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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 차별과 동성애 코드, 1%의 톡 쏘는 맛이 매력

중앙선데이 2010.10.31 01:55 190호 5면 지면보기
이토록 녹진해지는 시간이 있나. 판타지 없는 순도 100%의 팍팍한 세상에서 하루 종일 스트레스에 절었다가 집에 돌아오는 월요일 저녁, 굳어버린 어깨를 슬슬 풀어주고 축 처진 입꼬리에 절로 웃음을 달아주는 고마운 녀석. 지난 두 달간 KBS-2TV ‘성균관 스캔들’(월·화 밤 9시55분)은 여성들에게 그런 존재였다. 왜 안 그럴까. 이 달달한 세계 속에는 현실에서는 눈 씻고 찾아봐도 찾을 수 없는 이른바 ‘잘금 4인방’이 있으니. 보기만 해도 잘금잘금 오줌을 지린다는 이 판타지의 존재들은 두근거림을 잊어버린 ‘건어물녀’의 가슴마저 다시 뛰게 한다.

11월 2일 종영하는 KBS-2TV 드라마 ‘성균관 스캔들’

이제 갓 순정만화 속에서 튀어나온 듯한 ‘꽃선비’들은, 한번쯤은 보았을 만화 ‘캔디’의 안소니와 테리우스, 스테아와 아치를 뒤섞은 듯 닮았다. 그런 남자들이 즐비한 ‘성균관’이라는 금남의 구역에 들어가기 위해 여주인공 윤희(박민영)는 ‘베르사유의 장미’의 오스칼이 그랬듯 남장여자라는 마법의 옷을 걸쳐 입는다.

이 마법의 옷을 입고 들어간 조선시대 성균관은 역사책 속 근엄한 기록과 전혀 다른 모습이다. 꼭꼭 싸매 입었을 때 살짝 보이는 속살이 오히려 더 설레는 것처럼, 조선시대 성균관은 이제 가장 뜨거운 ‘상열지사’의 현장으로 화한다. 유생 윤식으로 변신한 윤희가 겉은 거칠지만 속은 수줍기만 한 걸오 문재신(유아인)과 살짝 손이 부딪치거나, 곧은 선비의 길을 고집하며 남녀칠세부동석을 지켜온 이선준(박유천)에게 우연찮게 안길 때 그 스킨십은 그 어떤 남녀 멜로보다 강력하게 다가온다. 이러니 폐인이 안 될 수가 있나. 시청률이 높은 편은 아니지만(15% 남짓) 한번 이 세계에 빠지면 나오기 힘든 이유다.

하지만 그저 달달함뿐일까. ‘성균관 스캔들’이 달달함만으로 100% 무장했다면 손발이 오그라들 정도의 거부감만 주었을지 모른다. 다행스럽게도 ‘성균관 스캔들’에는 이 달달함에 든든한 바탕을 세우는 1%의 쓰디씀이 있다. 그것은 ‘남장여자’라는 마법의 옷 속에 슬쩍 가려져 있다. 달달함으로 변신하는 이 마법의 옷은 사실은 남장을 해야만 비로소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시대의 벽을 세워놓는다. 그리고 그것은 조선시대의 일만이 아니다. 많은 여성들이 사회 진출을 하는 시대라지만 이런 벽은 지금도 여전히 음습하게 사회 뒤편에 존재하고 있지 않은가. 그러니 뛰어난 문재를 가진 윤희가 윤식이라는 이름으로 살아야 제 뜻을 펼칠 수 있는 시대의 쓰디씀은 저 남장여자의 달달함 뒤편에서 우리의 이성을 깨워놓는다.

여기에 진짜 쓰디쓰게 다가오는 것은 남장여자가 거꾸로 환기시키는 동성애에 대한 팍팍한 사회의 시선이다. 왜 이토록 남장여자에 집착해야 하는 것일까. 상상해보자. 만일 박민영이 아닌 생짜 신인을 완벽하게 남자로 변장시킨 다음 이 작품을 찍었다면 어떤 결과가 나왔을지. 남자와 남자가 서로 손끝을 스치면서 가슴 설레고 한 방에서 알 수 없는 한 사내 때문에 두 남자가 흥분감에 잠을 뒤척이는 이 장면들을 어떻게 받아들였을 것인가.

‘인생은 아름다워’(SBS)에서 ‘남장여자’가 아닌 실제 동성애 커플 경수(이상우)-태섭(송창의)은 그 결과를 미루어 짐작케 해준다. 성당에서 언약식을 하는 장면조차 용납이 안 돼 삭제 방송되는 현실. 작금의 대중문화가 갖고 있는 호모포비아의 풍경들. 윤식과 걸오의 남색 추문에 성균관이 술렁이고 선준이 윤식을 생각하는 마음을 억누르기 위해 애쓰는 장면은 우리네 대중문화의 호모포비아를 다시 끄집어낸다. 마치 ‘남장여자’라는 마법의 옷이 늘 꺼내지는 것처럼. 우리에게 동성애란 드라마에서조차 쉬쉬 해야 되는 어떤 것인가.

‘성균관 스캔들’은 그래서 그저 바라보다 보면 달콤하기만 한 막대사탕 같다가도 계속 빨아먹고 있으면 어딘지 씁쓸한, 무언가가 뒤통수를 탁 치는 그런 드라마다. 하지만 바로 이 강렬한 쓰디쓴 1%가 있었기에 99%의 달달함 속에서도 더더욱 그 맛에 빠져들수 있었다. 이것이 바로 ‘성균관 스캔들’의 진짜 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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