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설] 슈퍼스타K ‘허각 우승’은 무엇을 상징하나

중앙일보 2010.10.25 00:29 종합 34면 지면보기
케이블TV 프로그램 ‘슈퍼스타K 2’ 결승전에서 25세의 환풍기 수리공 허각씨가 우승을 차지했다. 결승전 시청률(18.1%)이 동시간대 지상파TV 프로그램들의 갑절을 훌쩍 넘을 정도로 시청자들의 반응도 뜨거웠다. 예선 참가자 134만6000여 명, 결승전 문자투표에는 무려 130만 콜이 몰렸다. 가위 ‘한국판 폴 포츠’의 탄생이라 할 만하다. 수많은 노래자랑 대회 중에 ‘슈퍼스타K’의 무엇이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는가. ‘허각 우승’은 무엇을 상징하는가.



 한 부모 가정 출신의 ‘88만원 세대’인 허각씨는 시청자들에게 우리 사회의 ‘언더 독(under dog)’을 대표하는 이미지로 비쳤다. 외모는 경쟁자보다 처진다는 평가였으며, 중졸 학력에 영어를 못하는 데다 키(1m63㎝)마저 작았다. 스스로 “내가 주인공이라는 생각은 안 해봤다”며 ‘주인공을 빛내주는 역할’에 만족한다던 청년이 최후의 승리자가 된 것이다. 상대적으로 뛰어난 가창력을 보여주었다지만 인터넷투표·문자투표 등에서 시청자 다수가 보낸 지지는 노래실력만으로는 설명이 안 된다. 단순한 노래자랑 대회 후일담을 넘어, ‘허각’이라는 청년이 상징하는 우리 사회 저변(底邊)의 목마름과 간절한 원망(願望)을 기성세대나 사회 지도층은 진지하게 숙고할 필요가 있다.



 물론 ‘허각 현상’은 대중의 감정이입·대리만족 심리를 제대로 짚은 방송사 기획력의 결과물이기도 하고, 대중문화가 한 차례 소비하고 지나가는 일회용품에 불과하다고 깎아내릴 수도 있다. 그런 시각에서 보더라도 공정한 경쟁, 투명성, 시청자와의 쌍방향 소통 등 프로그램이 갖춘 장점들은 여전히 유효하다. 지금 우리 사회 어느 분야에서든 반드시 필요한 덕목들이기 때문이다. 당장 프로그램이 진행되던 지난 3개월 사이에만도 외교부 등 행정부처와 국회에서의 ‘특채’ 논란이 큰 파문을 빚은 우리 사회 아닌가. 대중들은 바로 그런 불공정·불투명과 소통 부재에 실망하고, 허각 같은 청년의 인생 역전 드라마에서 본보기이자 희망을 찾아냈을 것이다. 사회 다른 분야에는 목마른 이들의 갈증을 풀어줄 ‘슈퍼스타K’가 없는가.
공유하기
광고 닫기