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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G20에 남길 전통

중앙선데이 2010.10.31 01:55 190호 30면 지면보기
지난주, 서울 강남 코엑스 서울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장 시공 현장에 조촐한 상이 차려졌다. 돼지머리와 막걸리가 전부였지만, 회의장이 안전하게 완성돼 11월 11~12일 역사적인 소명을 다할 수 있기를 기원하는 축문을 낭독했다. 필자도 엄숙하고 간절한 마음으로 술잔을 올리고 두 번 절했다. 회의기간 중 사소한 안전상 문제도 발생하지 않고, 정상들이 훌륭한 결과를 도출해 서울 회의가 세계경제 발전의 초석이 되기를 간절히 기원했다.

서울 G20정상회의에는 의장국인 우리나라를 비롯한 20개 회원국과 5개 초청국, 7개 국제기구를 대표하는 33명의 정상급 인사들이 참가한다. 공식대표단만 4000명을 넘고, 국내외 취재진도 4300여 명(60여 개국)이나 된다. 규모도 규모려니와, 참가자들의 면모를 살펴보면 전 세계의 주요 지도자들과 미디어들이 망라돼 있다.

이번 정상회의는 회의 내용은 물론이고 외관상으로도 과거와 다른 점이 많다.
첫째, 주 회의장과 오찬 회의장, 기자회견장 등 정상회의에 필요한 모든 시설을 코엑스 내부의 전시장 3층에 임시로 건축하고, 1층에는 내외신 기자단을 위한 미디어센터와 국제방송센터를 설치했다. 연면적 3만4500㎡로 지난번 미국 피츠버그 정상회의장이나 영국 런던 정상회의장과 유사한 크기다. 우리나라에서는 2005년 부산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때 벡스코(Bexco)에 시설을 한 적이 있지만 이번 시설과는 규모 면에서 큰 차이가 난다.

둘째, 11월 11일 환영리셉션과 만찬회의를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개최한다. 선진국에서는 박물관을 이용해 문화를 감상하면서 회의를 여는 기회가 드물지 않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처음 시도되는 것이다. 우리 문화유산으로 둘러싸인 공간에서 우리 대통령 내외분이 세계의 지도자들을 영접하고, 함께 식사하면서 세계경제질서를 논의하는 중요한 회의를 주재한다는 것은 가슴 뿌듯한 일이다.

서울 정상회의의 구조와 준비과정은 과거 네 차례의 G20정상회의와도 다른 특징이 있다.

무엇보다 비즈니스 서밋(Business Su- mmit)을 G20정상회의 체제의 한 부분으로 편입했다는 점이다. 여타 정상회의에서도 경제인들이 모이는 경우가 종종 있지만, 빌 게이츠 같은 세계 최고 수준의 최고경영자(CEO) 100여 명이 동시에 참석해 G20 정상들과 머리를 맞대고 세계경제의 건강한 발전방안을 논의하는 일은 전례가 없다. 내년도 G20 의장국인 프랑스도 정상회의와 경제인회의를 동시에 개최할 의향을 밝혀 앞으로 G20회의의 새로운 전통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커보인다.

회의에 참가하는 대표단의 편의도 다른 어느 회의보다 세심하게 배려하고 있다. 예를 들어, 국제회의에 있어 기본이 되는 동시통역도 사용자 중심으로 준비하고 있다. G20정상회의에는 보통 14개 언어가 사용된다. 과거 일부 회원국들이 G20정상회의 주최국에서 제공하는 동시통역 서비스가 만족스럽지 못하다며 통역사 교체를 요구하는 실랑이가 있었다. 우리는 언어별 통역사들 가운데 국제회의 통역 경험이 많은 최고급 수준의 동시통역사를 섭외한 후, 그 언어를 사용할 정상들의 의견을 일일이 확인했다. 그 결과 일부 언어의 경우 이미 섭외한 통역사를 교체하기도 했다.

G20정상회의는 지금까지 G7의 전통을 주로 원용해 온 것을 벗어나 서울 회의를 계기로 G20 체제의 새로운 전통을 쌓아가게 될 것이다. 기업인과 정상들이 지혜를 함께 모으는 회의, 한국인의 세심한 배려와 친절함이 돋보이는 회의, 이런 것들이 모여 G20 전통의 초석이 되기를 기대해본다.




이시형 53세. 서울대 석사(국제정치학), 외시 14회. 주미 대사관 참사관과 재경부 경제협력국장, 주폴란드 대사 등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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