문에 적절한 타이밍에 정비구역인 피트(Pit)로 진입해 타이어를 교체해야 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스피드가 생명인 F1의 초특급 머신들이 유일하게 멈춰서는 순간이 승부의 분수령이 되기도 한다. 0.001초를 다투는 스피드 경쟁에서 타이어 교체 속도가 순위를 가르는 포인트가 되곤 한다.

정비 구역에는 팀마다 22명 안팎의 미캐닉(정비공)이 대기한다. 피트 레인에 멈춰서면 0.2초 만에 휠 너트를 제거하기 시작한다. 1초 뒤엔 특수 장비로 머신을 앞뒤에서 동시에 들어올린다. 타이어 하나에 세 명이 달라붙어 갈아 끼운다. 한 명은 너트를 풀고 조이고, 다른 한 명은 헌 타이어를 빼내고, 나머지는 새 타이어를 장착한다. 일련의 작업이 끝나고 다시 특수 장비로 차를 바닥으로 내려놓는 데 걸리는 시간은 불과 3.8초. 해설자가 “멈춰 섰습니다. 과연 얼마의 시간이 걸릴까요”라고 말하는 새 경주 차량은 또다시 거친 숨을 토해내며 서킷을 향해 달려나간다.

멈춤과 출발이라고 써있는 표지판만 들고 있는 사람도 있다. 긴 막대 끝에 동그란 표지판이 붙은 모습이 막대사탕처럼 생겨 이 역할을 하는 사람을 롤리팝맨이라고 부른다. 이 밖에 머신 앞 뒤에 서서 전체 과정을 조율하는 요원이 2명 있고, 6명 정도가 머신 주변에서 지켜보다가 긴급 상황에 투입된다. 가끔씩 너트를 땅바닥에 떨어뜨려 시간을 터무니없이 허비하는 경우도 있어서다. 그래 봐야 대부분 10초 안팎에 끝난다.

올 시즌 팀 순위 1위를 달리고 있는 레드불 레이싱의 팀 매니저 조너선 위틀리는 “대회가 열리기 2주 전부터 수백 번씩 타이어 교체 훈련을 한다. 3초 안에 작업을 끝내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그는 “올 시즌 우리 팀 기록은 평균 4초”라고 덧붙였다.

레드불 팀은 22명의 피트 크루와 1명의 드라이버가 완벽한 호흡을 이룬다. 현장에서 레이스를 지켜보면서 레이싱 팀의 주인공은 서킷을 질주하는 운전자가 아니라 바로 이들이 아닌가 생각했다. 이들뿐이랴. 레이싱 전략을 짜는 등 감독 역할을 하는 엔지니어, 엔진과 섀시를 개발하는 연구요원도 있다. 페라리 같은 명문 F1 팀의 전체 인원은 무려 600여 명에 달한다. 달리는 것은 머신이지만 머신을 달리게 하는 것은 팀 워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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