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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로 보는 세상] 言

중앙일보 2010.10.25 00:34 종합 33면 지면보기
공자(孔子)는 “말에 믿음이 없으면 안 된다(言而無信, 不知其可也)”고 했다. 지당한 지적이다. 그러나 여느 다른 진리처럼 이 또한 잘 지켜지지 않아서 문제다.



 말을 그럴 듯하게 하는 사람들이 이런 문제를 자주 일으킨다. 번지르르하게 말을 거침없이 내뱉는 사람의 모습이 ‘현하(懸河)’다. 큰 하천을 매달아 놓은 듯이 말을 줄줄 쏟아내는 모양을 그렸다. 현하지변(懸河之辯)이라고도 쓴다.



 천구(天口)라는 단어도 있다. 타고 태어난 입담의 주인공이다. 물에 빠져 죽을 지경에까지 가더라도 물밑에서 물고기와 말을 나눌 것이라는 우리 식 농담에나 나올 인물이다. 이구(利口)도 그와 같은 뜻이다. 이런 사람들은 말싸움을 잘하게 마련이다. 세 치에 불과한 혀, 삼촌설(三寸舌)과 입술을 놀려 싸우는 모습이 설검순창(舌劍脣槍)이다.



 그러나 말이 많으면 실수를 하게 마련이다. 그래서 끊임없이 말을 내뱉는 요설(饒舌)을 경계했고, 늘 시비(是非)를 몰고 다니는 장설(長舌)의 주인공을 멀리했다.



 이보다 더 고약한 경우가 말을 해 놓고 그 약속의 내용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는 식언(食言)이다. 글자 뜻 그대로 ‘말(言)을 먹어버리는(食)’ 행위다. 말만 해놓고 실천에 옮기지 않았던 한 신하를 두고 춘추(春秋)시대의 노(魯)나라 한 임금이 풍자한 말이다. 말을 먹어 치워 살이 찐다는 뜻의 ‘식언이비(食言而肥)’도 한 뜻이다.



 말의 내용이 매우 가식적일 경우에 쓰는 단어가 교언(巧言)이다. “꾸밈이 가득한 말, 보기 좋게 짓는 표정에는 어짊이 적다(巧言令色, 鮮矣仁)”고 한 공자가 아주 싫어한 경우다. 근거 없는 말이 유언비어(流言蜚語), 과장을 일삼는 말이 호언장담(豪言壯談)이다.



 대한민국의 품격과 체면을 따지지 않고 중국 지도부의 입을 빌려 자국 대통령을 공격했던 민주당 원내대표의 말은 어떤 종류일까. 일단 거짓으로 판명됐으니 허언(虛言)이자, 위언(僞言)이다. 아니, 그보다는 이치에 맞지 않게 망령스레 혀를 놀렸으니 망언(妄言)이다.



 이 기회에 덧붙이는 말, 첨언(添言) 한마디. ‘식언이비, 망동이감(食言而肥, 妄動而減)’. 약속을 지키지 않는 식언으로 늘 살이 찔 것 같은 정치인들. 그래도 살이 왜 빠지는가 했더니, 혀를 함부로 놀리는 망동(妄動) 때문인가.



유광종 중국연구소 부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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