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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보험료 현실화 시급하다

중앙선데이 2010.10.31 02:09 190호 24면 지면보기
우리나라에 등록된 자동차 수가 200만 대를 갓 넘은 건 1990년이다. 그러던 것이 2000년 800만 대, 2008년에는 1600만 대까지 늘어나면서 20여 년 만에 여덟 배가 되었다. 자동차 보유비중의 확대는 소득이 증가하면서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현상이지만 지나친 감이 있다. 우리나라 대중교통수단이 전 세계 어디에 내 놓아도 손색없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다소 의아해진다. 기름 값 수준 또한 매우 높은데도 말이다.

김우진의 캐나다 통신

한국에 있을 때는 전혀 생각이 미치지 못했는데, 여기 와서 보니 한국과 캐나다의 자동차보험료 차이가 엄청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주의 경우 주정부에서 운영하는 보험공사(Insurance Corporation of British Columbia, ICBC)에서 자동차보험을 독점적으로 취급한다. 자동차보험 가입 경력이 없는 운전자의 경우 연간 약 3000달러의 높은 보험료를 지불해야 한다. 게다가 자동차의 연식이나 차종과 거의 무관하게 보험료가 책정된다. 다시 말해 최고급 수입 신차나 금방이라도 멈출 것 같은 중고차나, 지불해야 할 보험료가 비슷하다. 차를 한 대 더 구입한다고 해서 두 번째 차의 보험료가 싸지는 것도 아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가구당 여러 대의 차를 보유하기 쉽지 않다. 합리적인 소비자는 자동차 구입에 신중한 행동패턴을 보일 수밖에 없다.

우리는 어떠한가. 국산 차의 국내 유통가격이 수출가격보다 비싸다고 불평하는 고객은 많지만, 자동차 보험료가 제대로 책정되어 있는지에 관심 있는 사람은 없다. 이는 대부분의 고객이 자동차 보험료가 높지 않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사고처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일련의 분쟁들이 비합리적인 자동차보험 체계와 관련이 있다는 사실도 모른다. 정작 본인이 피해자가 되고 나서야 뭔가 잘못되어 있음을 비로소 인지한다.

자동차에 대한 소비자의 선택 범위는 이제 무한하다. 유럽연합(EU)과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로 수입차 공급은 증대할 것이고 국내 자동차 메이커의 대응과정에서 자동차 종류는 더욱 다양해질 것이다. 현재의 자동차보험 체계에서 자동차 보급률 증가속도는 자명하다. 지금도 도로에 차는 넘치고 길은 막힌다. 비싼 기름 써 가면서 온 나라를 공해천국으로 만들 필요가 있는가. 자동차보험 정책은 재고돼야 한다.

수백억원대 재력가가 수백만원 밖에 안 되는 세금을 미납해 국세청으로부터 독촉을 받는 경우가 왜 생길까. 세금을 낼 능력은 있지만 그 돈이 왠지 아깝기 때문이다. 돈의 경우 한계효용 체감의 법칙이 적용되지 않는다. 롤스로이스를 구입할 돈은 있어도 보험료가 수백만원 이상이라면 차 구입을 주저하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손해보험사의 경영 혁신은 당연한 수순이다. 지금처럼 감독당국의 눈치만 보면서 보험료 인상을 꾀하지 말고, 질적 성장을 추구해야 한다. 자동차 보험료를 합리적으로 계산하고 지출하는 등 이른바 수지균형의 법칙을 준수하고 자산운용의 질을 높여 수익성을 제고해야 한다. 양적 성장의 한계는 그동안의 영업 성적이 말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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