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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일 중수부장과 남기춘 지검장의 짐

중앙선데이 2010.10.31 01:57 190호 30면 지면보기
사흘 전 영화가 한 편 개봉됐다. 스폰서 검사를 등장시킨 유승완 감독의 ‘부당거래’다. 스폰서 검사와 부패경찰, 조폭이 얽히고설킨 내용이다. 여기서 검사 주양(유승범 분)은 자기의 뒤를 봐주던 업자의 구속을 막기 위해 동분서주한다. 얼마 전 특검까지 했던 스폰서 검사를 연상시킨다.

송상훈 칼럼

TV드라마 ‘대물’에는 또 다른 캐릭터의 검사가 등장한다. 정의파 열혈 검사 하도야(권상우 분)다. 하도야는 불의에 분개하며 부딪치는 역할이다. 만화를 극화한 탓에 현실감이 떨어지지만 거침없는 하도야에게 매료되는 시청자가 적지 않다.

두 캐릭터는 국민에게 심어진 검사에 대한 막연한 인식일 수 있다.
현실에서도 두 명의 검사가 주목받는다. 김홍일(54) 대검 중수부장과 남기춘(50) 서부지검장이다. 김홍일은 C&그룹, 남기춘은 한화그룹·태광그룹 수사를 지휘한다.

김홍일은 2009년 지방대 출신으로 중수부장에 임명돼 화제가 됐다. 주로 강력·특수분야를 거쳤다. 서울지검 강력부장 시절 이수만 SM엔터테인먼트 회장과 개그맨 서세원씨를 구속했다. 2007년 서울중앙지검 3차장 시절에는 ‘BBK 의혹’ 수사를 지휘했다. 당시 한나라당 대선 후보이던 이명박 대통령에게 무혐의 처분을 내린 것 때문에 ‘정치검사’로 몰려 국회에서 탄핵소추를 당할 뻔했다. 주변에서는 그를 무뚝뚝하고 뚝심 있는 검사로 평가한다.

그는 지난해 중수부장이 된 뒤 가슴 아픈 일을 당했다. 세 딸 중 막내딸을 잃은 것이다. 나면서부터 간이 좋지 않았던 막내딸은 작은 언니의 간을 이식받았으나 한 달 후 세상을 떠났다(당시 17세). 김 중수부장은 C&그룹 압수수색을 시작하고 임병석 회장을 체포한 직후, 딸의 기일(10월 25일)에 납골묘를 찾았다고 한다.

남기춘 지검장은 ‘강골 검사’로 평가된다. 그의 기질은 검사생활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2003년 중수 1과장 때 대선자금 수사의 주임검사를 맡았다. 그때 그는 박지원 전 문화관광부 장관(현 민주당 원내대표)을 무기거래상 김영완씨로부터 150억원을 받은 혐의 등으로 기소했다. 박 전 장관이 현대 비자금 150억원을 수수한 혐의는 1·2심에서 유죄가 선고됐지만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됐다.

안대희 당시 대검 중수부장(현 대법관)은 “대선자금 수사가 성공한 것은 남기춘 검사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을 정도다. 대선자금 수사 때 민주당 함승희 의원이 고 정몽헌 회장에 대한 강압수사 의혹을 제기한 적이 있다. 그때 남 지검장은 “검찰 전체의 명예를 훼손하는 문제”라며 함 의원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하려고 고소장 작성까지 마쳤지만, 당시 송광수 검찰총장이 만류해 그만뒀다는 일화가 있다. 서산지청장 시절인 2006년 2월에는 열린우리당 문석호(충남 서산 태안) 의원에 대한 S-oil 직원 500명의 당비 대납 사건을 수사했다.

이런 두 명의 강성 검사가 대기업 그룹들을 동시에 수사하면서 갖가지 얘기가 쏟아진다. 좋은 것 보다는 나쁜 것이 많다. 우선 야당은 옛 여권 인사를 겨냥한 표적 수사라며 불만을 표한다. 이재오 특임장관까지 이 얘기를 뒷받침하는 듯한 발언을 해서 해서 시끄러워지기도 했다. 현 정권에서 김대중·노무현 정권에서 벌어진 일을 정리하려 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수사 대상 기업 관계자는 “검찰의 중구난방식 조사에 업무가 마비됐다. 내년 사업계획을 세우지 못하고 있다. 정치인을 잡아넣으려는 것 같다”는 얘기로 불만을 표시한다.

대검 관계자는 이번 기업 수사를 정치인 로비와 연결하는 것은 너무 나간 얘기라고 강조한다. C&그룹의 경우도 C&중공업·C&우방·C&상선 3개사의 상장폐지 과정을 수사 중이라는 얘기다. 그의 말의 진실 여부는 수사과정과 결과로 나타날 것이다. 자금 이동에 대한 조사가 시간이 걸리는 것은 불가피하지만 그 시간이 길어질수록 불만과 억측은 커진다. 두 강골 검사는 이런 억측과 불만, 그에 따른 혼란을 줄여야 한다. 최근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가 40억원대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는 천신일 세중나모여행 회장의 사무실을 압수수색한 것을 보고 드는 생각이 있다. 천 회장은 이명박 대통령의 대학동기로 50년 친구다. 천 회장을 구속한다는 정신으로 성역 없는 수사를 한다면 표적수사 논란도 종식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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