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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주먹구구식 한국판 뉴딜정책

중앙일보 2005.03.10 20:27 종합 34면 지면보기
정부가 올해 야심차게 추진하겠다고 발표한 종합투자계획이 시작부터 삐걱거리고 있다. 재정경제부는 이른바 한국판 뉴딜 정책이라며 이름까지 공모했던 이 투자계획의 올해 실행 규모를 당초 7조~8조원 수준으로 잡았었다. 그러나 9일 국무회의에 보고된 집행계획은 2조8000억원에 그칠 것으로 나타났다. 당초 계획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규모다.

재경부는 사업을 시행할 정부부처와 지방자치단체들의 사업 발굴실적 자체가 저조한 데다, 돈을 대야 할 금융회사와 연기금들이 참여를 꺼렸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사업은 해야겠는데 무얼 할지도 정하지 못했고, 돈을 어떻게 조달할지도 몰랐다는 얘기다. 이 투자계획이 처음부터 면밀한 검토 끝에 나온 것이 아니라 주먹구구식 숫자 맞추기에 급급한 결과였다는 것을 재경부 스스로 인정한 셈이다.

문제는 올해 성장률 5% 목표를 무슨 수로 달성하느냐다. 재경부는 올해 실업대란을 막기 위해서는 5% 성장이 반드시 필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국내총생산(GDP)의 1% 정도는 종합투자 계획을 통해 메워야 한다고 역설했었다.

그러나 막상 올해 종합투자계획으로 이룰 수 있는 성장효과는 정부의 계산으로도 GDP의 0.3~0.4%에 불과할 전망이다. 그렇다면 성장 목표를 포기한 것인지, 아니면 이 계획 없이도 5% 성장이 가능하다는 것인지 궁금하다.

정부가 경기대책에 손을 놔야 한다는 얘기가 아니다. 다만 무슨 계획을 내놓을 때는 실현 가능성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대규모 투자사업을 거창하게 발표해 놓고, 막상 시행할 무렵에 슬그머니 꼬리를 내리는 행태는 곤란하다. 이런 일이 반복될수록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우리는 경기회복의 첩경은 민간기업들의 투자 확대에서 찾아야 한다고 본다. 정부가 직접 벌이거나 주도하는 공공투자사업은 민간투자에 비해 효율이 떨어지고 경기진작 효과도 작다. 이제부터라도 공공투자사업에 무리하게 매달릴 게 아니라 민간기업들의 투자를 늘리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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