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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 타고 가던 곳 이젠 날아서 … 남이섬엔 고정관념이 없다

중앙선데이 2010.10.31 02:35 190호 16면 지면보기
중학교 시절 배운 노래 한 곡을 아직도 기억한다. “칼 갈아 백두산 돌 다 닳아지고(白頭山石磨刀盡), 말 먹여 두만강 물 말리오리다(豆滿江水飮馬無). 스물에도 나라 평정 못하오며는(男兒二十未平國), 어느 뉘 대장부라 일컬으리오(後世誰稱大丈夫).” 장중한 가락의 노래는 한 번 듣자 잊혀지지 않았다. 시를 지은 이는 조선 초기의 장군 남이(南怡·1441~1468)다.

남이·자라섬 Zip- wire 완공 80m 타워서 1분이면 도착

남이는 태종의 핏줄을 이어받은 왕가의 후손으로 어린 나이에 무과에 장원급제했다. 안으로는 이시애의 난을 평정하고 북방에서는 여진족을 토벌하였다. 그 공으로 20대에 병조판서까지 올랐다. 그러나 정국의 회오리에서 살아남지 못했다. 야심만만한 젊은이는 역모 혐의로 온몸이 찢겨 죽었다. 후세에 지어낸 이야기겠지만, 유자광은 남이의 시에서 한 글자를 바꿔 왕에게 보여주었다고 한다. 平을 得으로 바꿔 男兒二十未得國, 즉 ‘스물에도 나라를 얻지 못한다면’으로 말이다.

남이섬은 그 비운의 사나이가 묻혔다고 전해지는 곳이다. 실제 무덤은 경기도 화성군에 있지만 그가 묻혔다는 전설을 간직한 돌무더기가 전해진다. 그래서 사람들은 남이섬에 남이 장군의 무덤이 있다고 믿는다. 기자도 대학 시절 처음으로 남이섬을 방문했을 때 감회에 젖어 옛날에 배운 노래를 목청껏 불렀다.

평범한 관광지였던 남이섬이 일약 국제적 명성을 획득한 것은 드라마 ‘겨울연가’ 덕분이었다. 한류를 타고 일본 열도를 휩쓴 TV 연속극은 수많은 일본 여성들로 하여금 북한강에 떠 있는 조그만 섬으로 순례여행을 떠나도록 했다. 일본 남성들은 격분하고 한편으로는 애써 모른 척했지만 그들의 아내와 여자친구들은 남이섬에서 배용준의 대형 사진을 끌어안고 기념사진을 찍었다. 현재는 중국과 대만 사람들이 바통을 이어받아 평일에도 섬으로 들어가는 선착장에 장사진을 치고 있다.

이런 남이섬에 새로운 즐길 거리가 들어섰다. 선착장에서 섬을 연결하는 ‘짚 와이어(Zip-wire)’가 설치된 것. 짚 와이어란 계곡이나 강 양쪽에 설치된 기둥을 와이어로 연결해 도르레를 타고 활강하는 시설로 선진국에선 일반화된 익스트림 스포츠의 일종이다. 사업은 경기도와 가평군, (주)남이섬이 공동 추진했다.

선착장과 남이섬·자라섬을 연결하는 짚 와이어는 아시아 최장으로 높이 80m 타워(위 작은 사진)에서 남이섬까지 940m, 자라섬까지는 700m에 이른다. 현재 남이섬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배를 타야 하지만 짚 와이어를 이용하면 최고시속 80㎞로 1분 만에 도착한다. 번지점프와 롤러코스터를 타는 느낌을 동시에 느낄 수 있다.

완공 기념 행사는 11월 5일 열리고 일반인은 6일부터 이용할 수 있다. 사진은 30일 공사를 맡은 미국업체의 기술자가 남이섬 방향 와이어를 최종 점검하는 모습이다. 관광객은 스키장의 리프트처럼 생긴 의자에 몸을 묶고 활강한다.
사진·글 최정동 기자 choijd@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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